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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동안 한 대도 맞지 않고 졸업했다고 하면, 그런다들. “모범생이었나 보네요.” 본받아 배울 만한 본보기를 ‘모범’이라 한다면, 나는 그런 낱말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주어진 길을 따라 다소곳하게 걸어본 적이 별로 없다. 심하게 한눈팔기도 했고, 그 길을 아주 벗어났다 돌아오기도 했다.입학식은 새롭게 출발한다며 다들 단정하게 하고 나타난다.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런데 첫날부터 머리털 덥수룩한 머털도사 하나가 교실에 앉아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십중팔구 담임한테 한소리 듣거나 얻어맞는다. 나도 그럴지 알았다. 그런데 서하석 선생님은 그런 꼬락서니를 보고도 웃으셨다.그런데 며칠 뒤, 학교는 두발 자율화를 발표한다. 까까머리에서 스포츠머리로 바뀐 건 아마 우리 학교가 최초였지 싶다. 그런
교육
동부매일
2013.08.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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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잊겠는가. 1975년 5월 14일, 제9회 대통령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리던 날. 비 때문에 하루 연기된 경기가, 고마우셔라, 하늘도 구름을 밀어내고 사뭇 쾌청. 어둠이 깔리며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은 벌써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떠났고, 남은 우리는 발만 동동 굴렀다.0대 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 지루한 균형을 깬 건 5회 초, 4번 타자 김윤환이었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날린 것이다. 그러고 6회와 8회, 그는 두 번째 세 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반도의 밤하늘을 섬광으로 물들였다. 고교야구 사상 초유의 3타석 연속 홈런은 그렇게 완성되었다.결과는 6대 2. 전년도에 대통령배와 청룡기를 석권한 야구 명문 경북고를 누르고, 우리 학교가 패권을 차지한 것
교육
동부매일
2013.08.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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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어른이 계신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 앞에 가면 고개를 숙일 수 있고, 왠지 앞으로 지나가기도 어렵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가까이 가고 싶고, 그러다 꾸중이라도 내리시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무치는 말씀이 되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그런 어른이 계신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맘때 들여다보는 어른의 세계는 참으로 아니게 마련.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뿐, 닮고 싶은 분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대단하던 아버지조차 한없이 초라해 보이고, 어머니도 더 이상 그 품이 아늑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바로 그 무렵.그런데 그때 우리는 교정에서 귀한 어른을 만났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앙이었던 우리 학교에는 기념탑이 있었는데, 틈만
교육
동부매일
2013.08.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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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매달렸다. 소멸이라는 존재의 파국에 부닥쳐 본 뒤로, 사는 게 두려웠다. 사람들은 죽음이 두려워서 신을 찾는다지만, 그때 나는 죽음보다 훨씬 두려운 게 삶이었다. 삶의 외로움을 그나마 달래줄 수 있는 건 종교적인 믿음과 영적인 연대밖에 없다고 그때 생각했다. 교회는 그것을 내게 주었다.비록 ‘지금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도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저 너머’에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참된 기쁨이 있다고 교회는 가르쳤고, 나는 아멘으로 화답했다. 무속적인 뜨거움이라 비아냥대는 친구도 있었지만 부흥회에도 열심이었다. 그러다 ‘엑스플로 74’라는 대규모 종교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1974년 8월 12일, 서울행 야간열차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비좁았다. 한증막이 따로 없었는데, 신문지에 누워 쪽잠을 청
교육
동부매일
2013.07.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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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가서 만난 건, 책과 친구였다. 책은 외로워서 만났고, 친구는 쓸쓸해서 만났다. 책은 나에게 외로움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해 주었고, 친구는 내게 쓸쓸한 노래를 같이 부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1970년대의 음울한 시절을 그렇게 견디며 우리는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훌쩍 건너갔다.돌이켜보면 도스토옙스키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세로로 이단 편집된 두꺼운 책 앞에서, 나는 너무 버릇없이 들이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놈의 러시아 이름이 어찌나 길든지 공책에 일일이 가계도를 만들어 가며 읽지 않으면 내용은커녕 도대체 누가 누군지도 모르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읽었다.문학적 감동이 커서? 아니. 예술적 열정에 매료되어서? 아니. 나를 보라. 내가 그런 사람이었겠는가. 그건 순전히 치기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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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매일
2013.07.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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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향은 고향이 아니었다. 큰방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때가 되어도 식구들과 밥 한 끼 먹기 힘들었다. 낮이면 일꾼을 따라다니다가, 해가 지면 소죽 쓰는 뒷방에 몸을 누였다. 한밤중, 눈을 떠 보면 워낭소리만 절그렁거릴 뿐 천지는 적막했다. 그런 날에는 숨죽여 벌레처럼 울었다.이듬해 봄. 동네 친구들은 읍내 농고생이 되었다. 몹시 부러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호했다. 내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고, 나와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다. 가끔 어머니가 운을 떼 보았지만 모진 말씀으로 상처만 깊어질 뿐. 지상에서 누구의 손길도 기대할 수 없었다. 다시 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그 새벽도 혼자서 집을 빠져 나왔다. 딱히 어디 가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나섰다. 그런데 저 멀리서 종소리가 아련하게 들
교육
동부매일
2013.07.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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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교육의 발전을 모색하고 지역 교육계와의 소통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청 상황실에서 김충석 시장을 비롯한 여수지역 중학교 교장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이번 간담회에서는 시 교육지원 사업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현재 추진중인 교육시책 홍보, 여수교육의 현주소와 개선사항 등 지역 교육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오갔다.이를 통해 일선 학교의 의견을 수렴하고 효율적인 교육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소통의 시간으로 마련됐다.이날 교장단은 교직원들에 대한 사기진작과 처우개선, 중학생 학력신장 프로그램 강화, 소외(지역) 학생들에 대한 특기적성 프로그램 운영, 대안학교 설립, 교육국제화특구 등 각종 현안문제를 언급했다.더불어 이와 연계한 지역중심 학
교육
백성철 기자
2013.07.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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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가 지역 고교생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고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한국고등교육재단 멘토를 초청 ‘Dream Lecture 너만의 꿈을 키워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한다.특강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리며,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21세기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소재 ‘그래핀’을 소개한다.이어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사이버 세상에서 나는 누가 지키나?’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경제, 경영, 법, IT 분야를 희망하는 이과 학생에게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시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경험과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추후 진로 선택에 있어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을 갖추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
교육
백성철 기자
2013.07.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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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개교하려던 화양중 기숙형 공립중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돼 규모가 축소된 적정규모학교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여수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거문중학교와 개도중학교 주민 반대로 이들 학교는 제외됐으며, 적정규모 학교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중에 있으며 최종 수정안은 8월 초쯤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화양중 기숙형 공립중학교는 2014년 화양중 화양남분교장과 화양중 낭도분교장, 거문중, 거문중초도분교장을 각각 통합하고, 2015년에 개도중학교와 여남중연도분교장, 여남중화태분교장을 각각 통합 운영할 계획이었다.이에 따라 전남도교육청은 22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화양중학교에 150명 수용규모의 기숙사와 강당을 새로 만들고, 노후화된 건물을 보수해 섬 지역 학생들
교육
마재일 기자
2013.07.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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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개발이 되어서 그럴 듯하게 매만져져 있지만, 그때만 해도 늘느리동네는 몹시 찌푸린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그 동네는, 궂은비라도 한 줄금 내릴라치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런 밤이면 꼭 어느 집에선가 날궂이를 했다.술주정뱅이 남편이 돌아와 찝쩍거리기라도 하면, 뻐언뻐언 하며 이 골목 저 골목 번데기 리어카를 밀던 그 아줌마는 사내를 집 앞에 패대기쳤다. 또 어느 날엔가는, 송정리 비행장에서 몸 파는 천것이라고 작은애를 흉봤다며 그 어미가 이웃집 여편네를 쥐어뜯으며 머리채를 진창에 처박아 버렸다.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말린다고 말려질 싸움이 아니란 걸 누구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새벽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터로 나갈 터
교육
동부매일
2013.07.0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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