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게를 잡기 위해 돌을 들춰 게가 보이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 게를 잡는 사람이 있고, 또 그 게를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각자에게 주어진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이상은 박형길 회장 특유의 게잡이 이론이다. 그는 여수에서 태어나 60여년 가까이 여수를 지키며 살아 온 사람이다. 3여가 통합되는 과정에서부터 세계박람회가 유치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역에 굵직굵직한 대사가 있을 때마다 필요한 자리에서 표 나지 않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숨은 일꾼이다. 전라남도 새마을회 회장, (주)대도종합건설 대표, 그밖에 적지 않은 이력이 그 뒤를 따른다. 그는 여수에 머지않아 르네상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지금 이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수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을 지금부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여수다운 것을 찾아서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우리 여수에는 다행히 거북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좌수영 본영이 자리했던 지역이고, 거북선을 직접 건조했던 이곳에서 거북선만큼 좋은 브랜드가 또 있느냐는 설명이다. 사회가 바뀌고 시민들의 눈높이가 바뀌었는데 우리의 의식전환도 이제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좀처럼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품이지만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참으로 많은 속 얘기를 털어 놓는다. 여수에 앞으로의 먹거리를 위해서 지역에 산재해있는 317개의 섬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한다. “시민들 각자가 여러 가지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시민의 한사람으로 방치되어 있는 우리지역 섬들에 각종 야생화를 심어 그 섬들을 야생화 천국을 만들면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호도에 가면 원추리 꽃이 천국이고, 낭도에 가면 금강초롱꽃이 천국이고, 개도에 가면 달맞이꽃이 천국이고….” 넋을 놓고 있는 기자를 앞에 두고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각 사회단체나 기업들이 각각의 섬과 자매결연을 맺어서 꽃씨를 뿌리고 가꾸게 하면 큰 예산이 없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섬 안에 홈스테이를 만들어 머무는 관광을 실현 하자는 의견도 내 놓는다. 검토해 볼만한 아이디어들이 연이어 쏟아진다. “여수는 요트의 메카입니다. 전국체전 16연패를 한 도시가 바로 여수입니다. 여수를 해양 메카로 만들 수 있는 기반시설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한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에 이렇게 한 알의 밀알이 되는 것에 사는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지역에 있다는 것은 지역의 행운이고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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