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는 부모들도 행복한 도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책 수립단계에서부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하는 ‘어린이 친화정책’으로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여수시의 아동과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아낸 ‘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 시리즈를 지속 보도할 계획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여수시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 여수시 신기동의 한 어린이놀이터. 바닥재로 깐 탄성포장재가 패여 폐타이어칩이 노출되어 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서 유해물질 기준치 이상 검출 ‘충격’
어린이놀이터 탄성포장재·고무매트 유해성 안전할까…‘의심’

최근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한 중금속,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FITI시험연구원은 지난해 7월 22일부터 11월 28일까지 전국 1037개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941개 학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174개 학교에서는 중추신경계의 손상을 가져오는 납, 6가크롬 등 인체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납이 기준치의 87배나 검출된 학교도 있었고, 환경호르몬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합계가 기준치의 348배가 넘은 곳도 있었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되는 것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폐타이어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납 성분이 없는 안료나 인체 유해성이 없는 충전재 재료들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학교 운동장의 인조잔디는 생식질환이나 신경질환, 기관지질환, 피부질환 등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그동안 학부모나 시민단체의 반대가 끊이질 않았다.

인조잔디로 사용되는 물질과 충전재는 대부분 폐타이어를 재활용하고 있는데 고무분진은 납,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과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잠재적 암 발생 덩어리이며, 각종 세균과 충전재로부터 나오는 유출수나 분말이 지하수나 하천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 여수시 신기동의 한 어린이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 곳곳이 패여 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인조잔디와 더불어 유해성 의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소재가 있다. 어린이 놀이터의 바닥 소재로 쓰이는 푹신한 고무 재질의 탄성포장재와 고무매트가 그것이다. 폐타이어나 합성고무를 이용해 만들어진 탄성포장재와 고무매트도 유해성 논란과 환경오염 등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어린이 놀이터 안전성 확보라는 미명 아래 ‘모래’를 ‘고무매트나 탄성포장재’로 교체하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놀이터 바닥은 학교 운동장이나 인도 등 맨땅에서 보다 부상의 위험이 적고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폐타이어 또는 EPDM(합성고무)을 이용한 탄성포장재로 시공되고 있다. 고무매트 바닥은 탄성포장재로 대체되고 있지만 일부 놀이터는 고무매트가 깔려 있다.

이 놀이터는 모래 속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고, 넘어져도 옷을 더럽히거나 다치는 일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탄성포장재와 고무매트의 안전성 문제가 새로 대두되는 형국이다. 석유 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인데 아이들 건강은 물론 주변 환경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일부 지자체가 다시 고무매트나 탄성포장재를 모래나 마사토, 흙으로 바꾸고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하는 이유다.

지난 6일 인조잔디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174개교의 명단과 1037개교의 상세 조사결과를 공개한 녹색당은 “놀이터와 공원에 설치된 폐타이어 고무매트는 인조잔디와 마찬가지로 질병 유발, 놀이 공간 침해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를 공론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향후 유해성 논란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 여수시 신기동의 한 어린이놀이터. 바닥재로 깐 탄성포장재가 패여 폐타이어칩이 노출되어 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일부 놀이터 악취 진동·폐타이어칩 노출 …부모들 “불안하다”
시, 조달청 검사 통과한 제품 사용…“자체 검사 한 적 없어”
안전검사 보고서·전수조사 통해 부모들 불안 해소 나서야

지난 19일 오후 2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수시 신기동의 한 어린이놀이터를 둘러봤다. 놀이터에 들어서자 고무에서 나는 악취가 확 밀려왔다. 10여분 남짓 지났을까. 악취로 인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놀이터 바닥 곳곳이 패여 폐타이어칩이 노출돼 있고, 떨어져나간 바닥재 조각이 뒹굴고 있었다.

놀이터 인근의 한 주민에게 패인 바닥재 일부를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를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소재로 덮는 것이 과연 안전과 건강을 위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불안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수동 부영9차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언론을 통해 탄성포장재와 고무매트 바닥재가 유해하다는 얘기를 접할 때면 아이들을 놀이터에 보내기가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다. 아파트 뒤에 마사토를 깐 놀이터가 있긴 하지만 외져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며 “자연친화적인 놀이시설을 만드는데 시가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은 모든 신체기관이나 장기들이 완전히 형성된 상태가 아니고 성장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성인보다 화학물질에 더 민감하다. 따라서 같은 화학물질에 접촉하더라도 독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어릴 때 유해한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 여수시 문수동의 한 아파트내 놀이터. 아이들이 고무매트가 깔린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그러나 여수시는 놀이터 바닥재 유해성에 대해 조달청 검사를 통과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모래 바닥재는 유실은 물론 침과 껌, 개나 고양이 등 동물들의 배설물 등으로 인한 감염 등의 어린이 건강문제가 지속돼 왔고,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무엇보다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다보니 지자체들이 탄성포장재나 플라스틱 놀이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성 여부에 대해 “놀이시설은 2년에 한 차례 안전 등의 검사를 하고 있다. 바닥 소재는 조달청에서 환경 지표 등의 기준을 통과, 검사를 마친 제품들로 이를 믿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놀이터 바닥재에 대해 여수시가 시료를 채취해 자체 검사를 한 적은 없지만 관련 기관에서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해성 의심이 지속되는 만큼 여수시가 유해물질에 대한 논란과 우려 해소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놀이터 소독 후에 바닥재를 채취해 유해 중금속과 기생충 알 검사 등 결과를 안내하는 ‘안전 검사 보고서’를 지역 주민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각 놀이터 안내판에 붙여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은 “관내 어린이놀이터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 등을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공개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여수시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조 잔디 유해물질 검출 파문의 핵심은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물론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인체에 유해하다면 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내버려뒀다는 점이다.

대책으로 천연잔디나 마사토로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자체와 교육청은 ‘예산 부족과 관리 한계’를 핑계로 댈 가능성이 다분해 ‘안전을 위한 안전’이 비용 효율성에 밀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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