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편의적 도서관 운영…시민욕구 제대로 반영 못해
도서관은 지붕 덮인 도시의 대표적인 열린 공간이어야

공공도서관이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고 공부하는 지식의 전당을 넘어선다. 책과 사람과의 유쾌한 만남이 가능한 소통의 공간,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장하며 한 도시와 국가를 문화적으로 전환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여수시가 2017년까지 여수를 대표하는 시립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인 가운데 여수의 문화와 지식의 백년대계가 달린 대표도서관의 미래상을 <슈퍼 라이브러리> 도서와 국내외 몇몇 사례를 통해 “이런 곳이 됐으면…”하고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 여수시립현암도서관 남학생 학습실 내부. 이용자가 감소하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평일에는 시험기간(중간/기말고사), 주말에는 토·일요일에만 개방하고 있다.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수험생들, 조용히 책 넘기는 소리, 엄숙한 분위기, 투박한 실내 디자인 등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도서관은 시험 때나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모라는 의무감에 마지못해 가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수험생들을 위한 독서실’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는 실정이다.

위치 역시 대부분 주민들의 편의와 무관하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갔지만 이제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검색 등을 통해 웬만한 자료는 얻을 수 있어 도서관 본래의 기능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여수시립도서관도 이런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공도서관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의 공공도서관이 주민들의 삶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공공의 이익보다 행정 중심으로 이뤄진 도서관 운영 체제 탓이 크다. 도서관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이 행정 편의적인 서비스에 제한되면서 시민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부모들 또한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고, 자연스레 자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도서 열람이나 학습같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일상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정숙을 요구하고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이 가능한 공간, 편안하고 일상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붕 덮인 도시의 대표적인 열린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수시는 시립도서관을 대표하는 총괄 시립도서관을 웅천지구 에듀파크 부지 내 전체면적 5000㎡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2017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2018년까지 시민 1인당 2.58권의 장서 확보를 목표로 올해 4억원을 들여 도서와 전자책, DVD 등을 확충해 3만5000여권의 장서를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 도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은 도시의 관문이자 거실이요,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 거실이 가정의 모든 공간을 이어주며 가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듯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가 그렇듯, 이제 도서관은 시민의 정신적인 삶을 풍성하게 하고,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는 도시의 거실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슈퍼 라이브러리>의 저자 신승수 교수와 임상진 교수, 최재원 교수는 도서관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해답을 네덜란드와 영국 사례에서 찾는다. 건축가이기도 한 이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도서관과 델프트의 디오케이(DOK) 도서관,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 그리고 영국의 페캄 도서관과 아이디어 스토어 등을 소개해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을 제안한다.

▲ 연속적인 책장이 산처럼 구성된 네덜란드 스페이케니서 도서관 내부 공간.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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