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
책을 매개로 도시의 다양한 삶이 만나는
도시의 거실이자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

▲ 목재마루바닥으로 마감한 디오케이 중앙도서관의 아트리움 라운지.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미국, 영국과 더불어 발 빠른 도서관 정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곳 도서관들은 박물관, 미술관, 아카이브센터 등을 통합적으로 결합했다. 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은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잘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고 게임을 하거나, 공연과 전시를 볼 수 있는 작은 도시를 지향한다.

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은 도심 속 문화지구에 개인별로 특화된 체험형 공간이 만나는 형태이다. 편리한 입지, 다양한 콘텐츠, 근접한 광장 등을 주요 공간 요소로 하고, 다양한 이동수단(보행, 자전거, 자동차 등)의 접근으로 모두 쉽게 하는 공간 계획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문화 인프라’, ‘지식의 백화점’, ‘행위의 박물관’ 등의 공간 이미지로부터 연상되듯이 최근의 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은 각종 미디어 지원 기능을 확대하고 서비스의 복합화가 특징이다.

예를 들면 미술품 대여 갤러리를 열거나 이벤트 카탈로그 역할을 하는 극장형 로비 공간 이외에도 멀티미디어 음악 청취 공간, 정보통신기술 교육공감, 디지털 게임 공간 등 개인이 다양한 미디어와 체험공간을 선택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독특하고 개성적인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 가정집 서재나 거실 분위기가 나는 암스테르담 도서관 내부 공간.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도서관과 마주한 광장에는 장이 선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도서관 식당에 가서 요기를 하거나 커피를 마신다. 미디어자료실에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기도 하며 어린이도서관에서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쇼핑을 하는 것처럼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지식과 정보를 탐험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활기찬 공간인 것이다. 또한 도서관 로비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거나 무료 전시회를 보고, 각종 문화 행사를 홍보하는 팸플릿을 모아 놓은 부스를 구경한다.

도서관이 시장을 품은 광장의 일부로, 그저 책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도시의 다양한 삶이 만나는 ‘도시의 거실’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도시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슈퍼마켓을 연상시키는 책바구니가 방문자를 맞이하는 렐리스타트 공공 도서관 입구. '지식을 바구니에 담아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신승수 교수는 “도서관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지식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 슈퍼마켓처럼 편하게 드나들며 이것저것 둘러볼 수 있는 ‘슈퍼 라이브러리’ 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오케이(DOK) 도서관은 ‘Libray Concept Centre’라는 별칭에서 드러나듯이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도서관이다. 특히 레저와 교육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와 미디어를 향유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극장과 상업시설, 주택과 붙어 있는 이 도서관의 로비에는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가끔 디스코장으로도 변한다. 책이 아니라 ‘사람이 컬렉션이다’는 모토 아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즐거운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혁신적인 도서관 건축을 보여주는 네덜란드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은 라이프 스타일별로 테마화된 ‘스포츠’, ‘취미생활’, ‘예술’, ‘신문 및 잡지’ 등으로 나눠진 서가 구성방식을 적용했다. 또 슈퍼마켓에 쓰이는 책바구니와 셀프서비스 부스, 공항에서 쓰이는 신간 전시용 트롤리(trolley), 쇼핑몰 조명 및 신호체계를 사용해 방문자들에게 친숙함을 더한다.

▲ 렐리스타트 공공 도서관의 신간 전시용 트롤리.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영국 공공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
‘아이디어 스토어’ 주민 의견 충분히 반영
카페·쇼핑몰 같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공간

오늘날 도서관은 마치 슈퍼마켓이나 쇼핑몰, 카페처럼 편안하고 일상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국내외 각광받는 도서관들은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는 즐거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국의 공공도서관은 길거리 상점, 시장, 슈퍼마켓의 주차장 같이 좀 더 일상적인 상업 공간과 연계되는 추세다.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자 도시 재생의 견인차로 이해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공공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자 도시재생의 견인차로 이해되고 계획되는 것과 관련이 된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와 결합된 공공 도서관이 늘어나고 있으며, 커뮤니티 기능은 교육, 복지, 문화, 스포츠 등으로 확장됨에 따라 도서관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담아내는 삶의 인프라도 변하고 있다.

▲ ▲ 암스테르담 공공도서관의 무대 객석 형태로 만들어진 계단식 잡지부스. 책을 보관한다기보다는 전시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런던의 남동쪽 페캄 라이스테이션 근처에 자리한 페캄 도서관은 작은 규모의 교육시설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이뤄냈다.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은 런던의 강북에 위치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전형적인 빈민가이다. 또한 런던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 커뮤니티나 기반시설도 열악한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페캄 도서관이 탄생했다. 거실 같고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 설계가 이곳의 특징이다. 도서관을 상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일상 공간과 결합한 것도 관심을 끈다.

이스트 런던의 화이트채플 ‘아이디어 스토어’도 도서관과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름을 봐서는 도서관인지의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이곳은 엄연히 공공 도서관이다. 아이디어 스토어는 아이디어를 판다는 도서관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아이디어 스토어는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오가는 경로에 도서관이 있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바람을 적극 반영했다.

▲ 아이디어 스토어 보우의 내부. 리셉션 카운터 및 카페.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선진화된 도서관 정책으로 유명한 이곳은 기존 도서관 건물을 증축, 재개관 한 이후 방문자 수가 3배나 늘었다. 이용률을 높이는데 공간 환경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하는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쇼핑몰을 연상시키는 아트리움과 에스컬레이터, 디스플레이 방식이 인상적인 알메르 공공 도서관도 있다.

처음부터 상가의 일부처럼 보이게 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이곳은 우리의 문화센터처럼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는데, 매년 900여 개에 달하는 강좌가 진행된다. 이 강좌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1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의를 듣는다.

이런 풍경들은 여수를 비롯해 기존 국내 도서관 건축물들이 갖고 있는 일률적이고 정형화 된 틀을 어떻게 벗어나게 해야 할지, 향후 여수시립도서관의 가장 큰 숙제로서 고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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