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립현암도서관 향토자료실.

접근성 한계 극복 위해 인근에 문화시설 등 유인요소 필요
대표 도서관은 지역의 역사와 미래상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여수에는 공공도서관 8곳(시립 6곳, 대학도서관 2곳), 작은도서관이 38곳(2014년말 기준), 이동도서관 2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표 도서관이 생긴다는 것은 이들 공공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의 정책도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시립도서관을 대표하는 도서관은 ‘도서관의 도서관’으로서, 여수시의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고 지역 내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도서관 관련 정책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민 피부에 와 닿아야 한다. 아무리 멋있는 건물을 짓고 콘텐츠를 다양화해도 시민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단번에 다양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곳들이 인기가 많다. 각광받는 도서관들이 도심 내 미술관, 박물관 등 타 문화시설과 연계하거나 상점, 쇼핑몰 등 다른 유인요소를 끌어들이는 이유다.

시립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인근에 다른 문화시설이나 관련 업종, 유인요소가 될 만한 시설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현재 쌍봉·현암·돌산 등의 시립도서관들은 접근성이 다소 낮아 관련 문화시설들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수시가 계획하고 있는 시립도서관 옆에는 노인종합문화회관과 평생학습센터가 함께 들어설 예정이며, 웅천지역에는 문화예술공원인 예울마루와 웅천공원 등이 있어 다른 시립도서관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다.

하지만 도서관의 이용객이 많은 것은 도심 한가운데 있어 단지 지리적 접근성이 좋다는 것만은 아니다. 도심 등 위치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자체도 대단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 서울시가 대표 도서관으로 건립해 2012년 문을 연 서울도서관 내부. (자료출처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2012년 개관한 서울도서관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국내 도서관의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도서관의 트레이드마크인 로비는 어딘지 디오케이 무대형 계단의 느낌과 비슷하다.

서울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근대문화재이면서 내부도 벽면서가 등 아름다운 가구로 공간을 구성했다. 전망 좋은 옥상정원도 주목받았다.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책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도서관 건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 도서관은 지역의 역사와 미래상을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서울의 정독도서관, 국내 유일 UN자료 기탁도서관인 인천의 미추홀, 디자인&IT전문 도서관을 표방하는 네이버도서관처럼 특색 있는 테마와 콘텐츠로 차별화하고 있다. 대표 도서관으로서 정체성과 성격에 대한 연구가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수를 대표하는 시립도서관 건립을 앞두고 지역 도서관이 제 기능을 찾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체계적인 연구도 병행할 필요도 있다.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최근 도서관이 영화, 미술전시, 다양한 책 관련 활동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만큼 시립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적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 미술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도서관에서 책에 코를 파묻고 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등 다른 성향을 보인다. 음식물 반입금지, 정숙 등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카페 형식 등의 새로운 서고를 마련하고 디지털자료실을 확대하는 등 변화에 능동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슈퍼 라이브러리>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최근의 도서관들을 통해 미래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서울시가 대표 도서관으로 건립해 2012년 문을 연 서울도서관. (자료출처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도서관 기획부터 발주·설계·시공·유지관리
행정과 전문가, 시민 합의 등 공유 필요

<슈퍼 라이브러리>는 건축가들이 쓴 책인 만큼 도서관 건축의 설계와 내부 공간 디자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결론에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제안도 곁들여 있다. 기획에서부터 발주, 설계, 유지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전략을 세우고 이를 조직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는 행정과 전문가, 시민의 합의 그리고 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좋은 도서관들은 건축가의 설계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조사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슈퍼 라이브러리>는 좋은 도서관, 좋은 건축, 좋은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 사회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소위 토건족(土建族)이라고 불리는 건설 중심의 공간 경영체제가 갖는 문화적 한계를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기획, 발주,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조직하고 디자인해 전문가 및 시민이 공유하고 합의한 계획을 구현시키는 과정으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에, 자본을 가진 대형 건설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값싼 디자인, 공사하기 쉬운 무난한 디자인이 환영 받는다.

또한 사회적 합의와 비전 공유를 위한 기획단계가 부재해, 여러 가지 이해 관계자의 파워 게임은 디자인 방향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조악한 공간으로 귀결되기 쉽다는 것이다.

▲ 시애틀 도서관 내부. 혼합실(Mixing Chamber)에서 내려다본 접지층(Living Room)의 거실 풍경. (자료제공 사람의무늬)

<슈퍼 라이브러리>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우 생활밀착형 공공 공간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유형의 디자인 기획과정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국내는 이 같은 기획과정이 행정가 혹은 특정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한 차림으로 동네 앞 슈퍼마켓에 들러 이것저것 일상용품을 둘러보듯 정보와 경험을 마주칠 수 있는 공간,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푸는 지배적인 사용자가 군림하는 독서실 도서관이 아니라, 떠들고 웃고 이야기하면서 참말로 다양한 종류의 공간사용, 정보사용, 콘텐츠 사용의 현장 속에 빠질 수 있는 곳, 바로 이런 모습의 공간이 <슈퍼 라이브러리>를 출간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여수를 대표하는 도서관 역시 공공 공간을 슈퍼마켓을 드나들 듯 자주 드나들며 지식을 발견하고 시민이 서로 소통하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인의 삶을 성장시키는 공간, 시민의 정신적인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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