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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노점상-상인-행정-시민’ 모두 웃는 길 찾아야“노점상은 공생 관계”…정비 방식 시각은 엇갈려
“강력한 지도단속과 노점상인들 지킬 건 지켜야”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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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08  11: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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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 광주은행 앞 인도에 있는 노상 적치물.

모든 노점상은 불법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강제철거’ 대상이지만 이들도 시민이고, 생계형이 많다보니 무작정 단속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노점상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막무가내 단속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과 노점상은 엄연한 불법인데 지자체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속을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임차료·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가 주인이나 가게 업주 등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노점상에 대한 불만 민원은 꾸준하다. 이와 함께 도를 넘어선 일부 노점 상인들의 행태는 보행권 침해는 물론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노점상이 많으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과 노점상으로 인해 정작 임대료와 세금 등을 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가 뒤섞여 있다.

지난 6일 만난 여수 서시장의 한 상인은 “노점상이 없는 전통시장이 시장이냐. 도로변에서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많아지지 않겠냐”며 “공생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상인은 “월세에 세금 내고 장사하는 우리는 뭐냐”며 “물론 힘든 노점상이 더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게보다 장사 잘 되는 일부 노점상을 볼 때면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보니 상점을 가지고 있는 일부 업주들은 노점상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상인들은 장날(5일장)의 경우 외지 노점상과 겹치는 품목 때문에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 서시장 인근 노점상과 적치물.

이런 이유 등으로 노점상 정비 방식을 놓고도 상인들 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보행권과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노점상은 현재처럼 시장 주변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난 2012년 박람회 때처럼 인도가 아닌 유도구역 등 지정 장소에서 노점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노점상인은 “80~90년대 여수 수산업이 호황일 때 오천지방산단의 쥐치포 공장 등 구도심 지역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수산업 침체 등으로 벌어먹을 게 없고 나이가 들다보니 마땅히 할 만한 게 없다. 그러다보니 노점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노점상 수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화양면, 돌산 등에서 농사를 직접 지어 시장으로 가지고 나오는 상인들도 상당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2년간 이 일대에서 부부가 함께 노점상을 했다. 노점상 수가 늘어 장사가 예전만 같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점상인 단체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여수시가 밀어붙이기 전에 상인들과 협의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 노점상인은 “노점상이 인도와 차도를 점령하고 있다. 보행자들이 겨우겨우 지나다닐 정도다.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지킬 건 지키며 장사를 해야 하는 데 같은 상인이 봐도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며 “질서유지와 청결, 안전을 위해서라도 여수시의 강력한 지도·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시민의 의견은 걸어 다니기에 다소 불편하지만 그래도 시장은 북적북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시민은 “노점상들이 물건을 인도는 물론 횡단보도나 차도에 놓는 바람에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서는 행정이 강력하게 지도단속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앞서 노점 상인들도 지킬 건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시민에게 불편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교동시장과 KT건물 사이 다리에 있는 노상 적치물.

여수시도 할 말은 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1일 오후 여수 교동시장 앞에서 불법 쓰레기와 노상적치물 지도·단속을 벌이던 여수시 관계자는 “보행권과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도·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불법 쓰레기 등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면 사무실까지 쫓아와서 고함을 지르는 등 항의를 한다. 그러기에 앞서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점상 문제는 영원한 딜레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시내 주요 도로 및 시장 주변에 무질서하게 난립해 있는 노점상과 노상적치물을 정비해 쾌적한 도시미관 조성과 시민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강력한 불법 노점 정비방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현재 차도를 중심으로 지도·단속을 펼치고 있으며, 시민을 대상으로 노점상 단속과 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일각에는 통행불편과 가로환경을 저해하는 점에 방점을 둔 노점에 대한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도시 관리 차원의 새로운 정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점을 실직 등 사회적 문제로 발생한 도시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점은 본질적으로 빈곤의 문제이고,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노점을 ‘도시의 공간을 둘러싼 문제’로 접근하자는 시각도 있다. 노점이 불법으로 간주돼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도시에 대한 권리’로 접근하면, 노점상들도 충분히 거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도시공간은 다수의 시민이 함께 만든 집단적 작품이기에 모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점상, 상인, 여수시, 시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교동시장 풍물거리의 포장마차 인근 주택가에 파손됀 포장마차 등이 방치되면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서울·창원·울산시…생계수단 보호, 자구적 실업대책 인식
반발·논란 있지만 제도개선 등 행정-상인들과 대화 지속

몇몇 지역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 2013년 서울시는 노점상 관리 자문을 전담하는 ‘거리가게 상생정책 위원회’을 운영, 노점상 관리를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통과 상생의 노점관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생긴 변화다. 자문단은 서울시의원, 공무원, 도시계획 전문가와 전국노점상총연합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2개 노점상 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는 지난 2007년부터 노점상특별대책에 따라 무질서하게 널린 노점을 정비하고 이를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노점상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조율한 끝에 노점은 장사가 가능하게 됐고, 성북구는 거리 정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노원구도 기업형 노점과 생계형 노점을 구분하고, 기업형 노점상에 대해서는 강력히 철거하되 생계형 노점상은 합법화 한다는 내용의 ‘노점상 허용구역제’를 실시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의 경우엔 상인회가 도·시비 1억원을 들여 노점상인들에게 시장 약초골목으로 자리를 양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어시장 보도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면서 상인회와 노점 간 갈등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인회가 이들에게 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 교동시장 인근 인도에 있는 노상적치물. 여수시가 지난 1일부터 차도 구역 노점상과 적치물에 대해 강제 철거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울산시의 사례도 주목된다. 울산시가 11년째 시행 중인 노점관리 대책은 정부에 의해 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울산시 중구청은 지난 2003년 8월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점상 실명제 및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개인별·장소별 관리체계를 통해 잠정허용구역에 대해 노점을 규격화하고 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허가를 받은 노점은 사진과 이름이 적힌 명판을 가판대에 부착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러면서 주변 상권에서 노점으로 인해 발생되는 영업 손실이나 통행 불편에 따른 민원이 확연하게 줄었고 저소득층 자활능력 배양, 기업형 노점 억제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노점상이 누군가에게는 주요한 생계수단이며, 고령층 등을 위한 자구적 실업대책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시행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노점의 무단점유를 점용허가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행방안에 따른 이해관계가 얽혀 서울과 울산시 모두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했고, 지금도 반발이 존재하는 가운데 논의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점상을 모두 근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며 노점상의 완전한 근절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여수시가 ‘인권’의 측면에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상생방안을 강구하면 더디더라도 분명히 노점·지자체·시민 모두가 상생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용두사미로 그친 여수시의 노점상 정비 정책이 이번에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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