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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계획도 없는 여수시 문화예술정책 ‘사상누각’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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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3  09: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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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행복지수’ 높이려면 문화예술 정책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변화 절실 ‘큰 그림’ 필요

총체적 진단과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
뼈대는 문화예술 기본계획과 중장기 발전계획

문화융성의 시대를 맞아 지자체들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관광산업과 연계하기 위한 문화와 예술 활성화 전력투구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마다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해 키우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 출신 인물 활용, 대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최첨단 문화시설물을 조성하거나 영화, 연극 등을 전략적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즉, 문화예술을 도시발전의 주요 원동력으로 삼고, 도시발전을 견인하는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수시가 관광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궁극적인 목적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도시 발전과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여수를 방문한 관광객도 행복해야 하지만 이곳에 사는 시민이 더 행복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역대 민선 시장들과 민선 6기 주철현 시장은 국제적인 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며 관광분야에 집중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거나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시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제 개발과 성장의 논리로만 도시를 발전시키거나 시민 행복 지수를 높이겠다는 발상은 지양해야 한다.

예전부터 그 도시의 문화예술 분야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관심의 정도에 의해 그 투자의 질·양과 우선순위가 결정돼 왔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치적 사업이나 공약에 밀리기 일쑤였다.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로드맵이 필요한 문화예술인 육성이나 콘텐츠 발굴 등 생태계 조성에는 소홀한 측면이 크다.

문화예술이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는 게 현실이지만 시민의 ‘행복지수’를 올리는데 있어서 가장 큰 ‘한계효용’을 지닌 것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이는 관광객들에게도 해당된다. 관광과 문화예술의 접목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여수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사업 대상 도시로 선정돼 5년간 원도심 지역에서 버스커(거리공연 예술가) 공연을 진행한다. (사진 여수밤바다 홈페이지)

여수시는 수산업 활성화로 수산중심의 항구도시이며, 국가산단이 들어서면서 산업화 시대 경제발전과 사회간접자본의 구축 등 경제정책에 우선해 발전됨으로써 문화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단체 중심의 지원정책, 일회성 이벤트·소모성 행사 지원 등 지엽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예술작품과 예술인 육성,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로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문화예술 정책의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려면 거시적 안목에서 문화예술정책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수시의 변화를 주도하는 한 부문에 문화예술정책을 포함할 정도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아니 거꾸로 문화예술정책이 관광과 경제의 핵심 사업이 돼 여수의 변화를 주도해야 할 시점이다. 기형적인 문화예술 인프라를 다시 점검하고 다른 도시에서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문화적 기반을 창조해내는 고난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수를 ‘품격 있고 따뜻한 도시’로 만들려면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실현할 중심 뼈대가 바로 문화예술 정책 기본계획과 중장기 발전계획이다.

하지만 여수시의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문화예술 기본계획이나 중장기 발전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여수시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시, 인식 너무 안이”
지역예술인들 활동 생태계 조성 절실
공무원 전문성 부족·잦은 인사도 문제

급박하게 전개되는 국내 문화생태계에서 기본계획조차 없이 문화예술정책을 추진해왔다는 것은 그동안 사상누각(砂上樓閣·모래 위에 지은 집)을 세운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본계획은 시가 추진할 주요 문화예술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예술 분야를 개선·발전시킬 수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문화예술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아주 중요한 과업이다.

여수는 전남 제1의 도시라면서 군 단위 지자체에도 있는 박물관, 미술관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예술촌, 민속박물관 등이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활용도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GS칼텍스 조성한 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가 있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정도다.

그렇다고 내세울만한 문화예술 콘텐츠도 없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작해 박람회 기간 중에 지역예술인들이 공연한 창작오페라 <귀항>과 창작 가무악극 <오돌레>는 시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작품성 강화와 공연 정례화 등을 통해 대표 문화예술 콘텐츠로 육성한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귀항>은 지난해 7월 재공연하기도 했다.

<귀항>은 17세기 중엽 조선시대와 여수 종포 바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네덜란드 선원들과 전라좌수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적이며 향토색 짙은 종합예술로 평가 받으며 제5회 대한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오돌레>는 다도해의 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을 해적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섬 주민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삶, 사랑 등을 표현했다. 매년 약 1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로써 문화예술 콘텐츠 측면에서 상설공연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창작오페라 <귀항>은 17세기 중엽 조선시대와 여수 종포 바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네덜란드 선원들과 전라좌수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적이며 향토색 짙은 종합예술로 평가 받으며 제5회 대한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사업 대상 도시로 선정돼 5년 간 43억5000만원을 투입, 원도심 지역에서 버스커(거리공연 예술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이 특정 계층에 한정돼 있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거의 배제돼 외지 문화예술인 잔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 육성 측면에서 진지한 고민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여수시는 지난 7월 초 도립미술관 유치에 실패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유치를 장담한 자만과 치밀하지 못한 준비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 이가 많다. 시는 또, 최근 남도예술고 유치에 뛰어들었다. 순천시가 2011년도부터 준비해온 것과는 비교된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 정책의 로드맵(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 기준 등을 담아 만든 종합적인 계획)이 없는데서 기인한다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A씨는 “여수시가 장기적인 비전과 명확한 기본계획 없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휘청거리는 모습(도립미술관 유치 실패 등)을 보이고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확한 방향과 목적을 설정한 후에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행정의 자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예술인 B씨는 여수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여수시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본계획이 없는데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중장기적인 비전 없이 누가 하면 따라 하기 바쁘다”고 일갈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여수시는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낙연 지사의 슬로건처럼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 즉 ‘청년이 돌아오는 여수’를 만들려면 일자리가 최우선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청년들이 여수로 오지 않는다. 관련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게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주민자치센터나 평생교육원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 강사 면면을 보면 실제 전공자는 별로 없다. 취미로 배운 이들이 많다. 초·중·고·대학 등에서 문화예술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여수에서 활동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 지역의 인적네트워크가 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본계획이나 중장기 발전계획이 없는 여수시 문화예술 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지역 문화예술인 생활실태조사,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 기초 생활지원 강화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리가 없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하고 그들의 생산 활동이 지역민들의 생활 현장에서 녹아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이는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여수시 문화예술 담당 공직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자주 바뀌는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지역 문화예술 단체 간부 C씨는 “문화예술 분야는 전문성과 역량, 거시적 안목, 책임감 등이 요구된다. 최소한 문화예술 마인드를 갖춘 인사가 배치돼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업무를 익힐만하면 인사이동으로 가버린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문화재단 설립 등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한옥자원활용 상설공연’인 마당창극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는 3년 연속 전회 매진 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순천시 1999년 조례 제정, 전주시 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도 제정
여수시 최근에서야 조례 제정…내년에 중단기 종합계획 수립 계획

순천시는 지난 1999년 ‘순천시 문화예술진흥 조례’를 제정해 역사, 문화, 예술의 진흥에 관한 정책개발과 조사·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순천시문화예술진흥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문화예술사업을 단계별로 지원·육성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2003년 ‘문화예술진흥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한 이후 두 번째로 2012년 2020년을 목표로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웠다.

울산시도 2004년에 이어 지난해 초 중장기계획을 재수립했다 울산시는 캐릭터 마을, 어린이 플레이파크, 테마형 숙박시설, 만화상영 극장, 청소년 만화캠프 등으로 이루어진 ‘만화테마파크’ 조성을 계획 중이다.

이외에도 성곽박물관 건립을 비롯해 시립미술관 건립, 오영수 문학촌 조성, 처용설화공원 조성, 우리동네 문화예술사업단 발굴 및 육성,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사업, 지역출신 문화예술인 귀향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주시는 올 4월 ‘문화예술진흥 및 예술인 복지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역 문화예술 육성뿐만 아니라 예술인 복지 증진도 포함시켜 진일보한 조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조례는 문화예술진흥 및 예술인복지증진계획 수립·시행, 문화산업의 육성·지도, 문화 소외 계층의 문화예술복지 증진을 위한 시책 발굴 등 외에도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사항, 예술인 복지증진 사업 및 문화예술 창작 공간 지원 등을 예술인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한 재정적 지원 근거 등도 포함했다.

여수시는 지난달 18일에서야 ‘여수시 문화예술진흥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여수시 문화예술 중단기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문화예술사업의 단계별 육성에 주력하도록 하고 있다.

국어·인문학 관련 사업, 우수 예술지·문학지 발간 및 백일장 대회, 문학상·미술상 및 음악상, 청소년·노인 및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 사업, 미술·음악·무용·연극·영화·연예·국악·사진 등의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문화예술진흥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내년에 문화예술 중·단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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