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궁금한가 보다. 하긴 워낙 비판적인 글이 많다 보니 배후가 의심스러울 법도 하다. 아닌 것을 보고, 아니라고 얘기하는데도 이제는 그에 합당한 배후가 있어야 될 모양이다.

시민들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비판받는 입장에서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적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쩌나. 동부매일의 배후는 아무 힘도, 아무 빽도 없는 우리 소시민인 것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의 1조 2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조항을 ‘여수의 모든 주권은 시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뜻이 과연 지역에서 똑바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우리 신문이 일관 되게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다. 일을 하되 어둠 속에서 일하지 말고, 밝은 곳에서 일해 달라는 것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달라는 것이다. 웅천터널과 웅천인공해수욕장의 예산낭비 문제를 집중 거론했을 때, 여수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해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결국 올해 예산이 없어 웅천택지 공사비 415억원 전액이 삭감돼 공사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허위 왜곡 보도(?)’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국동항 문제도 결정하기 하루 전까지도 여수시는 어민과 협의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사업은 강행 처리됐다. 이 문제를 놓고 김병일 박람회 사무총장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이상 없다는 보고를 해서 통과시켰다고 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여수시에서 수협과 원만히 해결되어 이의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러한 보고를 했다고 하고, 여수시는 농림수산 식품부에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어민들의 극한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서로가 “내가 하지 않았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이래저래 지역의 갈등만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문은 곳곳에 불이 난 것을 보고 “불이야!”하고 외치고 있다. 굳이 죄가 있다면 그 말을 나긋하게 속삭이지 않고 다소 큰 소리로 외쳐댄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 지른 사람이 오히려 ‘시끄럽다’고 한다. “너 배후가 누구냐?”고 묻는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앞으로 불이 예상되는 곳이 또 있다. 박람회 사이트 이주민 문제다. 불이 붙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불이 붙으면 큰 불이 예상되는 곳이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소통과 신뢰에 금이 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리더상은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냥 착한 마음으로 시민들을 섬기고, 공무원들을 아끼는 겸손한 리더였으면 좋겠다.
공무원들을 대할 때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당신들은 일만 열심히 해 달라”고 얘기하며 부하 대신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내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만큼 사회의 어떤 부정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부패추방’을 선언할 줄 아는 그런 청렴한 리더였으면 좋겠다. 지역의 행사장만 쫓아다니는 바쁜 리더가 아니라 이 땅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행사장이 아닌 중앙정부를 찾아다니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는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사업을 해도 시민들과 충분히 협의한 후에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사업을 진행하는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나를 낮추는 것이 결국 나를 높이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면서 시민을 섬기고, 공무원들을 섬기는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이 땅에 리더가 살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 그곳에서 그들을 보듬고, 그들의 애환과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그런 따뜻한 리더였으면 좋겠다. 정치인의 권력이라는 것은 일장춘몽이다. 권력의 문고리를 잡은 이들은 잠시 하늘 한가운데 보름달로 둥실 떠 있는 모습과 같다.
그러나 그 보름달은 하늘에 뜬 기간의 덧없음을 깨닫지 못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 공중에 계속 떠 있겠다고 고집해도 허락될 리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권력이 생긴 즉시 지혜와 인격도 생기고, 보름달이 됐을 때 교양과 품위가 생겨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리더의 철학 빈곤은 시민들에게 배고픔 이상의 고통이 된다. 시민들은 배가 고파도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지겠지’하는 희망이 있으면 오늘을 견딜 수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시민과 소통하는 일이다. 자기 확장의 욕망이 강한 사람일수록 남들과 소통하는 일에 미숙하다. 소통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이들을 인정하기 싫거나, 자기 확신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오만과 독선’이라는 부정적 어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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