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

▲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토네이도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토네이도

의회자료실에서 제목이 솔깃해서 가져온 책 중에 하나가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를 그린, 잘생기고 유명한 만화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현세가 쓴 이 책이다. 아마도 나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에,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자서전의 성격을 띤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저자 이현세의 인생도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빨갱이 집안 출신으로 인한 연좌제의 족쇄, 미대진학을 포기하게 한 색약판정, 큰집에 양자로 입양된 불우한 어린 시절 등을 극복하고 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우뚝 선 그의 인생사는 드라마틱하다.

제목이 얘기하듯이 이현세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험난한 인생을 개척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은 받아들이고,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열정을 불태워 노력했다. 이것이 이현세의 삶에 대한 태도였다.

저자는 ‘러너스하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며 몰입을 강조한다.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이 있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말하는데 이때의 느낌은 마약과 같은 약물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상태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몰입의 세계에 도착하면 몸과 마음에서 흥이 난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새벽이 오는 것조차 망각하고 만화그리기에 몰입하는 그의 모습이 오늘의 이현세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소위 카페인이라 불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SNS, 문자 확인, 전화통화 등으로 잠시도 스마트폰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나에게는 몰입이란 쉽지 않은 일이고 따라서 성공(?)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일지도 모른다. 근래에 밤새워 무슨 일이든 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현세라는 작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든 것은 옳고 정의로운 것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실천이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만화를 그렸다고 부당하게 탄압하던 권력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기개와 결기가 부럽다.

300만원의 벌금을 인정하면 조용히 끝날 일이었건만 6년간의 법정투쟁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싸워 무죄를 이끌어 낸 그가 진정 이 시대의 영웅이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 역사는 발전하고 세상은 돌아간다.

나는 어떤가? 지천명의 나이건만 작은 일에도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사소한 것들에 불끈하는 일이 있다. 정작 화를 내고 나서야 할 때에 주저하고 침묵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이현세 작가처럼 불의와 부정에 대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맞서 싸울 자신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자신이 없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묵향과 연필냄새, 밤샘 작업 후 새벽에 배달된 신문의 휘발유 냄새를 좋아하는 이현세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좋아하고 아직도 그 방식대로 살고 있다.

그렇게 사는 그가 좋다.

▲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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