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봄이다. 벌써 반 년째 주말과 휴일을 잊고 살아간다.
“당신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 아내의 넘치는 잔소리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된지 오래다.
고교생 중 22%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1분 미만'이라고 청소년 백서에 나와 있다. 이제 나도 어엿한 그 멤버가 되었다.
입이 튀어나온 가족들에게 아빠는 이 세상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수많은 일 가운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것을 하는 것이라고, 양해 아닌 양해를 구한다.
이렇게 가정에서조차 리더 한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가족 전체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오늘도 권위를 내세워 가족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들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아랫사람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독선적인 지시로 끝내는 독불장군형이 있고, 아랫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리는 대화형이 있다.
독불장군형 리더는 부하들을 일방적으로 따라오게 하다가 공멸할 공산이 크지만, 대화형 리더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결정하므로 공생관계가 된다.
부하들이 정책을 보고 따라오는지, 리더가 가진 힘 때문에 쩔쩔매며 따라오는지 리더는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조직에서 대화의 채널을 잃어버리면 결국 독선으로 빠지는 것이다.
독불장군형 리더십을 지금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는 사람이 이명박대통령이다.그의 통치철학과 같이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은 언젠가는 결국 동맥경화에 걸린다.그래서 리더들의 귀는 당나귀처럼 늘 크게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은 자기의 생각이 혹시 잘못된 확신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거느린 식구가 많은 리더일수록 더 그래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마르고 닳도록 리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후 변해버린 초라한 모습이 지금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내 임기동안 모든 것을 다 할 것 같지만, 내 임기가 아니라 다음 리더를 위해서, 또 그다음 리더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리더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리더이다.
요즘 들어 우리 신문에 너무 직설적인 논조가 많다는 우려를 해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말이라는 것은 비틀면 자꾸 꼬이게 마련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말을 비틀지 않고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꾸준히 독자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말에 말없이 수긍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지식인이란 온갖 모순과 갈등이 뒤엉킨 사회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그 진실을 옹호하고, 그 진실을 실천하고, 그 진실을 전파하는 존재여야 한다" 작가 조정래 씨가 대하소설 '한강' 전 10권을 탈고하며 밝힌 말이다.
이러한 리더와 지식인이 많아질 때, 우리사회는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늦은 밤, 달빛이 창을 두드린다. 꽃잎 사이사이 겹겹으로 스며든 달빛 속에 서 있으면 착하게 살다 떠나는 거룩한 영혼들의 진혼곡이 말없이 전해져 온다.
오늘도 여전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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