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999년 개발 해놓고 현재 거의 사용 안 해
관공서·관광안내 표지판·유적지 등 글꼴 제각각
상징성·차별성 없어…도시 통일성·미관 해치기도
시각적 질서·정체성 가진 통일된 전용 글꼴 필요

▲ 관광·도로 안내표지판 등 여수시의 공공디자인 영역에 쓰이는 글꼴이 기준이 없다보니 도시 통일성과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용 글꼴이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적극 활용되는 추세이다. 전용 글꼴은 공공디자인 등에 활용해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도시 정체성을 각인시킬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 해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글꼴(폰트·서체) 저작권이다. 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글꼴 무단사용 문제로 소송을 당하고, 손해배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전용 글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추세이다.

전용 글꼴은 브랜드 슬로건이나 캐릭터 개발 등 도시 상징디자인 작업의 일환으로 개발한다. 기업이미지 통합전략(CIP corporate image identity program)은 기업이나 공공단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체계화 또는 단일화해,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인식시켜 기업이나 공공단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한 경영전략을 말하는데 요즘은 지자체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전용 글꼴을 도시 브랜드 슬로건, 캐릭터 등과 함께 도시의 정체성 확립과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도시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런던은 런던서체, 파리는 파리진 등 세계 유명 도시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 등 안내 표지판과 도시 홍보물엔 그 도시만의 시각적 질서 및 정체성을 가진 통일된 전용 글꼴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공공디자인 개발 붐이 일면서 전국의 지자체들은 전용 글꼴과 캐릭터, 브랜드 슬로건 등의 통합이미지 디자인을 개발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도시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서울서체(한강체 4종, 남산체 4종 등) 19종을 개발했다. 서울시는 도시디자인은 물론 휘장과 브랜드, 상징물, 슬로건을 전용 글꼴로 통일시켜 국제화시켰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공공 시각매체는 물론 민간 시각매체까지 전용 글꼴로 통합하는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체, 광주시는 광주체, 전북은 전라북도체, 순천시는 순천체, 양평군은 양평군체, 예산군은 추사사랑체, 김제시는 김제체, 장성군은 장성군체 등의 전용 글꼴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 글꼴들은 무료로 배포돼 공공디자인은 물론 사업자, 디자이너,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 제주도는 ‘제주한라체’를 개발해 공공디자인 기반 조성을 위해 공공시설 안내판과 특산품, 옥외광고물, 공공버스, 가로등, 가로시설물, 각종 홍보 인쇄물에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한라체’를 개발해 공공디자인 기반 조성을 위해 공공시설 안내판과 특산품, 옥외광고물, 공공버스, 가로등, 가로시설물, 각종 홍보 인쇄물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상징체와 제주전용서체를 구분해 개발했다. 제주전용서체는 제주고딕, 제주명조, 제주상징체의 국문 3종과 영문 3종으로 제주고딕은 공공시설 안내판의 제목과 본문에, 제주명조는 공공시설 안내판의 본문과 각종 홍보 인쇄물 본문에 사용하고 있다. 제주상징체는 유적지, 관광지 간판, 인쇄물의 제목 등에 쓰이고 있다.

순천체는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의 친절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읽기 쉽고 친숙한 디자인으로 순천의 자연 생태, 문화 유적지 등의 사인물에 적용하고 있다.

예산군의 추사사랑체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체를 토대로 제작했다. 추사 관련 문화상품과 지역 농식품, 관광 홍보매체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아산시의 경우 서체 디자인 전문 업체와 ‘이순신체’(제목용 1종, 본문용 1종)를 공동 개발해 개인, 학교, 공공기관 등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영상 및 인쇄매체, 웹과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와 용도에 제한 없이 활용 가능하다.

‘이순신체’는 충무공이 생전에 썼던 난중일기의 한문서체에 기반을 둔 한글 디지털폰트로 이순신 장군 한문서체의 주요 특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개념을 접목시켰다. 서체의 기본은 이순신 장군 필획의 특징을 잘 나타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문구를 참조했다.

전남도와 인천시도 준비 중이다. 전남도는 그림문자로 사용해오던 CI 서체를 PC상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라남도 전용서체’로 개발하고 있다. 한글과 영문의 볼드체와 레귤러체 등 총 4종으로 약 2600여자를 개발해 다양한 디지털 시스템 환경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공문서 등에 쓰이는 굴림체는 ‘나루체’라는 일본서체가 우리나라에 건너와 한글과 접목해 만들어진 서체로 알려져 있다.

▲ 여수시는 지난 1999년 9340만원을 들여 심벌과 마스코트, 전용 글꼴 등 상징디자인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글꼴 하나로 도시에 대한 인상 결정
공공 시각매체 통합체계 구축 필요

전용 글꼴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효과적인 정보 전달 및 시각적 통일성을 위해서도 색상과 함께 고려돼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글꼴 하나로 도시에 대한 인상이 결정될 수 있다.

이에 여수시도 지역의 상징성과 문화적 고유성을 살려 해양과 산업, 문화, 관광도시에 어울리는 공공 시각매체의 통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는 개발해 둔 전용 글꼴이 있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 1999년 9340만원을 들여 심벌과 마스코트, 전용 글꼴 등 상징디자인을 개발했다. 당시 지정 글꼴로 한글은 견출고딕, 태고딕, 중고딕, 신명조 등을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심벌마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용 글꼴의 활용도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도시 전체의 통일성도 떨어지고, 조잡한 디자인 등으로 도시 미관마저 해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관련기사 : 여수시 공공안내표지판 글꼴 천차만별…통일성·도시미관 저해]

실제 도심 곳곳의 각종 표지판을 살펴보면 관광안내표지판, 도로안내표지판, 공영주차장 안내표지판 등 공공디자인 영역에 쓰인 글꼴이 천차만별이다. 울릉도체와 고딕체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울릉도체는 여수시의 지정·전용 글꼴이 아니다.

▲ 관광·도로 안내표지판 등 여수시의 공공디자인 영역에 쓰이는 글꼴이 기준이 없다보니 도시 통일성과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수시청 내 각종 표지판의 글꼴이 다르고 디자인도 조잡해 시각적 통일성을 현저하게 저해하고 있다. 보건소와 홍보 등 공용 차량에 새겨진 글꼴도 제각각이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동도 입구의 물품보관함, 유람선 타는 곳, 동백열차 타는 곳 등 각종 안내표지판 글꼴이 다르고, 디자인 수준도 떨어져 관광지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동도, 이순신광장 등 관광지와 공공시설에 있는 화장실 픽토그램도 통일성이 없다. 시청에서 만든 각종 인쇄물도 마찬가지로 전용 글꼴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용도에 따라 구분해 쓸 수 있는 다양한 응용 서체가 없다보니 상징성·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쓰임새가 낮은 만큼 여수시 전용 글꼴의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발에 앞서 전용 글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처럼 여수의 역사, 문화 등 기반 연구, 공문서 등 여수시 행정을 위한 전용 글꼴 개발, 여수시 공공시설물 및 공공기관 등 시각매체에 쓰이는 전용 글꼴 개발, 전용 글꼴 활용 운용 매뉴얼 제작 등이 요구된다.

여수가 국제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이상,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전용 글꼴을 통해 여수의 정체성 강화, 전용 글꼴을 통한 여수의 문화적 시너지 강화, 여수가 추구하는 도시 이미지 구축, 브랜드 파워 강화 등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관광·도로 안내표지판 등 여수시의 공공디자인 영역에 쓰이는 글꼴이 기준이 없다보니 도시 통일성과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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