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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도시에 문화를 입히다
발행인 박완규  |  pawg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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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0  14: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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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규 발행인
최근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전주 한옥 마을을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그곳의 문화와 역사를 자세히 알아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대충 보고 지나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전문 가이드를 앞세워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게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다보니 이곳 한옥마을이 과거에 느꼈던 단순한 한옥마을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가이드는 지난 한 해 동안 이 한옥 마을에만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고 평일이었는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 대부분이 청춘 남녀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곳곳에서 들리는 젊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이곳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도시에 문화를 입힌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대 청춘남녀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다니는 모습이 곳곳에서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왜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 한복을 많이 입고 다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가이드가 설명하기를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한복데이’인데 그 날이 빅 히트를 치는 바람에 평일에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청춘남녀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복을 빌려주는 대여점도 여러 곳에서 성업 중이라 했습니다.

보기에 참 좋아보였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이디어 하나가 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도시를 젊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에도 휴지나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상가의 주인들도 참 친절했습니다.

어느 민박집을 잠시 들렀더니 그 집 주인이 손수 만든 일절미를 마당에 내놓고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맛보시라 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작은 친절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 모습이 정겹고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도시의 문화를 새로이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문화는 결국 이렇게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런던과 뉴욕입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도시 또한 런던과 뉴욕입니다. 그래서 어느 조사 기관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다시 재방문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그 도시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거리마다 골목마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어서 그것을 다시 보고 느끼기 위해 재방문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관광객들은 그 도시의 크고 화려한 것에 감동한 것이 아니라 거리나 골목마다 살아있는 역사적 숨결과 소소한 아름다움, 그리고 길거리의 작은 퍼포먼스나, 무명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나, 아마추어 음악가가 길거리에서 펼치는 음악공연 등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지금 관광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은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낮은 것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한 번 방문하면 그 다음에 그 도시를 다시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시도 따지고 보면 일반 식당이나 점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방문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만족도가 떨어지면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도시를 방문했는데 별 감흥이 없고 만족도가 떨어지면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몇 시간씩 긴 줄을 서야 하고, 물가가 비싸고, 교통이 복잡하고, 경비가 많이 들고, 돌아갈 때 뭔가 남는 것이 없으면 재방문율은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도시에 기본적인 재미 외에 뭔가 보고 듣고 배울 것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도시에 역사와 문화를 입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감동 있는 스토리를 입혀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여수에는 곳곳이 이충무공 유적지입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풀이하면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호남의 상당부분은 여수입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여수가 없었으면 조선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얘기를 스토리로 전개시켜 나가면 그것이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전라좌수영의 본영이 여수에 있었고, 전쟁 중에도 이충무공께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곳도 여수입니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거북선도 여수에서 만들었습니다. 그 거북선을 앞세워서 세계해전 역사에 전무후무한 연전연승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그 유적지가 모두 여수 인근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도시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수는 조그마한 어촌으로 시작된 도시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군사도시로 이름을 알렸고, 해방을 전후해서는 우리나라 3대 무역항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우리 도시가 여기까지 오는데 왜 가슴 절절한 스토리가 없었겠습니까.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낸 여순사건도 우리는 겪었습니다. 이렇게 눈물과 감동과 슬픔과 환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도시가 여수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해상 케이블카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듣고 삽니다. 어제 만난 몇 분께서도 여수는 지금 케이블카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해서 기분이 조금 상했습니다. 도시가 이렇게 비쳐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싸구려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입니다. 다른 도시들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서 활용하는 시대에, 우리가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후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거북선 제작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념관도 제대로 만들어서 전국민들을 끌어들여야 할 것입니다. 충과 효를 보여줄 수 있는 이순신 투어를 각 코스별로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식을 깨워야 할 것입니다.

이 충무공이 전사한 노량해전 비롯해 여수 인근에 널려있는 해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서 청소년들과 국민들에게 그 역사적 사실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수백 억원을 들인 대규모 토목공사보다 백배 천배 나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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