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성벽 같은 3500호 대작 완성…21세기 인상주의 첫 시도
동백과 빛 산란 과정 입체적 표현 구상과 추상 조화 화단 ‘각광’
[인터뷰]여수 향토작가 강종열 ‘동백숲 빛의 속살을 그리다’
강종열 화백의 이번 작품에 대해 박영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는 이 같이 해석했다.
강 화백은 오랫동안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서 그림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것이 이전에는 여수라는 항구이자 선착장이었고 어부이자 바다였다면 이후 동백꽃이었고 숲이었다.
그는 보령 동백정,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신안 애기동백축제, 완도 보길도, 홍도, 제주도, 통영 사랑도, 울릉도, 대마도, 광양 옥룡사, 통영 장사도, 여수 금오도 등 전국의 동백 군락지를 돌며 동백을 왜 그려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이번 작품엔 색의 분할이나 점묘 등에 의지하지 않고 숲을 에워싼 공기와 빛의 흐름, 바람의 흔들림과 이동경로, 그 속에 겹겹이 차 있는 무수한 색채와 질감 등을 그리고자 한 작가의 고뇌가 담겼다. 몸으로, 감각으로 체득한 숲의 변화, 빛의 산란, 깊이를 지닌 숲의 내·외부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묻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망치며 영원히 어떤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자연과 직접 대립하고 있는, 자연에 있어서 가장 포착하기 힘든 면을 포착하려는 한편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외부세계를 어떻게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과제와의 치열한 싸움은 인상주의가 끝난 현재도 여전히 회화에서 중요한 문제다. 그는 더 이상의 새로운 표현 기법은 없다는 말에 늘 의문을 가져왔다. 그 질문은 예술가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림은 역시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으로 보고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봐야 한다. 깊이 파고들다보니 나만의 작품 세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다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이 그려졌고, 나 또한 그려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다나 필리핀과 동티모르의 바다는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과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가 느껴졌다. 겨울 어느 날 화실 입구에 심어진 동백나무에서 동백꽃이 툭 하고 떨어지더라. 거기에 내 모습이 투영됐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모습 같았다. 화려하게 피어 있을 때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 때가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땅에 떨어져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람도 화려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무엇보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동백꽃이 우리 국민의 정신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여수에서 태어나 줄곧 여수에서 살아온 그의 삶은 ‘여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내 작품의 모태는 고향 여수다. 우리 지역에 있는 소재로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지역 후배 작가들에게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 정서나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역 작가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인 여순사건을 어떻게 작품에 풀어갈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강 화백은 12월 8일부터 19일까지 광주 아트센터에서 개인 초대전을 갖는다. 오는 15일부터는 두 달 간 전주 오스갤러리와 아원갤러리 등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24일 서울 아트쇼 개인갤러리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내년 1월 15일부터 2주간 여수 예울마루에서 전시회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