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행위 제한·토지거래허가 지정 ‘일사천리’…의견 수렴·절차 무시
“원도심 활성화 본질은 관광객 유치보다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

여수시가 죽림지구 100만㎡(33만평)를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나 주민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요식행위로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 죽림지구를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설정하는 안을 여수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기도 전에 전남도에 죽림지구에 대한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지정을 요청했기 때문인데 짜맞추기식 개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지난 11일 열린 여수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죽림지구의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 지정안을 심의·통과시켰다. 그런데 시는 지난달 23일 전남도 토지관리과에 공문을 보내 죽림지구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도는 검토를 마친 뒤 오는 17일 전남도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를 심의할 예정인데 여수시가 죽림지구가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일 것을 전제로 전남도에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지정을 요청한 셈이다.

이날 여수시도시계획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안건이 상정된 뒤 몇 사람의 의견이 있었지만 30분 만에 이의가 없는지를 묻고 곧바로 통과시키는 등 일사천리로 처리됐다”며 “공공기관에서는 신도심 개발보다는 쇠락하고 있는 원도심 재생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의견 수렴도 요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7일까지 주민의견수렴을 위해 여수시청에서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 지정과 관련 토지소유주, 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관련 서류를 공람(供覽)하도록 했다.

공람 결과 주민, 토지소유주, 죽림지구 내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 2곳 등이 “민간개발 부지를 제외해 달라”고 의견을 냈으나 여수시 측은 “불가하다”고 답변한 뒤 4일 만인 11일 곧바로 여수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다.

여수시는 공람기간을 홈페이지와 지방신문 2곳에 공고했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주민, 토지소유주들이 공람 사실을 몰라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죽림지구의 개발 제한 구역 지정이 예고되면서 실거래가 보다 낮은 지가 형성에 따른 상대적 손실을 우려한 토지소유주 등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민간개발자가 개발에 나설 경우 평당 60만~80만원 상당의 매매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던 땅이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 지정 후 공영개발이 시작되면서 30만~40만원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죽림지구 내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 2곳도 ‘토지보상 및 협의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면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조합들은 전남개발공사와 여수시를 방문하거나 공문을 보내 매입중인 아파트 예정지의 개발제한구역 제외를 촉구 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발공사는 아파트 예정부지 등 민간 개발이 추진 중인 일부분 등을 제외한 20만㎡만 개발의 뜻을 밝혔으나, 여수시는 2009년 1종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전체 부지의 개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죽림지구 내 토지 소유자인 주민 오모(43)씨는 “죽림아파트 조합과 토지보상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죽림지구(해당부지 포함)를 공영개발 한다는 날벼락이 들려 와 지난 4일 항의 방문 했었다”며 “토지를 보유한 많은 주민들이 전혀 몰랐던 만큼 여러 주민과 함께 다각적인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아파트 개발을 추진 중인 한 조합 관계자는 “이미 민간개발이 추진 중인 곳을 무리하게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묶는 것은 불가하다”며 “수년 간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곳이니만큼 여수시와 전남개발공사 측에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수시와 전남개발공사는 앞으로 1년 6개월 정도 설계 및 협의과정을 거쳐 공영택지 개발 등 본격적인 죽림지구 개발에 나설 방침이지만 도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고, 향후 토지소유주 반발 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웅천에 이어 잇따른 신규 택지개발이 원도심 공동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여수시가 지역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중앙동 주민 김(61) 모씨는 “여수시가 원도심 살린다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율촌산단 배후단지도 아닌 곳에 신규 택지를 또 개발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원도심 활성화의 본질은 시설을 늘려 관광객을 많이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고 원도심에 사는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이다”고 말했다.

한편, 죽림지구 택지개발은 전남개발공사가 3000억원의 공공자금을 들여 신규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