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규 발행인
너나 할 것 없이 송년회로 바쁜 요즘입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올해만큼 소통이 덜된 해도 드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쪽만 보고 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체 높으신 분들도 설득은 없었고 지시와 명령과 호통만 있었습니다.

호통만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상대를 비정상이고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사회 곳곳에 갈등이 증폭 되고 있는데도 누구 한 사람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증폭시키는 모습도 많았습니다. 보수와 진보, 호남과 영남. 이러한 갈등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제 뉴스를 보니 지금 중국은 눈부신 기술력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서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과거로 회귀해서 투쟁과 싸움이 난무합니다. 그래서 요즘을 보면 흡사 망해가는 조선시대의 말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무능한 왕에 명분 싸움만 일삼는 대신들.

지난 일 년 내내 우리 사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졌습니다. 짙은 안개가 사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진흙탕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 혼돈 속에서 모두가 자기가 보고 있는 것, 자기에게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외쳤습니다.

2016년 병신년 새해의 경제 전망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수백 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만 쌓아둔 채 새로운 투자는 않고 있습니다. 곳간만 채워놓고 납작 엎드려 있는 것입니다.

한 해 100조원의 매출을 갖고 있다는 여수산단만 해도 그렇습니다. 작년에는 어렵다는 기업들이 꽤 많았습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적자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외 어려운 경제여건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올해는 속으로 표정관리를 하는 기업들이 꽤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흑자가 많이 났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잠시 경영이 어려울 때는 동네방네에 온갖 우는 소리는 다 하더니만 흑자가 많이 난 올해는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맙고 축하할 일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산단에 있는 대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흑자를 냈어도 이와 연관된 중소기업의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여수산단에 상생의 경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여수산단의 기업들이 발주하는 공사는 대부분이 최저가 입찰입니다. 어쩌다가 하나의 공사가 나오면 일거리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치열한 저가 입찰에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생고생해서 공사를 마쳤다 해도 이익을 내기는커녕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공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마른 수건을 짜는 듯한 최저가 입찰이 꼭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대기업들도 원가절감에 있어 한계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기술력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것에도 일정 부분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원가절감 방법을 찾습니다. 그것이 바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공사금액 낮추기입니다.

이것은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틀어서 돈을 뺏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은 그렇게 절약된 비용으로 수익증가를 이뤘으나 그 자본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거나 고용창출에 나서지 않고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만 쌓아놓고 있습니다.

지금 지역의 건설플랜트 업체 등과 같은 중소기업들이 힘든 까닭은 공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렵사리 공사를 수주한다고 해도 이익 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저가 입찰이 도입되고부터 실질 공사비는 그만큼 낮아져 업체마다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겨우 최저가에 입찰이 되었어도 공사 금액을 더 낮추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해마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수직 상승하고 있는데 공사의 계약단가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아니면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는 심각한 경영난과 더불어 부실공사의 위험, 산업재해 사건의 빈발 등 여러 부작용도 함께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이대로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지역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제 지역의 제한입찰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큰 공사를 수주할 때는 대기업과 지역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 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대기업과 지역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서 입찰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입니다.

그리고 중소 규모의 공사에 대해서는 지역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해 지역 업체의 공사 참여 비율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지금까지 지방의 각종 민간투자 사업은 거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의 독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지역의 중소기업은 대규모 공사에 참여하는 것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하청업체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은 지역의 중소기업이 다하고 돈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중소 건설업체들이 이러한 공사에 실효성 있게 지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공동도급의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소규모의 공사에 대해서는 최소한 지역 업체의 참여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강제적 조치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공사의 지역 업체 제한이나 지역의무 공동도급제 같은 지역 업체 보호제도가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지역 이기주이의 발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개발 초기부터 1군 건설업체들에게 모든 자본을 독점적으로 이용하게 하여 몸집을 키워 주었습니다. 결국 오늘날의 대기업은 공동체의 희생 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지역의 중소 건설 물량은 이제 지역 중소 업체들이 수주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제한 입찰 제도 또한 이미 여러 도시들이 시행을 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산업도시들 대부분이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지역 업체의 매출 증대와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지에 있는 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사업장의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기면 되는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업체가 공사만 따서 일은 안 하고 지역 업체에 재하청을 준 뒤에 실속은 다 가져가는 모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공사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물품 구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정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공공사이건 민간공사이건 최저가 입찰이 아닌 정당한 가격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지역 경제의 근간인 지역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임금인상, 그리고 지역의 소비 확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분발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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