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역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 중요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에 있어 ‘내발적 발전’ 전략으로 영역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분야가 사회적경제 비즈니스다. 지역 주민 스스로 주체가 돼 지역의 고용 및 소득기회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역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경제 비즈니스는 지역의 경제, 사회문화, 환경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지역 구석구석에 촘촘히 뿌리 내릴 수 있다.

비즈니스 주체는 주식회사, 비영리기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하다. 이미 새로운 대안이나 실험들도 지속되고 있다. 코하우징(공용 공간에선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 주거 형태) 공동체, 공동체지원농업, 공구도서관, 코워킹 공간(지붕 아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사무 공간), 에코빌리지, 커뮤니티가든, 지역화폐, 시간은행, 공동체토지신탁, 식품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육아협동조합 등 지금까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최근 여수시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에 있는 오포대 인근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마을공동체와 융합하고 서로 협력해 공존하는 커뮤니티센터 ‘꼬무락 마을촌’이 들어섰다. 사진은 지난 18일 꼬무락 마을촌에서 지역 사회적기업 대표들과 프로보노 봉사단이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또, ‘내발적 발전’은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개발하되 이를 통해 원도심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경제적·사회문화적·환경적으로 향상시키는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여수시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에 있는 오포대 인근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마을공동체와 융합하고 서로 협력해 공존하는 커뮤니티센터 ‘꼬무락 마을촌’이 들어섰다. 여수시사회적기업협의회가 만든 ‘꼬무락 마을촌’은 지역 공동체 회복과 함께 지역 사회적경제의 거점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사벽화골목은 수년전 조성돼 관광명소로 부상했지만 현지 주민 소득 창출 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관광자원을 주민 삶과 연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없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최근 설립된 ‘지역문화연구센터’도 주목된다. 그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개별적으로 활동했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풀어내보자는 취지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연구센터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 여행, 기획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내발적 발전’ 전략이 성공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내발적 발전’은 중앙정부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역량을 극대화해 지역 발전을 견인한다는 것인데 ‘내발적 발전’을 추구해야 할 지역 스스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외부 자본을 많이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외래 자본이나 중앙정부가 절대로 여수시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지역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공직자와 시민의 의식 변화, 그리고 역량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역의 미래는 지역민 스스로 결정한다는 확고한 의식과 함께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지역의 힘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발적 발전’이 왜 중요한지, 어떤 사업들을 추진해야 하는지, 주체 역량강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통해 ‘내발적 발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해 여수지역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30여개 기업들이 참여해 마련한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 제과와 제빵, 창호 샷시인테리어, 각종 공예품, 친환경제품, 수산물 가공품, 다육식물 등 기업별 생산제품을 전시해 판매하고, 악기체험과 나무문패 만들기, 요리체험 등의 체험마당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내발적 발전’ 기조에 따라 기업 유치와 기업 친화 정책이 소홀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역 내 자본의 선순환구조가 튼튼하게 자리 잡는다는 전제가 있다면 외부 힘이 더해져 발전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역에 없거나 부족한 분야는 외부의 자원과 지원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전제해야 할 것은 지역 내 자원과 기술, 산업, 인재 등 선순환 구조가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자본이나 정부의 지원책 등을 적극 활용하지만, 그들에게 지역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체적 계획에 의해 외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내발적 발전’을 이끌 핵심은 ‘사람’인만큼 지역에서 활동할 인재, 즉 전문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 전문 인력 육성은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자원 활용을 위해 기업 유치와는 별도로 지역에서 우선 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집중 육성도 요구된다. 지역 내에서 다양한 물적 순환과 공생을 추구하는 지역산업이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 못지않게 지역에 뿌리를 둔 중소기업은 전통적인 ‘내발적 발전’의 중요한 주체인 만큼, 어떻게 활용하고 참여시켜야 할지 진지한 고민과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특정 업체의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 공동의 부를 형성하는 방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 관광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도 돈벌이만 급급한 ‘악덕기업’이란 지탄을 받는 해상케이블카의 선례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정식 사용 승인을 받기 전인데도 특혜에 안전관리 부실, 도덕성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대규모 지역개발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인식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선 6기 주철현 시장은 임기 내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경제 활력도시’를 내세우면서 기업 투자와 외래 자본 유치 등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역효과는 최소화하고, 그리고 지역 내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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