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를 물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물어도 그럴듯한 답 하나 정도는 내놓을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음을 서로 슬퍼한다. 그래서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의 냄새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물을 가까이하면 은연중에 그 사물을 닮아간다기에 요즘은 꽃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한다. 꽃 같은 인생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웃고 사는데, 왜 당신 혼자 인상 박박 쓰며 사느냐?”고. 그 말에 “하긴 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요즘이다.

사람이 편히 살려면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는데, 나는 요즘 입안에 말이 많고, 마음에 일이 많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요 몇 주는 칼럼도 잠시 쉬어가고 있는 중이다. 골문을 혼자 지키는 것도 아닌데 혼자 지켜보겠다고 바둥거리는 모습도 실상은 꼴불견 중 하나다.

지난 1년 동안 입에 칼(?)을 물고 주로 ‘돈’ 얘기를 많이 했다. 돈은 곧 예산이다. 국가든 도시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돈 관리를 잘못하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아껴 쓰자고 했다. 이왕 쓰는 돈이라면 5년, 10년 앞을 내다보며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쓰자고 했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요즘 같으면 솔직히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다. 부모님 말씀대로 안 보고, 안 들으면 속이라도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안다는 것도 병이라고 했다. 모 의원이 “도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심장병이 생겼다”고 했다. 그 말뜻을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모두가 맞다고 하는 세상에 외로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짐이 너무 버겁다. 그래서 잠시 그 짐을 내려놓을 작정이다.

내 자식들에게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라. 너와 다른 사람을 인정해라. 소외된 사람에게 등 돌리지 마라. 그리고 혹 네가 소수에 끼는 사람이 되더라도, 그리고 소외받는 사람이 되더라도 좌절하지 마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요즘은 솔직히 고민이 된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음이야 백번이고, 천 번이고 당신과 같이 가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서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누구의 눈치가 보이는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그것이 힘이고, 그것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민심의 조용한 울림을 들은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나랏돈이 쌈짓돈이나 눈먼 돈처럼 쓰이는 요즘이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문제없다’고 합창을 해대는 요즘이다.

수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수많은 수의계약이 남발되고, “저 많은 돈을 업자가 혼자 다 먹을까?”하다가도 차라리 귀를 닫고, 눈을 가리고 싶은 요즘이다. 신문이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글을 써가다 보니 시중의 온갖 정보가 다 들어온다.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이것 좀 조사해 달라” 이제는 겁난다. 그러나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밑 빠진 독은 두꺼비가 막고, 새는 예산은 시민 스스로 막아야 한다는 얘기도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그 말조차도 조심스럽다. 혈세가 낭비돼도 ‘잘못한 것 없다’고 버티는 게 정치인의 생리인 줄은 알지만, 혹여 잘못 지출하거나 펑펑 써도, 망할 일이 없다는 것이 요즘 같아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도리에 맞게 사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기를 권한다.
한참을 지난 뒤 되돌릴 수 없을 때, 세월은 막다른 골목에서 잔인한 얼굴을 하고 우릴 빤히 쳐다보며 비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했건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 안 되고 납득 안 되는 일들 투성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조용히 살어?”하고 자문하게 된다. 더 이상 내 자신의 속뜰을 더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있다. 모름지기 지도자란 공동체의 조직, 목표, 정책 등을 결정하고,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 목표를 확고히 제시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박람회를 앞두고 난마와 같이 얽힌 복잡한 상황들을 직접 나서서 제대로 갈래짓고 단순화시켜 해결하는 능력을 지닌 자가 바로 지도자다.
지도자의 위치는 무수한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설득하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매일 부딪치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절제와 인내로 극기해야 하는 고독한 자리를 감수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그는 또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실수하고 거짓의 늪에 빠져 지도력에 심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실수와 거짓을 저질렀을 경우, 철저한 자기검증과 진솔한 자기고백을 할 줄 아는 참된 자여야 한다.
이것이 잃어버린 지도력을 회복하는 첩경이며 공동체에 감동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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