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후 여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상) 무분별한 상업개발이 고유한 특색을 가진 여수의 해안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해안 경관은 여수 시민의 공유자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개발은 물리적 환경정비라는 인식에 경제개발의 논리가 덧씌워지면서 상업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도시개발이 고착화됐다. 도시개발정책과 부동산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개발확장과 주택공급 확대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 경제성과 상업성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개발 철학이 우선시 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정부차원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광역권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해안권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시작했으며, 지자체에서도 해안권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인식해 다양한 개발계획의 수립과 함께 경관형성사업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해안경관관리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관광개발사업에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대부분 물리적 환경개선사업에 머물렀다. 해양의 도시 여수 또한 지역특성에 맞는 해안지역의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소동 한신아파트, 전국 최악의 경관 훼손 사례
도심 해안가 조선소·향일암 난개발로 경관 훼손
여수 도심 해안가 곳곳에 난립한 조선소와 원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아파트, 박람회를 앞두고 건립을 추진했던 관광호텔이 무산되면서 훼손된 자산공원 호텔 부지, 향일암 인근 마을 난개발 등은 해안 경관을 망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여수 8경의 하나인 고소대가 있는 해안가 산꼭대기에 15층으로 들어선 한신아파트는 전국 최악의 국토경관 훼손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2010년 국토교통부가 국토경관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실시한 ‘국토경관 SOS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안경관 형성 및 관리를 위해 입지특성에 따른 개발행위의 규제 또는 바람직한 경관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경관형성 유도 등을 위한 경관관리 제도의 보안 및 개선 등에 시사성이 매우 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오동도와 향일암은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빼어난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향일암의 경우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시설 설치는 신중해야 하지만 무분별하게 들어선 펜션과 상가 등으로 마을 해안 경관이 훼손됐다. 해상케이블카가 운행 구간이 짧다며 자산공원에서 오동도까지 구간을 연장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자산공원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오동도의 경관은 최후의 보류라고도 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확 트인 아름다운 경관은 특정 기관이나 기업, 자본이 독점할 수 없는 여수시민 전체의 자산이고 공공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관은 특히 바다를 끼고 있는 여수의 해안 경관은 시민 전체의 공유자산이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자본주의적 속성인 상업개발은 돈벌이가 된다면 경관 훼손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물꼬가 트이면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돌산 1·2대교 인근 건축물 경관 훼손 ‘우려’
돌산 일대 우후죽순 들어서는 펜션 ‘난개발’
재산권 침해·법률적 충돌 등 여수시도 고민
각종 개발로 전국의 도시가 빠르게 변하는 요즘, 도시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오로지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투자유치 등 공공성이 배제된 민간자본에 의한 개발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해안 경관의 보존과 개발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미흡한 상황에서 여수 또한 원도심 해안과 돌산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자본 유치에 의한 해안권 관광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여수는 호텔, 펜션,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의 관광형 숙박시설과 케이블카, 레일바이크 등의 관광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승인건수는 61개소 1070실에 이른다. 당분간 게스트하우스, 펜션, 호스텔 등의 숙박시설 건축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도심 해안을 따라 숙박·관광시설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무분별한 상업개발이 고유한 특색을 가진 여수의 해안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업개발의 논리에 밀려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수 해안 경관을 해치고 저해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돌산2대교와 1대교 인근에 건립되고 있는 관광형 숙박시설 등이 해안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돌산2대교 인근 숙박시설은 지난해 7월 여수시경관위원회에서 재심의 끝에 층을 낮추고 건물 외관 변경 등의 조건으로 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건축물이 다리 일부의 조망을 가린다. 1대교 인근 건축물 또한 장군도 조망을 일부 저해하고 우뚝 솟아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수시는 해안 경관 관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산권 문제와 형평성 등 법률적 충돌, 제도 미비 등으로 현재로서는 사실상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돌산1·2대교 인근 건축물들은 경관 심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해안 경관 훼손을 우려한 주철현 시장이 직권으로 경관 심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관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를 받는 등 건축 허가를 받기까지 4개월이 걸렸지만 조망과 경관을 훼손한다는 우려는 지우지 못했다.
돌산 일대 또한 우후죽순 들어서는 펜션으로 인해 해안 경관을 훼손하거나 저해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민원이 제기되는 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 기관이 적법한 건축허가를 불허하면 재산권 침해, 형평성 등을 이유로 건축주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하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경관 심의가 강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심의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원도심 해안은 여수의 정체성이 쌓인 곳
‘본래의 가치’ 잃지 않는 절제된 개발 절실
여수의 원도심은 해안에 인접해 있고 여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신항과 박람회장, 해양공원, 남산동, 국동, 신월동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여수다움, 여수기질, 여수산업, 여수문화가 층층이 쌓여 있다. 여기에 녹아 있는 기억과 흔적들을 소홀히 다룬다면, 또 눈앞 이익 때문에 이것들을 버린다면 여수의 정체성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여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절제된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본래의 가치(original value)’를 잃지 않도록 지역사회 내에서 끊임없는 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안 경관은 점차 자연과 낭만보다는 회색과 야간 조명 등 화려함이 더 어울리는 ‘개발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종포 해양공원 등은 해상케이블카 정류장 등이 들어서면서 바다를 중심으로 자연 의존적이던 이곳은 인공물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기반(基盤 기초가 되는 바탕)과 충전(充塡 무엇이 빠진 곳이나 빈 공간을 채움)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도시 변화의 기본 원리를 오동도와 자산공원, 해양공원 등 해안 일대에 투영시켜보면, 이곳의 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개발의 논리에 밀려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심각한 것은 민간자본이 우후죽순처럼 상업시설 개발에 동참해 경관 훼손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발 의향에 따라 이리저리 치이며, 개발하겠다는 것을 ‘모두 오케이’ 한다면 여수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지역 재개발과 민간자본 유치는 필요한 일이고, 불완전한 제도로 난개발을 막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이 용인될 수는 없다. 여수에 필요한 관광시설이긴 하지만 형평성과 재산권, 법적·제도적 제재 방안이 없다고 지주와 사업자들의 사익을 위해 해안 경관 전체를 망치는 꼴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 전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사·해안 경관을 보전하고, 해안 경관의 정체성 회복과 마을단위의 지속적인 경관 형성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해안경관관리계획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진전략 구축 등 정책지원 방안의 제시가 필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