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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은 후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여수 시민 유산1000년 후 여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하) 도시에 정신없이 채우기 보다는 비우고 기다리며, 불도저같이 밀려드는 개발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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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09: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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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에 대규모 관광숙박 시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돌산2대교 인근에 건립되고 있는 관광형 숙박시설이 해안 경관을 해친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돌산2대교 인근 숙박시설은 지난해 7월 여수시경관위원회에서 재심의 끝에 층을 낮추고 건물 외관 변경 등의 조건으로 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30년 여수도시기본계획, 여수 해안 경관 문제점 지적
경관조례 보완 요구…지속가능한 친환경적 개발정책 필요

2014년 12월 마련된 ‘2030년 여수도시기본계획’에서는 해안 경관 훼손 지적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30년 여수도시기본계획 도시경관계획에 따르면 여수의 해안 경관은 세계박람회, 택지개발사업, 고층아파트, 해안가의 무분별한 건축물,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른 해안선 파괴 등으로 경관이 혼잡하고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공적 시설물의 무분별한 난입에 따른 자연경관과의 이질감을 보이고 있으며, 보행자의 조망권을 고려하지 않은 해안도로 개설로 녹지 및 생태경관, 통경축(조망(권)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이 단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미항에 걸 맞는 해안 경관의 조화로운 개발이 경관계획의 관건이라며 개발에 의해 주변 경관이 훼손되거나 훼손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정해 경관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는 관광숙박용 건축물은 주변과의 연계 및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관계획의 특성상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며, 경관지구 지정은 현재 건축물과의 형평성, 정비 방안 등의 문제점이 있어 시행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지역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회(경관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지역이나 특정지역의 개발에 한해 대상지의 건축물 및 경관에 대해 심의제도를 통해 경관 형성을 유도하고 있으나 조례에 의한 심의위원회는 건축 인·허가에 있어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 효력이 발휘되기 어려워 지역민과 행정기관 간에 민원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향후 경관 시책의 종합성을 고려해 현재 이뤄지는 건축행정, 도시계획 시책 등 담당부서에 따라 분리, 운영되고 있는 체계를 탈피해 각 부서 간 연계체계의 구축과 함께 이를 위한 경관 전담부서의 위상 강화 등 경관조례 보완을 요구했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개발정책의 전개 및 부서 간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지구단위계획, 도시개발사업, 정비사업과 연계한 효율적인 시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돌산1대교 인근 건축물이 장군도 조망을 일부 저해하고 우뚝 솟아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익에 휘둘려 방향을 잃으면 도시의
경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돼

50년 후, 100년 후, 1000년 후 여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바탕을 만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도로와 시설, 교량 같은 인위적인 기반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익에 휘둘려 방향을 잃으면 이 도시의 경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도시에 정신없이 채우기 보다는 비우고 기다리며, 불도저같이 밀려드는 개발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최근 오동도 입구 주차장 기부채납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해상케이블카는 2014년 12월 운행 이후 230여만명이 탑승했다. 지난해 유료입장권 판매로 27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면 해상케이블카가 올린 수익만큼 시민 행복은 더 커졌을까. 사업자만, 관광객의 행복만 더 커진 것은 아닐까.

해상케이블카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맞지만 이에 못지않게 교통 혼란과 시민 불편 초래, 멈춤 사고, 오수 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 청소년들에게 대한 부당한 처우, 승강기 이용요금 징수 등 각종 문제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원성을 샀다.

경제 논리에만 매몰돼 환경 파괴, 해안 경관 훼손, 시민 불편 등을 소홀히 다룬다면 지속가능한 행복 도시는 그저 염원에 머물게 된다. 결국 경관 교란, 교통 혼란 등 후유증은 도시에, 시민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다.

특히 민선 시대,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 없이, 또 지역이 가진 본래의 가치에 대한 몰인식 속에서 성과 만드는 일에 치중한다면 후대에 나타날 ‘후유증’은 결국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경관은 후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여수 시민의 유산이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시민 여론이 가지는 공공적 가치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보다 더 무겁다. 소중한 지역 자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지 않고 특정 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개발로 내모는 행정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개발해야 한다면 시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에서는 선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응 차원에서 사유지를 사들여 공익적으로 개발하는 등의 방안이나 사유지 관리를 위해 마스터플랜(기본계획)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파괴되고 소멸된 것은 복원과 치유라는 방법으로, 남아있는 것은 보존과 강화로, 그리고 변형되고 변질된 것들은 창조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바탕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 여수에 대규모 관광숙박 시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돌산2대교 인근에 건립되고 있는 관광형 숙박시설이 해안 경관을 해친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돌산2대교 인근 숙박시설은 지난해 7월 여수시경관위원회에서 재심의 끝에 층을 낮추고 건물 외관 변경 등의 조건으로 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시는 개인적인 삶의 터이기도 하고 공동체 공간으로서 상호의존적 보완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들이 축척되고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성숙되면서 독특한 지역의 문화가 형성되는 데 이것이 도시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을 잃고 상업개발에 도시를 맡기면 여수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그렇고 그런 도시로 전락한다.

이에 선보전 후개발 정책이 요구된다. 보전 대상은 물리적 자연환경의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장소와 공간의 가치, 경관의 가치 등 비물질적인 가치도 포함된다. 장소와 경관을 훼손하고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개발은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복구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 무엇보다 원형대로 복원할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사라진 역사 유적에 대한 현재 진행되는 복원 사업을 봐도 알 수 있다. 역사적인 의미를 되살려 대대손손 계승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순수한 목적이 상업개발에 더 이상 휘둘려선 안 된다.

아무리 건물들이 화려한들, 도시 관리시스템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정책의 실천이 도모되지 못한다면 고품격의 국제해양관광도시로 갈 수 없다. 건축물 건립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여수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 이탈리아 시에나 도심 전경 (사진 = 위키백과사전)

이탈리아 시에나, 기존 구조와 질서에 어긋나지
않도록 건물을 배치해 조화로운 도시 경관 유지

이탈리아 시에나는 중세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예스러운 멋을 지니고 있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캄포(Campo) 광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시에나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고안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세시대의 건물들이 온전히 남아있어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국 베이징대 교수인 장디페이는 저서 <도시를 생각하다>(안그라픽스)에서 ‘시에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탈리아 구릉지에 위치한 시에나는 ‘예술과 기술적으로 탁월한 유기적 구조가 돋보이는 도시’로 손꼽힌다. 시에나의 도시 형태와 구조는 오랜 세월 지형의 빈틈을 메우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철저한 연구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중세에 크게 번성했던 시에나는 당시 엄격한 통제 하에 철저히 계획된 도시였던 것이다.

중세 시에나 도시의회는 초기 도시 형태와 구조적 특징을 최대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엄격한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전체 도시 경관과 시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거리의 신축 건물은 반드시 주변의 기존 건물과 같은 형태와 양식으로 짓도록 했다. 또한 기존 구조와 질서에 어긋나지 않도록 건물을 배치해 조화로운 도시 경관을 유지했다.

도시의 초기의 형태를 분석해보면 예상 외로 체계적인 질서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역사학자 볼프강 브라운펠스는 <서유럽 도시설계(Urban Design in Western Europe)>에서 ‘도시는 전체의 형식과 질서가 반영된 모범적인 전형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라고 말했다.

장디페이 교수는 “도시계획은 도시 발전을 통제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것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 도시의 형성과정이 서양도시와는 근본부터 다르고, 시대적인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당시의 도시 정책 결정은 후대에게는 훌륭한 문화 자산이 됐다.

관내 전지역(504.31㎢)에 대해 체계적인 경관 관리와 아름다운 해양관광 도시로서 경관을 창출키 위해 ‘기본경관계획 수립’ 용역을 수립하고 있는 여수시에게 도시경관 지향점의 재정립과 특히, 해양의 도시답게 섬세하고 체계적인 해안 경관 관리의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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