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청년들의 삶, 그리고 이야기② 현실의 고민은?

현실의 고민은?

진행(마재일 기자)
최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취업과 주택을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다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7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청년들의 고민이 크다는 얘기다. 참석자 중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분들도 있다. 여수에 살면서, 활동하는 여러분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 이민진
이민진 19개월과 2달이 갓 넘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다. 딸을 한 명 더 낳아 기르고 싶은데 현재 들어가는 생활비를 계산해 보니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라.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교육은 여수에서 시키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온 저에게 강남 교육 환경과 여수 교육 환경은 너무 달랐다. 너무 답답했다. 우리 아이들이 크면 서울로 학교를 보내야 하나 갈등을 많이 했다.

학원에 젊은 부모들이 많이 오는데 아이를 낳으면 순천으로 보낼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순천과 여수의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순천은 교육 도시인 것 같고 여수는 영화 <가문의 영광> 등에 나오는 조폭 이미지 때문에 아이 교육에 영향을 미칠까 사실 걱정된다. 시 차원에서 도시 이미지 순화 노력도 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없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였으면 좋겠다.

▲ 정현아
정현아 여수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여수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지와 연관되는 문제다. 결국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와이의 경우 미국 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데도 미국은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부들이 자녀들을 이곳 학교에 보낸다. 그렇다고 이곳 학교가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교육 시스템의 차이인 것 같다. 여수가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많다고 본다. 특히 한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개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1988년도에 지어진 건물로 15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다. 당시 사용된 벽돌 건물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새 단장을 했다. 여기에다 국내 여행객은 물론 중국, 아프리카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쌓여 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에너지가 모여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나에겐 의미가 크다. 좋은 에너지가 모인 문화복합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미술, 여행 등 다양한 재능과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표현의 자유를 발산하는 건전한 공간이고 싶다. 여행객 중 뮤지션이 가능한 분에게는 무료로 숙박을 하게 한다. 이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지역민들과 함께 꾸려나갔으면 하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소통의 공간이다.

▲ 강동준
강동준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문화기획에 대한 고민이 크다. 여수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청년문화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이런 경험들을 가진 청년들과 고민했는데 결국은 자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가치 지향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녹녹치 않다.

과연 우리 청년 세대에서 해결이 될까, 청년문화기획자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자본 제약 없이 아이디어와 기획, 순수하게 가치 있는 일들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현장 활동가들은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특히 청년문화관광기획 분야는 유통기한이 짧다. 이는 누구의 잘못일까? 행정의 잘못인가? 기획자의 잘못인가? 수요자의 잘못인가? 광주에서 한계를 느끼고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여수, 순천 등 전남 동부권 청년들이 전남이라는 거점을 가지고 문화관광 분야에서 어떻게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먹고 살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동부매일>은 지역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역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동감하고 최근 우리 지역에 사는 20~30대 청년 9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심성현
심성현 지역에 거주하는 원어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 여서동의 한 카페에서 모여 직접 쓴 시를 발표하고, 기타 연주 등을 하곤 한다.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역의 젊은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한다. 서울처럼 거리에서 기타를 치거나 공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어민들은 지역의 청년들이 주변을 너무 의식해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원어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문화에서 자라 그렇겠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떠나고 싶은 여수에서 꿈꾸게 하는 여수를 만드는 데 나름 역할을 하고 싶은데 (개인으로서)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 정태성
정태성 대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서울에서 바텐더 일을 하다 여수로 내려와 현재는 여수산단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주변에 취직을 못한 친구들이 많다. ‘왜 취직을 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 해봤는데 자신들이 하고 싶은 꿈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 부모님이 정해준 길을 간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 취직을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하다 별 꿈 없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이과·문과, 취업 잘 되는 학과에 지원한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특히 부모님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스터고인 여수석유화학고에 학생들이 몰리는 걸로 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나마 대기업과 산단에 취업이 잘 된다고 하고, 부모들이 그걸 바라니까 가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청년들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본다.

▲ 정현아
정현아 파워블로거들은 경험을 통해 여수의 게장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정보가 없는 일반인들은 블로거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데 그게 자기들의 기준점이 된다. 여수가 음식이 맛있는 도시이기는 하지나 음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여수에 가면 맛있는 파스타 집도 있어야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파스타 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청년들이 소통할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소통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있다 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 게스트하우스 지하에서는 매일 파티를 하는데 외지 관광객들만 찾아온다. 지역민들은 거의 안 온다. 일부 관심 있는 시민은 이런 공간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지역민들이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함께 교류하고 만들어 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산하려면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지역 곳곳에도 이런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이 연결고리가 됐으면 한다.

▲ 남은진
남은진 20대 후반부터 문화기획을 공부해 이제 발돋움하는 시점이다. 문화기획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을지가 현실적인 고민이다. 늘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전공별 전문가들이 있는데 여수 청년들에게 이런 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떠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이렇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어렵게 모였는데 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여수에 들어서면서 받은 느낌은 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중앙동은 청소년들이 많더라. 이리저리 걸어봤는데 청소년들의 의식이 높았다. 여수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이순신 장군을 공부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단체에 지역의 청년들이 참여하면 좋을 듯하다.

▲ 이인
이인 청년들이 외지로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외지에 있는 청년들이 여수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대학에는 여수출신 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그 대학을 졸업하고 여수에 내려와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28살에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수에 내려와 학원을 시작했다. 미술 작품 활동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하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3년 차 되던 해에 다시 올라가려고 했는데 2012년 박람회를 앞두고 도시 곳곳에 벽화 사업이 진행됐다. 이후에도 진행된 벽화 사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다시 말하면 여수에서 그림을 그려서 자리 잡을 수 있는(먹고 살고 있는) 여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로 간 저의 경우 여수에 지인들이 없어 자리 잡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 물론 소도시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제 주변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대전에서 내려온 분이었는데 여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다.
여수에서 살아보겠다고 왔는데 객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손님들에게 시달리다 결국 한 달 만에 가게를 접었다. 여수 사람으로서 너무 창피했다. 광주에서 온 다른 한 분은 피시(PC)방을 운영했는데 텃새 비슷하게 민원을 계속 제기하는 바람에 견디다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 저도 외지에서 살다가 내려와 힘들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같은 맥락에서 청년들이나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 정현아
정현아 처음에는 텃새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망해서 포기하나’ 할 정도로 민원을 계속 넣더라. 여수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생소한 숙박시설이었고, 관련법이 미비했다. 초창기여서 관련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 주위 분들과 더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버티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을 겪는 또 다른 분들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여수의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여수에 내려와 살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다. 조그마한 상가에다 매장을 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앞선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여수는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이 좋다. 더 바란다면 정착하고자 하는 외지인들에게 마음을 더 열었으면 좋겠다.

▲ 김민준
김민준 충분히 공감한다. 지역은 기득권 벽이 높아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이 많지 않다. ‘젊은 사람이 뭘 알아’ 이런 식의 시선이 많다. 기득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고인 물처럼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데 기득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다보니 정책들도 항상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 이신제
이신제
무엇보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민이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저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젊은 친구가 법대까지 나와서 농사 짓느냐와 법대 나와서 농사도 짓는구나 하는 시선이다. 농업과 유통 분야에도 법대에서 배운 지식이 자주 활용된다. 도움이 많이 된다.

높은 진입 장벽이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아버지 세대와 청년 세대가 바라보는 농업 정책에 대한 시각이 좀 다르다.

농업 정책에서 있어 청년이란 결혼을 한 사람이다. 미혼이다 보니 보조금을 받으려 해도 제약이 따른다.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라는 데 저는 청년이 아닌 것이다.

여수가 전남에서 귀농과 농업을 물려받는 가구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원자 수도 적다보니 내 의지만 가지고 쉽지 않다. 자격 요건 완화 등 행정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노력이 없어 안타깝다. 진입 장벽을 낮췄으면 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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