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청년들의 삶, 그리고 이야기③ 여수에 바란다

진행(마재일 기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여수에 대한 여러분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들의 여수에 대한 기대, 여수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이민진
여수에 내려와 종포(종화동) 해양공원을 갔는데 많은 사람들과 변화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의 종포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문화기획이벤트 사업을 한 경험에 비춰 여수의 가능성을 봤다. 여수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박람회장과 낭만 버스커(Busker) 등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기회를 장기적으로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는 지역사회 역량에 달렸다.

여수에 온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볼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맛있는 음식과 자연 경관 등을 제외하면 관광객들이 재방문 할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 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다양한 섬 관광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섬을 제대로 활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지역에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정현아
여수시가 365개의 섬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섬은 섬이어서 아름다운 것이지 다리가 개통되면 육지가 돼 섬이 가진 의미가 없어진다. 자칫 무분별한 개발로 섬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88년에 지어져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이 건물을 살린 이유도 옛 건물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건축물은 그 지역의 특성과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건축물은 당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기도 한다.

1988년 당시 여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곳에 오면 ‘응답하라 1988’처럼 그 당시 여수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그 도시의 역사성을 말해 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보존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람회 개최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관광시설 등 현대식 건물들이 도시를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무인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1호점 쉼표는 박람회 개최 전까지는 사실상 방치된 공간이었다. 2012년 8월 박람회가 끝나고 10~11월은 박람회장 주변 상인들에게 보릿고개나 다름없었다. 월세는커녕 전기세조차 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버티기가 정말 힘들었다. 포기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실제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 주변에서도 철수 하라고 권했지만 저는 끝까지 버텼다.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3년 4월 순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여수 관광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코레일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철도 여행 상품인 ‘내일로’가 인기를 끌면서 원상회복 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만 현재 20여개가 넘는다. 다양한 요식업도 생겨났다.

우려되는 것은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장사를 시작했을 때 건물 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담이다. 잘 되면 나가라고 한다. 외지인들에게는 너무 충격이다. 건물이 방치돼 있을 때는 고쳐서라도 사용하라고 해놓고선 건물이 활성화돼 가치가 올라가니 마음이 싹 바뀐 것이다. 그렇게 옮기 다니기를 4차례 했다.

이런 공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남아 있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나. 몇 년 후에 와도 늘 그 자리에 그 공간이 있다면 또 오게 돼 있다. 사실 이 건물도 쫓겨날까봐 무리해서라도 매입하게 된 것이다. 외지인들이 여수에 정착하려 할 때 지역민들의 배려와 관심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여수다운 것’에 대한 재정립과 여수시민으로서의 프라이드를 높일 필요도 있다.

강동준
공공사업에 참여해 섬 여행업을 진행하면서 기득권과의 마찰 등으로 인해 한계를 자주 절감했다. 기득권(또는 기성세대)의 말이 맞는다고 하면 그럼 내가 틀린 것인지, 진정 변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인지 등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때론 소모적인 일에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 같아 지치기도 한다. 기득권은 섬 여행은 이렇게 해야 하고, 원도심은 저렇게 해야 하고, 정답을 이미 내려놓고 시작한다.

청년들이 외지에서 공부든 사업을 하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5년간 섬 여행상품을 개발해 진행하면서 도시와 어촌, 수요와 공급 등 양 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은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아직은 정답을 내지 못했고 찾는 중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답을 내릴 수 없는 게 이 분야인 것 같다.

제가 실행할 모델은 섬 트레킹·인문학여행·민속학여행·슬로푸드·홈스테이 등 섬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지역 주민과 함께 발굴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여수가 가진 잠재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심성현
젊은이들이 가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문화 활동 공간이 지역 구석구석에 있었으면 한다.

특히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외국의 경우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않나.

여수에도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다수 있는 걸로 안다. 옛 건물에는 여수의 시대상과 변화되어 온 모습들이 담겨 있다. 놀고먹는 소비 도시 말고 추억을 가질 수 있는 도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정태성
여수에는 거북선축제(진남제)라는 큰 축제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유명무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수 시민들에게도 외면 받는 이 축제를 보려고 오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까. 동네 축제로 전락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축제가 수십 년 된 걸로 아는데 끝나면 남는 것도 없고 감흥이 없다. 축제 하나로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콘텐츠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남은진
지난해에 가족들과 함께 거북선축제를 봤는데 축제가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을 찍을 정도로 재미있지도 않더라. 특히 매번 비슷하게 진행되다보니 젊은 층이 외면하는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추가되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민진

축제에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거북선축제는 볼거리도 부족하지만 먹을거리는 더 없다. 서울에서 막 내려와 밤에 교동 진남상가를 갔었는데 귀신 나올 것 같더라.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데 원도심의 밤은 왜 이리 썰렁할까 의문이 들었다.
 

정현아
전주 한옥마을이 인기다. 한 달에 1~2회 정도는 가서 둘러본다. 한옥이 거의 대부분 새롭게 지어진 것은 아쉽지만 다양한 먹을거리와 체험 거리가 있어 오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우리 도시도 다른 도시 따라 하기보다 여수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어필했으면 한다.

최근 돌산대교 인근에 경관을 해치는 숙박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다. 한 번 망가진 경관은 회복이 거의 어렵다.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가 대세여서 그런지 기존의 다세대주택, 원룸 등이 게스트하우스로 바뀌고 있다. 조금 우려스럽다. 게스트하우스 공급이 과잉되면 결국 제 살 깎기가 된다. 숙박시설 종류가 다양해야 한다.

남은진
여수는 해안을 끼고 있어 미항 이지미를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바다와 밀접한 곳에 해안가 도로나 숙박·음식점 등을 새로 만드는 것은 환경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어서 지양해야 한다. 먹을거리 골목을 바다 근처에다 만드는 것은 제고할 여지가 있다. 미항 여수를 살리는 길이 어떤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거북선축제도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게 무너지면 축제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

여수는 관광 산업 활성화 의지가 강해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관광객 위주의 공간과 시설이 생긴다는 것이 문제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시민이 단골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들은 시장을 한 번 들르고 말지만 시민이 단골이 되면 1년 내내 올 수 있다. 시민을 위한 다양한 공간 등이 만들어지면 관광객은 자연스레 찾아온다. 특히 경관에 변화가 예상될 경우 시민 의견 50%이상을 반영하는 등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을 둬야 한다.

이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한 우리 지역 학생들이 지역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디자인 분야는 특수성 때문에 여수에 내려와도 마땅한 직업이 없다. 디자인 분야는 그렇다 치더라도 애니메이션, 순수미술, 조각, 서양화, 동양화 전공자들이 여수로 내려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만화 <누들누드>, <천일야화>로 유명한 양영순 만화가가 여수에 살고 있다.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여수에 내려와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과연 우리 지역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여수에 살며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이 타 지역에서 전시회를 하면 여수출신 학생들이 전시회를 보러 온다. 그러면 여수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젊은이들이 여수에 내려와 살면서 활동하겠다는 꿈을 심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계기가 거의 없다.

서울 등에서 전시회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타 지역에서 전시회를 하면 지원이 되지 않는다. 젊은 작가들이 타 지역에서 전시회 하는 것을 지원해 준다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고향으로 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창업을 시작한 지 1년 넘었다. 준비 과정이 힘들었다. 우선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문을 두드릴 곳이 거의 없다. 청년들이 정부나 기관 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나 단체가 없다.

전남대 여수창업보육센터나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있지만 아이템이 맞지 않거나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다. 설사 있다 해도 제가 아는 선에서는 실질적으로 창업 컨설팅이나 멘토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이 없다.

청년을 위한다는 정책이나 구호는 많은 것 같은데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는다. 지역 청년들의 니드(need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신제
소통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일례로 지난해 학교 급식 식자재 공급을 기존의 12개 지역 업체가 하던 것을 여수원협이 맡는 과정에서 시와 업체들의 갈등이 컸다. 업체 직원들은 일자리도 잃었다. 마치 업체들이 잘못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다. 업체들이 시장님과의 면담 요청을 11차례 했지만 10번 거절당하고 1번 면담이 이뤄졌다. 여수시는 원협과 계약을 했기 때문에 2년 후에 지켜보자고 했다. 과연 2년 뒤에 살아남을 업체가 몇이나 되겠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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