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청년들의 삶, 그리고 이야기 ④ 여수의 청년문화

진행(마재일 기자) 이번 순서는 여수의 청년문화에 대한 생각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사실 우리 지역에는 ‘청년문화’라고 할 만한 어떤 문화적 형태가 없습니다. 대학 수도 목포, 순천 등에 비해 적고,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타 지역으로 많이 떠나는 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청년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취약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청년문화 공간이나 청년을 위한 제도(여수시 청년전담부서나 청년발전 기본조례 등)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신제
순천시의 경우 민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실제 순천의 한 카메라동호회에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에서 ‘새벽길 걷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비용을 순천시에서 지원해 줬다. 그런데 여수시에 이 같은 행사에 지원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는데 거절당했다.

마치 남들 일할 때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동호회 취급을 받았다. 지원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단편적인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 같았다. 이것도 소통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새벽길 걷기’ 행사를 통해 저녁 8시에 문을 닫던 문화의 거리 상가들이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왔다. 상가에서는 사진을 무료로 전시하기도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상가 활성화는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민진
여수지역의 청년문화에 대해서는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말도 많고 걱정도 많다. 청년문화는 인구 감소, 청년 실업 등과도 연관된다. 서울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많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살아보니 이들에게 고향으로 내려와서 살라고 언뜻 권할 수가 없다.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수시에서 진행하는 ‘낭만버스커’의 경우 외지 버스커들을 불러들여 행사를 하면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행사를 치러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수밤바다 낭만버스커’ 공연은 5년 간 국비 등 사업비 43억5000만원이 투입돼 음악, 미술, 마임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거리 문화 콘텐츠를 선보인다.

거리문화공연이 제대로 정착하고 지속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참여해 자생적으로 선순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역 문화예술인들 대부분은 버스커 공연이 외지 사람들 잔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현재 대로라면 5년 뒤에 종포에서 버스킹에 참여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될까 걱정된다. 지역사회가 문화인예술인들 외면하면 누가 챙기나. 많이 아쉽다.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개인적인 바람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통기타 치면서 노래를 할 정도의 도시가 됐으면 한다. 거리문화공연이 제대로 정착해 시에서 예산 지원 없이도 자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좀 더디더라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육성한다는 의미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 도시처럼 거리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광경이 자연스레 이뤄져야 한다. 그 토대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음악인들은 서울에서도 배고프다.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가 고프더라도 고향에서 고프고 싶다.

정현아
음악의 도시하면 통영을 떠올리는데 버스킹 공연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곳은 여수다. 그런데 정작 여수 사람들은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물음표였다.

버스킹을 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음악을 한다. 그런데 외지 사람들한테 기회가 더 많이 가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여수다운 것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있다. 지역사회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격려해 줘야 기운이 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멘토링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강동준
비슷한 맥락이다. 광주에서 청년문화기획사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것인데 여수에는 현재 중간지원조직의 전 단계가 필요한 시기다. 광주의 경우 음악, 공연, 문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이가 100명이 넘는다. 광주의 사례를 보면 아시아문화전당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행정과 민간을 이어주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여기에다 문화재단, 광주청년센터 등의 중간지원조직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문화기획자들의 경쟁력이 콘텐츠와 퀄리티, 기술적인 것보다 행정 공무원과의 친밀성이 경쟁력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어 벽을 느끼기도 했다. 청년기획자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나 가치관, 향후 발전 가능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력이 우선순위가 되는 현실에서 행정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준비를 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수지역의 청년문화와 청년네트워크를 연계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 일이 많지만 누구를 만나야 하고 어떤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이는 광주에서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여수에서 어떤 루트를 통해서 어떻게 접근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텃새와 기득권과 마찰 없이 원만하게 갈 수 있을지가 고민이기도 하다.

광주에서의 창업은 제약이 많았다. 그런데 여수에서는 비교적 잘 풀리고 있다. 올해는 콘텐츠 개발과 문화를 기획하는 일들에 있어서 여수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동업자 정신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 오늘 첫 단추를 꿰는 것 같아 좋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서로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한다.

심성현
전남대 여수캠퍼스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현재는 사진 촬영 기사로 일하고 있다. 음악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여수시 등 지역에도 없다. 외부 기관과 연결해주는 중간지원 조직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다. 대학 내 동아리 활동이 학교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 청년문화가 되는 것인데 (가난한?)학생들은 한계가 있더라.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끼와 능력들이 발산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중간지원조직이 있었으면 한다. 특히 전남대 여수캠퍼스를 졸업해 우리 지역에서 살면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여수를 떠나는 것은 지역에서 먹고 살만한 꺼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취약한 의료, 교육, 문화 등도 무시할 수 없다.

학교를 다니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광주 본교와 통합이 되다보니 학과들이 없어지고, 광주 본교로 올라가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는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 때문에 학교에 대한 신뢰와 프라이드가 떨어진다. 학생들도 여수캠퍼스를 전과를 위해 거쳐 가는 정도로 여긴다. 무엇보다 지역의 어른들이 청년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

정태성
문화는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 청소년 문화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활동은 거의 대부분 학교 내부에서 이뤄진다. 일부 청소년시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저변 확대를 위한 시설이나 분위기 등이 미흡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인 밴드들이 공연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지역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 필요하다. 소규모 공연장이 많아야 공연 가동률이 높아지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그러다보면 문화의 다양성이 넓어진다.

남은진
순천의 경우 공연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항꾼에 즐기는 아고라 순천’은 순천시가 2013년부터 15억원을 들여 시작한 문화예술 공연인데 올해도 4월부터 10월까지 순천 전역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올해 공개 오디션에 국악 36팀, 무용 31팀, 대중가요 89팀, 연주 63팀, 기타 7팀, 학생 27팀 등 총 253팀 1180명이 팀이 참여해 아고라순천 공연팀 150팀과 아마추어팀 100여팀을 선발했다.

올해는 순천뿐만 아니라 인근 여수, 광양, 구례, 보성 팀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장소와 계절,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공연은 물론 기존의 노래와 춤, 국악 이외에도 마술마임과 설치미술, 시민 체험 공연이 추가됐다. 매년 활성화되면서 처음보다 예산도 크게 늘었다. 60대 할머니들이 한국무용을 하는 등 다양성과 일반인들도 참여하는 시민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소규모에서부터 대규모 행사까지 다양하다. 미션(Mission)이 생겨야 공연하는 팀도 생기고, 시민이 찾는다. 여수에서는 소규모 행사가 별로 없다. 공연 팀들이 기반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공연 팀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포괄적이다. 음악, 미술뿐만 아니라 팔찌를 만드는 것도 문화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진남관에서 좌수영 다리, 고소마을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프리마켓(free market 자유 시장)을 하면 어떨까. 여기에서 각종 공연이나 이벤트 등을 개최하면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지역 공연 팀들이 설 자리도 생기지 않을까.

이인
지역 중학교에서 종종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게 뭐야, 꿈이 뭐야’고 물어보면 대다수는 ‘몰라요’라고 답한다. 아이들이 왜 꿈을 가지기는커녕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고등학생들은 눈앞에 닥친 입시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미래고 뭐고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대학에 우선 들어가고 보자는 식이다.

발전적인 생각을 통해 꿈을 키워가며 살아가야 할 중학생들이 문화와 접촉이 전혀 없다보니 생각의 폭이 한정되어 있다. 미술, 음악, 일부 공연 등 이외에는 접할 문화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나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서툴고, 향유하지를 못한다. 특히 여수는 시민과 어우러져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부족하다.

‘여문 문화의 거리’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문화가 있기는커녕 조형물에 낙서, 쓰레기 등 관리가 거의 안 되고 있다. 이런 곳이라도 활성화해 청소년에게 제공해야 한다. 편하게 누구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대가 필요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여수에는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작가들이 많다. 전남지역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제 바람은 선배 작가들이 닦아 놓은 길을 이어 활발한 작품 활동과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후배 작가들을 여수로 데려오는데 기여하고 싶다. 그런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김민준
여러분들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문화 행사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공연을 하는 주최나 시민의 접근이 쉬운 상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당장의 행사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현재 하고 있는 쓰리디쿡(3DCOOK·사회적기업)은 전남·여수지역에서 최초다. 여기 모인 분들이 후에 기성세대가 되면 우리처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멘토가 되도록 노력하자.

이민진
음악인의 입장에서 보면 문화예술 행사 등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꺼리’가 많아지면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서울로 가야 하나 등등 고민과 갈등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여수에서 음악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으면 재능 있는 친구들을 여수로 얼마든지 불러올 수 있다. 버스킹만 해도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려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연 기반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외지인 버스킹과 비교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지역 문화인들을 홀대해서는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현아
서울에 ‘장진우’라는 청년 창업가가 있다. 일명 ‘장진우 거리’로 불리는 외국 이태원의 경리단길 뒷골목, 예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느릿느릿한 서촌 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조용하던 골목길에 사람들이 몰리게 만들었다. 기존에 장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뚜렷한 철학을 담아내고 개성을 발산시킨다. 장 씨로부터 매장 콘셉트과 메뉴개발 과정을 자문 받아 탄생한 식당이 공화동에 있는 ‘여수1923’이다.

다양한 문화 색깔들이 공존해야 하는데 ‘여문 문화의 거리’는 문화의 거리가 아니라 사실 술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이름 붙인다고 문화의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문 문화의 거리가 왜 활성화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순천 문화의 거리도 탄생 과정이 여문 문화의 거리와 비슷하지만 이곳은 지역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노력,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갈등이 있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정착시켰다.

문화는 광범위하다. 청년문화가 형성되려면 우선 지역의 청년들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청년 문화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수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여수에 관한 노래, 공연, 뮤지컬, 미술 등 공통분모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능력을 가진 이들이 에너지를 합쳐야 한다.

심성현
지역의 유일한 4년제인 전남대학교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학교 축제인 대동제의 경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설사 온다 해도 연예인 보러 온다. 학생과 학교, 여수시, 시민사회단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게 ‘여수는 참 좋은 도시다’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정을 느낄 수 있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이나 여수산단 대기업 입사 준비를 하는 것 외에는 학교가 휑할 정도다. 가끔 대학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민진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금은 다들 자리를 잡아 나가는 단계이지만 훗날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지역의 큰 자산이 될 것이고, 여수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이 될 것이다. 열심히 살자. 개인적으로 기대가 있다면 여수에서 ‘음악’하면 저를 찾게 하는 것이다.
 

이신제
농업과 농업유통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0년이 넘었다. 앞으로도 부모님 대업을 이어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농업, 주위 친구들에게 권할 수 있는 농업을 하고 싶다. 농업의 트렌트가 바뀌어 가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바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 하는데 농사가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세상 일이 어디 쉽게 되는 것이 있던가.

요즘에는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 없이 임대도 가능하지만 농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오늘 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장비 임대를 못하면 농사에 지장이 생긴다. 오늘 농작물에 벌레 퇴치 약을 쳐야 하는데 내일 치면 이미 퍼져버린다. 그러면 한해의 농사를 다 망치게 된다. 결국 고가의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실제 장비에 투자를 많이 했다.

아직은 장벽이 높기는 하지만 누구한테나 권할 수 있는 농업이 근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돈을 벌 수 있는 농업이 돼야 한다. 그리고 주변에 놀리는 땅이 많다. 이 땅은 임대비용도 저렴하다. 열심히 농사지으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앞으로 유통을 하고 싶다. 이제 농산물 생산에서 끝나선 안 된다. 생산에서 집까지 배달하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고흥~여수 연륙·연도교가 개설되고 있는데 중간에 농산물직판장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지나가면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와서 사게 되면 배달하는 비용이 빠지게 되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는 마진이 커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 농업은 지원되는 보조금이 많다. 실제 친환경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보다 높은 마진에 납품하고 있다. 배추의 경우 가격이 높을 때는 친환경 배추 가격이 1만원이 넘는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여수는 여수산단, 병원, 학교, 관공서, 요양시설 등 농수산물 식자재 납품 시장이 크다. 하지만 대기업들 차지가 되면서 과거 납품하던 중소상인들의 자리가 크게 좁아졌다. 농가들의 문제도 있다. 여수산단 기업 내 식당은 지역 업체가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일정 규모를 갖춘 업체는 가능하지만 소규모 업체는 납품이 사실상 어렵다.

학교 급식의 경우 100가지의 품목을 정해놓고 여수나 전남 농산물을 사용하라고 하는데 실제 납품하는 품목은 30여 가지 밖에 안 된다. 농가가 특정 농산물에 몰려 있다.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산단 기업이나 병원에 납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개인 업체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사실상 납품이 어렵다. 농가들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최대한 지역 업체, 지역 농수산물을 사용하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행정의 역할이 요구된다.

농업 분야에 딱히 청년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농업 분야에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형성된 청년문화가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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