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29일 제주도 의정 연수 전체의원 25명 중 11명 불참
최근 제주도만 6회 연수…거문도·금오도 등 여수지역도 갈 곳 많아

여수시의회가 의정 연수의 상반기 실행을 두고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불참하는 등 의원들 간 갈등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매년 실시하는 의정 연수를 우리 지역을 외면하고 타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수 불참이 의장의 독단적 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점에서 어느 기관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시해야 하는 의회 정치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의정 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의정 연수에는 박정채, 이선효, 김종길, 정한태, 박옥심, 최석규, 정옥기, 김유화, 김양효, 김행기, 주재현, 고희권, 김희숙, 원용규 등 14명의 의원과 의회 사무국 직원 20명 등 총 34명이 참여했는데 의원보다 의회 사무국 직원이 더 많이 참여한 셈이 됐다.

김성식, 이상우, 전창곤, 송하진, 서완석. 노순기, 박성미, 오홍우, 김순빈, 강재헌, 이찬기 의원 등 11명은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시의회는 연수 기간에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과 윤진훈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전문교육 차성수 전남대 교수 등 3명의 전문가를 초청해 조례제정 심의기법과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 등의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기를 두고 의장단에서조차 의견 조율에 실패하는 등 의원들 간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결국 이번 의정 연수는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의정 연수를 두고 의장단 회의에서는 일부 의원들 간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그동안의 의정 연수가 하반기에 실시되면서 하반기 정례회 일정 등과 겹쳐 빠듯한 일정 때문에 올해부터 상반기로 전환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반발했다.

의정 연수는 관례대로 전반기 의장이 2회, 후반기 의장이 2회씩 실시해 왔다. 전반기 박정채 의장 재임 기간에는 2014년 10월과 2015년 6월, 2차례 이미 실시했다.

그러나 일정이 바뀌면서 전반기 의장이 3차례 가게 되고, 후반기 의장은 내년에 1회 밖에 갈 수 없게 되면서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물론 2017년 상반기에 의정 연수를 갈 수 있지만 그 해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참 의원들은 의장의 의회 운영의 비민주성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둔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참여·불참 의원들의 당 소속과 불참 사유 등을 봤을 때 이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강재헌 의원은 “일부에서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염두 해 둔 행동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의장단 선거와는 관련 없는 문제다. (의장 선거와 관련 있다면) 의정 연수를 안 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의정 연수의 불합리한 결정에 대해 의장단 회의에서도 수차례 문제 제기한 것으로, 의장의 독단적 의회 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우 의원도 “의원들 간 충분한 협의도 없이 관례를 깨고 전반기 의장이 3차례나 의정 연수를 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장단 선거와는 상관없는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11명의 의원들이 불참할 정도면 의정 연수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회 운영위를 열어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전남도민체전 여수시 선수단 발대식 때 의장이 참석하지 못해 운영위원장이 의장을 대신에 축사를 했다”며 “의장 부재 시 부의장이 의장을 대신하지만 부의장이 축사를 하지 않고 운영위원장에게 축사를 대신 시킨 것은 의회의 서열 질서도 무너뜨리고 부의장을 그림자 취급한 것이다”고 일갈했다.

이에 절반에 가까운 의원이 불참하는 의정 연수를 꼭 강행해야 했는지, 의견을 더 수렴한 후 일정을 변경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장 선거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라는 시각도 없진 않다.

송하진 의원은 “의회는 어느 기관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의장단에서 의견 조율이 안 될 시에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합리적으로 결정해 추진했어야 한다”며 의원 모두가 자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여수시의회 의장단 회의 모습

거문도·금오도 등 우리 지역도 갈 곳 많은데
꼭 타 지역으로 가서 수천만 원 써야 하나?

의정 연수 장소를 매년 타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시의회가 늘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의회는 타 지역에서 수천만 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수시의회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의정 연수 일정과 비용 등을 보면 2010년 11월 8~10일 통영시 1048만원(40명), 2011년 11월 2~4일 제주도 888만원(35명), 2012년 10월 9~11일 제주도 1894만원(44명), 2013년 6월 25~27일 제주도 2273만원(47명), 2014년 10월 22~24일 제주도 1905만원(44명), 2015년 6월 17~19일 제주도 2315만원(44명), 2016년 4월 27~29일 제주도 2000여만원(34명)이다. 올해까지 제주도만 6회를 다녀왔다.

시의회는 여수지역에서 의정 연수를 하면 의원들이 민원 등을 이유로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어 부득이하게 제주도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이는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의정 연수가 각종 입법연구와 의회운영 및 제도 연구, 의회 소속 공무원의 직무·전문교육 등 의정 활동을 뒷받침하고 의원 화합을 위한 자리임에도 자리를 이탈한다는 것은 의원 자질의 문제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의원들의 이탈이 문제가 된다면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지역 거문도나 금오도로 가면 된다. 의회는 굳이 매년 타 지역으로 가서 수천만 원의 세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시의회, 국회서 마련한 연수로 의정 연수 대신

거제시의회는 상반기 의정 연수를 국회가 마련한 지방 의원 연수로 대신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2016년도 지방의회 의원 연수 1차’ 행사에 거제시의회 의원 16명 중 15명이 참여했다. 이 연수는 국회의정연수원이 주관했으며, 전국 지방의원 180여명이 참여했다.

여수시의회에서는 강재헌, 고희권, 송하진, 박성미, 김희숙, 정옥기, 이선효, 김양효, 주재현, 김종길, 오홍우 의원, 의회 사무국 직원 등이 참여했다.

연수 과정은 하반기 의정 활동 전략, 조례안 입안 및 심사, 지방 예산안 결산 심사, 지방재정의 현안과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등으로 진행됐다.

송하진 의원은 “의정 연수와 프로그램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이 연수를 활용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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