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과 원도심 공동화, 그리고 상권의 역설 <하>과도한 택지개발과 상가 공급이 상권 위축 시킨다

▲ 죽림지구. 전남개발공사는 여수시 소라면 죽림리 일원 100만㎡(33만평)를 2021년까지 개발한다. 사업비는 총 2866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2018년 말까지 보상 완료, 2019년 상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여수시, 죽림·소제·율촌·만흥지구 개발 계획…2만9700명 규모

원도심은 빈집이 늘면서 공동화 돼 가지만 여수시는 오는 2020년까지 죽림1지구와 율촌지구, 소제지구, 만흥지구 등 모두 4곳의 신규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곽으로 팽창하는 택지개발이 원도심 공동화와 도시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먼저, 전남개발공사는 최근 죽림1지구 개발 사업이 전남도의회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여수시 소라면 죽림리 일원 100만㎡(33만평)를 2021년까지 개발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총 2866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개발과 실시계획 승인에 따른 인허가는 2017년 말까지 완료하고 2018년 말까지 보상 완료, 2019년 상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전남개발공사는 여수시로부터 요청을 받아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사업타당성 검토 결과 공익성과 수익성이 확보돼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을 여수시로 한정했을 때 과연 공익과 수익의 혜택이 여수시민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여수시는 웅천택지개발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소호동 소제지구 41만8000㎡에 대해 2017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해 2020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시가 직접 시행하는 공영개발방식으로 1324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24년간 택지개발 예정지로 묶여 지가상승, 개발에 따른 주민들의 막연한 기대감 등 부작용, 장기 미집행에 따라 주민들의 생활불편 민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경쟁력 있고 자연친화적인 택지로 개발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또, 총 683억 원을 투입해 만흥지구 배후 부지를 개발한다. 만성리 해변에 인접한 평촌마을 22만1000㎡ 일대를 대상으로 상가, 이주택지,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배후 부지 개발을 오는 2018년 12월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율촌산단 배후인 봉전지구도 택지로 개발된다. 전남도는 오는 2020년까지 율촌면 봉전리 일대 59만6,000㎡ 부지에 공사비와 보상비 등 901억 원을 투입한다. 도와 여수시는 이곳에 율촌 산단 입주 업체 임직원과 은퇴자들을 위한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부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인근 지역 고층 아파트 중심의 택지개발과는 차별화된 유럽형 친환경 택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순천 신대지구, 광양 중마지구 등 인근 도시의 대단위 아파트 택지 조성에 맞선 택지 개발이기도 하다.

죽림1지구 계획 인구는 1만4700명, 율촌지구 5500명, 소제지구 6000명, 만흥지구 2500명으로 여수 인구의 10%에 달하는 2만9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시는 올해 마무리되는 웅천지구는 인구 3만 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여수시는 택지개발을 통해 외지 인구 유출을 막고 타 도시 은퇴자와 율촌산단 임직원 등을 유입시켜 지속발전이 가능한 지역으로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보다는 원도심 지역 주민들이 대거 신 택지지구로 이주해 원도심 공동화와 지역 간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소제지구. 여수시는 소호동 소제지구 41만7000㎡에 대해 2017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해 2020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시가 직접 시행하는 공영개발방식으로 1200억 원이 투입된다.

신 택지개발, 기존 상권 약화시켜…완급 조절 필요

신 택지개발의 문제는 원도심 공동화는 물론 신 상권이 생겨나면서 기존 상권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인구 29만 도시의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상권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수지역 상권 변화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신 택지개발로 도심 이동이 빈번했다. 과거 여수의 상권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진남로상가와 흥국상가, 봉산동 일대가 중심이었으나 여문택지가 개발되고 3여가 통합하면서 여문지구와 시청 인근과 여수소방서 뒤쪽으로 상권이 이동했다. 이후 무선화장택지, 죽림택지, 웅천택지가 개발되면서 새 상권이 생겼다.

여기에다 여수시가 종화동 해양공원~이순신광장 구간에 야간경관, 공연시설, 낭만포차 등의 시설을 조성하자 덩달아 민간 자본도 몰리면서 상권이 커지고 있지만 진남로상가, 흥국상가, 봉산동 일대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문지구마저 인구가 빠져 나가고 도심 이동으로 상권이 침체돼가는 실정이다. 도심 이전에 따라 기존 상권이 붕괴되면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지 인구 유입과 주거환경 개선을 빙자, 자치단체나 LH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이 공공부문을 직접 개발해 민간에 분양하는 택지공급방식인 대규모 공영개발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면서 상업용 부동산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있다. 공급 증가에 따른 기존 상권의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전체 공사가 완료되는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과 추진 계획인 죽림1지구, 소제지구, 율촌지구, 만흥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완공되면 원도심 상권 등 기존 상권의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율촌산단 개발을 염두에 둔 택지조성은 불가피하다할지라도 이제부터는 개발을 통한 외연 확장보다 기존 도시의 기능에 집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지역 간 형평성과 균형을 잃지 않는 정책입안과 추진이 요구된다.

특히 여수의 미래를 위한 계획엔 시민 공감대가 필수다. 원도심 활성화에 수백억을 쏟아 부으며 원도심 활성화에 매달린 사이 중간에 끼인 여문지구와 상대적으로 신도심에 속하는 구 여천 지역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진남로상가나 서시장, 봉산동 일대 상가가 과거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도 아니다.

더욱이 지난 달 6~8일까지 3일 동안 거북선축제와 낭만버스커, 밤바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여수에 수십만 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정작 구 여천 지역 상권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에 여수시가 택지개발 완급 조절과 함께 서민 상권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과잉 택지개발이 상권 몰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택지개발 남발로 인한 잦은 도심 이동이 상권 침체를 초래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택지개발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택지개발로 도시 외연은 확장하고 있지만 상승하는 땅값과 집값, 상가 임대료 등의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은 시민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 원도심의 빈집.

상권의 역설…과도한 개발 이익 챙기는 시스템에서 출발

상권이 좋다고, 되살아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상권이 좋은 곳의 점포들은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결국 버티는 것은 자본인데 서민들로서는 상권이 좋아지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에 벅차진다. 상권의 역설이다.

이는 지자체와 개발업자, 기획부동산업자 등이 과도한 개발 이익을 챙기는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비싼 토지에 짓는 건물은 비쌀 수밖에 없고, 비싼 건물의 상가 임대료는 높을 수밖에 없어진다. 상가 실수요자 허리만 휘는 구조다. 상권을 팔아 자본이 배를 채우고 토박이 가게 등 자영업자들이 쫓겨나는 현실을 정상이라 할 수는 없다. 여수시가 고찰과 대안을 통해 최적의 답을 내야 하는 이유다.

▲ 원도심의 빈집.

순천시, 도시정책 ‘압축도시’로 전환 주목
원도심 활성화, 정주 여건 개선 1순위 돼야

순천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천시는 지난 3월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시 정책을 압축 도시(compact city·컴팩트시티)로 새롭게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외곽으로 팽창하는 도시 개발을 중단하고 원도심에 도시 기능을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순천시에 따르면 최근 3년 여 동안 순천지역 공동 주택 세대수는 모두 8290여 세대가 늘어났다. 이에 따른 주택보급률도 지난 2013년 102.8%에서 지난 해 107.9%로 늘어났다.

현재 순천시 덕연동과 왕조1.2동을 중심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공동주택도 2900여 세대가 넘는다. 도시가 외곽으로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구도심과 일부 신도심에까지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순천시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순천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 먼저 순천시는 도시 성장 한계선을 설정하기로 했다.

성장 한계선 내부의 기존 시가지 재생을 통해 정비 사업과 미개발 용지에 대한 단계적 개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성장 한계선 외부 지역에 새롭게 시행되는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사업을 억제해 저밀도 개발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도시 개발 사업에 한시적 일몰제도 도입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도시개발사업, 시책사업 등을 제외하고 새롭게 시행되는 모든 도시 개발 사업과 민간 도시 개발 사업, 공동 주택 사업 등을 오는 2020년 말까지 제한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이 정책이 수립이 되면 원도심이나 신도심 공동화 현상이라든지 주택 보급률이 적정치에 보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순천시가 과감하게 전환한 도시 정책인 압축 도시가 원도심의 활성화와 함께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의 일환으로 초‧중‧고 학교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정책이 아니라 정주 여건 개선이 1순위가 돼야 한다. 원도심 침체 현상은 도시 내 지역격차를 부추겨 도시 불균형 발전을 불러온다. 결국 도시 불균형 발전은 원도심 지역 학교의 쇠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도심 학교 활성화는 원도심 지역 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담은 제도적 장치 마련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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