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마을 주민들 “바다 오염돼 악취·수산자원 고갈” 분통
“여수시 수십 년째 방치 ‘나 몰라라’…탁상행정·직무유기”

▲ 오천마을 주민들이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 바닥을 괭이로 파내자 검은 바닥을 드러내며 악취가 진동했다.

해양도시 여수의 앞바다가 수십 년 동안 오폐수가 흘러들어 썩어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여수시가 수십 년째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과 국제해양관광도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시 오천동과 만흥동에 소재한 오천지방산업단지(이하 오천산단)의 폐수관로 노후화로 인해 곳곳이 침하하거나 파손, 일부 업체의 양심 불량 등으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안가 바닥이 썩어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 바다 생태계를 파괴해 수산자원까지 고갈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폐수로 인한 해안가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연관성을 위한 명확한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오천지방산단 전경.
▲ 여수시 오천동 오천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 째 오천산단 오폐수가 해안가로 흘러들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바다가 오염돼 바지락·미역·전복 등이 생산되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수시가 관리감독은커녕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7일 여수시 오천동 오천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수십 년 째 오천산단 오폐수가 해안가로 흘러들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바다가 오염돼 바지락·미역·전복 등이 생산되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수시가 관리감독은커녕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참다못한 주민들은 자부담해 지난 3일 오천산단 폐수처리장 아래 해안가 바닥을 굴삭기를 동원해 굴착작업을 벌였다.

해안가 곳곳을 굴삭기와 괭이로 파내자 오폐수의 퇴적으로 검게 변한 돌멩이와 자갈, 모래에서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갯돌 밑도 검게 변해 심한 악취가 났다.

이날 주민들은 “1983년 오천산단이 조성된 이후 수십 년 동안 현 공동폐수처리장 용량이 오버되면 그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안다. 실제 목격도 했다”면서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오천마을 주민들이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 바닥을 괭이로 파내자 검은 바닥을 드러내며 악취가 진동했다.

김동빈 오천동 어촌계 총무는 “예전에는 오천동 앞바다에서 바지락, 멍게, 미역, 참가사리, 참몰, 홍합, 다시마, 톳 등이 많이 생산됐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완전히 없어졌다. 바다가 죽어가면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이어 “가끔 바닷물을 만져보면 끈끈하다. 작년에는 일부 썩은 닭이 해안가로 떠내려 오는 등 여름이면 바다에서 악취가 바람을 타고 마을 쪽으로 심하게 몰려온다”고 했다. 주민들은 바위와 갯돌이 빨갛게 변한 이유도 폐수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주민들은 “바위에 김이 많이 붙어 있지만 아무도 채취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미역을 말리면 까만데 요즘은 말린 미역이 하얗다”며 “상품 가치가 없어 채취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전복 종폐 5만미를 살포했는데 당산과 모사금 해안가 근방은 그런대로 살아 있지만 오천산단 아래와 만성리 근방의 종폐는 완전 폐사했다. 이 근방에서는 바지락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 지난 3일 오천마을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 바닥을 굴삭기로 파고 있다. 검은 모래와 자갈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 지난 3일 오천마을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 바닥을 굴삭기로 파고 있다. 검은 모래와 자갈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 지난 3일 오천마을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 바닥을 굴삭기로 파고 있다. 검은 모래와 자갈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최근 촬영한 사진과 영상물 등 증거 기록을 보여주며 바다로 흘러드는 물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고, 냄새가 심했다고 전했다.

김 총무는 “오천산단 옆 구거(溝渠,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를 따라 흐르는 물이 정상적이라며 거품이 생길 수 없다”며 화학물질이 섞인 오·폐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산단 옆 구거 청소를 한 번도 안 한 걸로 안다. 주민들이 오죽했으면 자비를 들여 굴삭기로 땅을 파겠냐”며 “이는 여수시가 수십 년간 방치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어 “여름이 되면 길가에 놓인 고기 상자 등에서 들끓는 파리 때문에 집에도 파리가 적지 않다”며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수차례 방역을 실시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 오천산단 옆 구거에 쌓여 있는 퇴적물을 주민이 파내자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여수시에 실태 조사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 (공무원이)현장에 나오기만 했지, 시정이 전혀 안됐다. 민원을 제기하면 무시했다”고 시 행정을 비판했다.

김상곤 오천마을 주민자치회 대표는 “여수국가산단에서 오염물질이 조금만 배출돼도 난리법석을 떨면서 수십 년간 오염물질이 배출돼 바다를 황폐화 시켰는데도 누구하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빈 총무는 “어렸을 때 이곳(과거 논이었음)에서 민물장어를 맨손으로 잡던 시절이 그립다”며 “오천산단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애물단지가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의 갯돌을 들어내자 검게 변한 바닥을 드러내면서 악취가 진동했다.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은 “오폐수처리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악취와 오·폐수 무단 방류 등의 불법이 자행돼 수십 년 동안 주민들 간 분란만 일으켰다”면서 “불법을 일삼은 비양심적인 업체와 이를 알고도 방치한 여수시 때문에 청정해역이 오염되고 시민 건강 위협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여수시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수십 년 째 방치·묵인하는 등 직무유기와 탁상행정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천지방산단은 1983년 12월 준공돼 33년이 경과한 노후산업단지로 2015년 기준 51개 업체, 7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는 수산물 가공, 어유(魚油, 어류나 그 밖의 수서 동물들에서 추출한 지방유) 공장, 닭 가공공장 등이 있다.

▲ 오천산단 아래 해안가의 갯돌을 들어내자 검게 변한 바닥을 드러내면서 악취가 진동했다.

▲ 여수시 오천동 오천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 째 오천산단 오폐수가 해안가로 흘러들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바다가 오염돼 바지락·미역·전복 등이 생산되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수시가 관리감독은커녕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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