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가로수 행정’ 철학이 없다 ① 이런 나무 애초부터 심지 말았어야

30년 된 가로수 싹둑싹둑 ‘시민들 반발’
시 “불가피” 해명…공원 나무 재활용키로

여수시는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동 1청사 인근(시청~도원사거리~장성삼거리)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0년이 넘은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싹뚝 잘린 모습. (사진 김광중 기자)
여수시는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동 1청사 인근(시청~도원사거리~장성삼거리)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0년이 넘은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싹뚝 잘린 모습. (사진 김광중 기자)
여수시가 30년이 넘은 가로수 수백 그루를 싹둑 잘라내자 시민들의 비난을 사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침수 피해 원인 제공 등 나무 제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거북선공원 내 나무는 제거하지 않고 이식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14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동 1청사 인근(시청~도원사거리~장성삼거리)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령 30년 된 메타세퀘이아 237그루 중 186그루를 잘라내고, 49그루를 이식한다. 시는 이 자리에 5년도 안된 작은 수종의 먼나무를 심는다.

여수시는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동 1청사 인근(시청~도원사거리~장성삼거리)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의 ‘2016년 도원로, 소호로 가로수 바꿔심기 사업’에는 나무식재 비용으로 2억5600만원(지특 50%, 시비 50%)이 편성됐다. 또, 이로 인한 도로정비 공사비용으로 5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도심 내 메타세쿼이아가 보도블록 들림 현상을 일으켜 노인 및 어린이 보행자에게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낙엽과 뿌리가 하수구를 막아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타세쿼이아가 크게 자라나면서 인근 상가를 가려 상인들의 불만이 컸고, 2~3년마다 고압선 등 각종 전선보호를 위해 대규모 전정을 해야 하는 등 관리상 문제까지 있어 가로수 교체 사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올해 초 사업 추진 전에 메타세쿼이아 재활용을 위해 인근 지역으로 이식을 검토했지만, 큰 나무의 경우는 한 그루당 100여만 원의 이식비용과 수목을 원하는 곳이 없어 이식이 가능한 작은 나무만 웅천공원으로 옮겨 심었다고 밝혔다.

여수시 학동 시청 1청사 인근 거북선공원. (드론 영상=심선오 기자)
여름철 집중호우 때 학동지구 상습침수지역의 피해예방을 위해 학동 거북선공원 내에 125억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1만2000㎡ 용량의 학동지구 하수저류시설 공사를 이달 초부터 2년간 진행함에 따라 거북선공원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 33그루 등 총 184그루의 나무는 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시는 밝혔다. 애초 빨간 띠가 둘러진 상당수의 메타세콰이아는 잘려나갈 예정이었다. (사진 김광중 기자)
여름철 집중호우 때 학동지구 상습침수지역의 피해예방을 위해 학동 거북선공원 내에 125억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1만2000㎡ 용량의 학동지구 하수저류시설 공사를 이달 초부터 2년간 진행함에 따라 거북선공원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 33그루 등 총 184그루의 나무는 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시는 밝혔다. 애초 빨간 띠가 둘러진 상당수의 메타세콰이아는 잘려나갈 예정이었다. (사진 김광중 기자)
시는 또, 여름철 집중호우 때 학동지구 상습침수지역의 피해예방을 위해 학동 거북선공원 내에 125억 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1만2000㎡ 용량의 학동지구 하수저류시설 공사를 이달 초부터 2년간 진행함에 따라 거북선공원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 33그루 등 총 184그루의 나무는 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시는 수령 30년 이상 된 184그루의 나무 중 77그루는 공사 현장 내에 재이식하고 나머지는 신월동 나무은행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이식된 나무들은 공사 후 현 공사 부지를 다시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활용하거나 지역 내 다른 공원으로 이식해 활용된다. 그러나 애초 빨간 띠가 둘러진 상당수의 메타세콰이아는 잘려나갈 예정이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시가 30년 이상 된 나무를 제거하자 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다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초 언론 보도자료 한 번 냈을 뿐이다. 시는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이를 전혀 몰랐던 시민들은 잘려나간 나무를 촬영해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분노를 나타냈다.

메타세퀘이아 수종은 산림청 지정 25종 가로수의 하나이자 여수시의 주요 가로수 수종으로 지정돼 있다.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메타세콰이아는 좋은 가로수길이 없는 여수지역에서 그나마 하늘을 덮을 만큼 키가 자라 울창한 장관을 연출하며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았다.

여수시는 도심 내 메타세쿼이아가 보도블록 들림 현상을 일으켜 노인 및 어린이 보행자에게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낙엽과 뿌리가 하수구를 막아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타세쿼이아가 크게 자라나면서 인근 상가를 가려 상인들의 불만이 컸고, 2~3년마다 고압선 등 각종 전선보호를 위해 대규모 전정을 해야 하는 등 관리상 문제까지 있어 가로수 교체 사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여수시 제공)
이와 관련, <똑소리닷컴> 한창진 대표는 30년 넘게 자라던 메타세퀘이아 가로수를 베어내는 여수시의 행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무를 더 심어야 할 석유화학 산단 배후도시에서 적합한 시정이냐”며 “그 작은 먼나무가 자라려면 30년이 더 필요하다”라고 한탄했다. 한 대표는 “잘려나간 가로수는 처음 시민이 심은 것도 아니고 전문직 공무원이 심었다”면서 “그것도 모르고 대책은 세우지 않고 30년 된 나무를 한꺼번에 벤 것이 잘 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한 대표는 “역대 어느 시장도 이렇게 많은 가로수를 베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여수시는 논란이 커지자 거북선공원 내 나무는 옮겨 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뒤늦게 길거리에 ‘도원로·소호로 가로수 바꿔심기 안내말씀’, 거북선공원에 ‘나무들은 공사 후 이곳에 다시 심거나 다른 공원으로 이식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 홍모씨는 “이렇게 허무하게 제거할 나무였으면 애초부터 이 수종을 심지 말았어야 했다. 빨리 자라는 속성수를 도심에 식재한 자체부터가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 년 자란 나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데 이는 가로수에 대한 행정 철학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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