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가로수 행정’ 철학이 없다 ②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 재정비 시급

▲ 제거하기 전 소호로의 가로수 모습. 시는 메타세쿼이아가 보행자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낙엽과 뿌리가 하수구를 막아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고, 상인들의 민원, 관리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광중 기자)
여수시가 30년이 넘은 아름드리 가로수를 싹둑 잘라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은 가로수 행정에 대한 철학과 체계가 없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심을까’가 중요한데 기존대로 ‘심는 것’에만 머물러 왔다는 것이다.

가로수는 지역의 기후와 가로수의 환경 적응능력, 가로수 모양, 수급 상태 등을 고려해 수종을 선정한다. 여수시 조례에서도 가로수 조성·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시에 적합한 수종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가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는 지난 2009년 3월 ‘여수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보면 제5조에 시장은 가로수 계획의 목적 및 기본 방향, 가로수 현황 분석, 지역별·노선별 가로수 기본 식재 수종, 가로수 양 및 질의 증진과 정비 방안, 연차별 가로수 조성 및 정비계획 등을 담은 가로수 조성·관리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가로수위원회 또는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

가로수위원회를 통해 ▲가로수조성·관리계획에 대한 심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가로수 조성·관리의 시책 개발에 대한 자문 ▲가로수 관련 사업의 계획, 설계에 대한 자문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에 대한 자문 등 가로수 관련 중요 사항에 대해 심의·자문을 구하도록 했다.

▲제거하기 전 여수시청 1청사 도원로의 가로수 모습. 시는 메타세쿼이아가 보행자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낙엽과 뿌리가 하수구를 막아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고, 상인들의 민원, 관리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30년이 넘은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싹둑 잘린 모습. (사진=김광중 기자)
여수시의 주요 가로수 수종도 명시돼 있다. 후박나무, 플라타너스, 가시나무, 해송, 먼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동백나무, 메타세쿼이아, 그 밖의 특정 목적에 적합한 수종 등이다.

주요 도로별 식재 수종을 보면 ▲도원로(시청~KBC 방송국앞) 메타세쿼이아 ▲망마로(시청~제일모직사택) 느티나무 ▲동동로(도원용기공원~요트장~용주) 후박, 협죽도, 먼나무 ▲충민로(오림터미널~공화휴게소) 벚나무 ▲장대길(공화휴게소~코랙스마트) 벚나무 ▲오동도길(여수역~오동도입구) 동백, 해송 ▲동문로(여수역~중앙로터리) 벚나무, 동백 ▲중앙로(중앙로터리~서교로터리) 은행 ▲구봉로(서교로터리~어항로입구) 은행 ▲서시장로(서교로터리~시민회관) 플라타너스 등이다.

미평로(둔덕11호광장~버스터미널)의 후박나무 가로수와 동문로(중앙로터리~여수경찰서), 오동도길(여수역~오동도) 동백나무 가로수는 집중관리대상이다.

가로수 유지·관리에 주민이 참여할 경우 지원 기준도 있다. 물주기는 1본에 1000원 지원, 비료와 열매 지원, 사고 또는 고의 피해나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장비 및 물품 지원 등이다.

그러나 여수시는 여태껏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가로수를 단순한 나무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역사적·관광적 가치가 무궁한 자원으로 키워 후대에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청 인근 도원로의 메타세쿼이아처럼 일부 수종은 도로 식재 수종에 맞지 않아 조례 재정비도 요구되고 있다.

여수시 산림과 관계자는 “과거 가로수는 시류와 유행에 편승해 심은 경우가 많았으며, 조례에 명시된 수종 또한 여건 변화 등으로 현재는 우리 지역과 맞지 않은 수종이 있다”면서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가로수를 체계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가로수관리시스템 구축 용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9년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의 경우 기후, 향토성, 시민의 건강 등을 고려한 가로수를 심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수종을 선정함에 있어서 유행이나 예산 상황에 따른 선택을 법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로에 접한 보도에 나무를 심을 경우 보도와 차도의 경계로부터 가로수 중심까지 1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심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빽빽하게 무작정 가로수를 심는 것도 조례상으로 금지되고 있다.

▲여수시 학동 1시청사 주변. 나무와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드론영상=심선오 기자)

여수시 가로수 정책 변화 절실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로수 정책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여수의 가로수 정책은 산림청과 지난 2009년부터 제정된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여수시 가로수 현황에 따르면 여수에 심어진 가로수는 3만2670그루다. 여수시는 가로수 조성·관리에 연간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수종별로 보면 후박나무가 8455그루로 가장 많다. 이어 벚나무 8223그루, 은행나무 4564그루, 먼나무 2165그루, 희말리아 1561그루, 메타세콰이아 1443그루, 종려나무 1163그루, 구실잦밤 917그루, 동백 835그루, 이팝나무 748그루, 느티나무 625그루, 해송 537그루, 가시나무 483그루, 배롱나무 352그루, 버즘나무 267그루, 목련 117, 벽오동 110그루, 회화 105그루, 등이다.

▲여수시는 상습침수지역 피해예방을 위해 거북선공원 내에 125억 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1만2000㎡ 용량의 학동지구 하수저류시설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거북선공원에 식재된 나무를 제거할 계획이었으나 시민들이 반발하자 방침을 바꿔 공사 후 이곳에 다시 심거나 다른 공원으로 이식하기로 했다. (사진=김광중 기자)
하지만 가로수 식재 유형이 도로시설물, 주변 상황 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획일적인 가로 경관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또한 가로수 대부분이 후박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식재돼 있을 만큼 수종의 다양성도 부족해 도시 이미지 형성이나 특성화에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로수는 그늘을 제공하고, 주변 온도를 낮추며, 빗물과 배기가스를 흡수한다. 자외선을 차단하며, 바람이 끼치는 영향을 조절한다. 나무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게 하고, 뻗어 나온 가지로 거리를 감싸 안락한 느낌을 준다. 특히 잘 가꾼 가로수길은 시민의 안식처가 되는 것은 물론 관광 자원 등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시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아름드리 가로수 길 하나 없다는 점에서 여수시 가로수 정책의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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