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시공사·광고주, 해당 아파트 보조금 지원 중단 등 처벌기준 강화 시급

걷어내도 또 같은 자리에 게시 ‘단속 비웃어’
벌금보다 홍보효과 크다 판단…업체들 배짱

시, 하루 평균 100여 장 철거…행정력 낭비
“불법 펼침막 과태료 ‘장당 25만 원’ 부과”

▲6월 23일 여도초등학교 앞에 걸려 있는 대광오투빌 분양 불법 펼침막.

여수 도심 일대에 아파트 분양을 알리는 불법 펼침막이 판을 치고 있다. 여수시는 걷어내도 다음 날 재설치되는 불법 펼침막을 상대로 매일 ‘단속 전쟁’을 치르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력 낭비는 물론 도시 미관 저해, 안전사고 위험, 배짱 게시 등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불법 펼침막을 게시하는 대행사와 시공사는 물론 해당 아파트까지 보조금 지원 중단 등 강력한 단속·처벌과 함께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비용을 내고 지정게시대에 펼침막을 거는 다른 시민이 손해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새 여수 도심 도로변 등 곳곳에는 아파트 분양 광고 불법 펼침막이 홍수를 이뤄 시 담당 직원 등은 교대로 주말·휴일도 없이 수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수시 단속반이 철거하는 불법 펼침막은 하루 평균 100여 장. 주말에는 120~130장을 떼어낸다. 시 관계자는 “날마다 단속에 나서는데도 다음 날 보면 전날 떼어 낸 자리에 같은 내용의 불법 펼침막이 걸려 있다”며 “매일 불법 펼침막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분양 광고와 조합원 모집 등의 불법 펼침막은 교차로, 가로수, 전신주 등 거리 곳곳에 무분별하게 게시된다. 특히 단속이 느슨한 야간이나 금요일 저녁~일요일 사이에 펼침막을 설치하고 바로 철거하는 등 행태도 교묘해졌다. 불법 펼침막은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변은 물론 주택가에도 파고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야를 가려 우회전이 힘들어 위험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행자 및 운전자의 시야까지 방해해 안전을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불법 펼침막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키와 비슷한 높이로 걸려 있어 인도를 보행하다 현수막 줄을 보지 못해 목이 걸려 다치는 경우도 있다. 불법 펼침막 설치로 행인의 신체상 위해를 미칠 경우 설치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둔덕동 하이츠아파트에서 신기주공아파트 사이 도로변에 걸려 있는 시티프라디움 불법 펼침막.
▲지난 4월 21일 둔덕동 도로변에 걸려 있는 시티프라디움 불법 펼침막.

본지가 지난 4월부터 주요 도로변과 사거리 등에 걸린 불법 펼침막을 촬영했다. 일부 도로변에는 10m간격으로 설치돼 있었으며,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일부 펼침막은 며칠이고 계속 걸려 있었다.
현대의 죽림힐스테이트, 시티건설의 엑스포 시티프라디움, 한화건설의 웅천꿈에그린, 대광오투빌 등에서 대량으로 내건 불법 펼침막이 주요 도심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더욱이 한화건설은 여수시 웅천택지지구에 ‘꿈에그린’을 분양하면서 불법 펼침막 외에도 대형 탑차 옆면에 LED 전광판을 설치해 분양 광고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광고 영상 상영은 불법으로 강제이행금 대상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19조 6항에는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에는 전기를 사용하거나 발광방식의 조명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라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시정조치에 이어 최고 500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운전자들은 전광판이 운전자의 시선에 위치해 있어 신호등, 차선, 옆 차량 위치를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시민 장모씨는 여수시청 홈페이지 ‘여수시에 바란다’에 ‘웅천 CGV사거리 불법 주정차 단속 요청’이라는 글을 올려 6월 13일부터 16일(오전 8시~9시), 웅천 꿈에그린 광고 차량 3대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출근시간 대 교통 흐름이 방해된다며 단속을 요구했다.

▲지난 5월 25일 이순신광장 인근에 걸린 웅천 꿈에그린 불법 펼침막.
6월 15일 신기주공아파트 앞. 전광판에서 웅천 꿈에그린 아파트 분양 광고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처럼 불법 펼침막과 차량 광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투입 비용에 비해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당한 비용을 내고 지정게시대에 거는 합법적인 펼침막에 비해 불법 펼침막은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광고효과는 크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분양 홍보 불법 펼침막은 분양 계약이 성사되면 해당 업체는 건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펼침막을 대량으로 제작·설치할 경우 제작비용은 장당 1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불법 펼침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자 여수시는 최근 불법 펼침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식을 종전 ‘건당’에서 ‘장당’으로 바꿨다. 행자부가 지난 4월 ‘불법 유동 광고물 정비계획’ 지침을 각 시·도에 시달하고 장당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금까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적용해 단속한 불법 펼침막을 모아 건당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건당 부과는 같은 내용과 연락처를 담은 불법 펼침막에 대한 과태료를 단속된 게 20장이든 100장이든 한 건으로 보고 과태료 상한선 500만 원만 부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시공사나 대행사는 단속에 걸려도 과태료를 납부하면 된다며 배짱 광고를 일삼고 있다.

반면 장당 부과는 내용과 연락처가 같고 설치한 곳이 다르면 펼침막의 크기에 따라 장당 25만 원의 과태료를 매기는 것이다. 장당 부과 시 과태료가 훨씬 많아져 불법 행위 사전 차단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과태료 상한선이 없어지는 까닭이다.

▲지난 5월 12일 학동에 걸려 있는 죽림현대힐스테이트 불법 펼침막.
▲지난 5월 5일 소호동에 걸려 있는 죽림현대힐스테이트 불법 펼침막.

하지만 행정 공권력을 비웃듯 건설업체나 대행사, 아파트 업체들의 불법 펼침막 설치 행위가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과태료를 부과하면 일부 대행사는 체납하거나 폐업해 과태료를 피해 가기도 한다.

여수시는 불법 펼침막을 대량으로 게시한 죽림현대힐스테이트, 엑스포 시티프라디움에 대해 2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화 웅천 꿈에그린과 대광오투빌에 대해서도 과태교를 부과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과태료를 부과해도 체납하거나 폐업해 과태료를 피해 가는 등 납부율이 높지 않다.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는 경우도 많다. 체납자에 대해 형사고발 할 관련 규정도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설치 업체뿐만 아니라 시공사, 광고주에 과태료 청구는 물론 환경 부담금 적용, 불법 펼침막 게시 해당 아파트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원 중단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문수초등학교 아래 스쿨존에 대광오투빌 불법 펼침막이 걸려 있다.

특히 과태료를 체납하거나 계속 불법으로 게시하는 사업시행자는 지자체가 연계해 입찰 제한을 주거나 사업 승인 취소 등 특단의 대책도 고려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전남옥외광고협회 여수지부와 협력을 통해 불법 펼침막에 대해서는 즉시 철거하는 방안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불법 펼치막 광고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함께 강력한 행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시는 수거한 불법 펼침막에 대해 5㎡ 이상 1매당 20ℓ종량제 봉투 2매(1,000원 상당), 5㎡ 미만 1매당 20ℓ 종량제봉투 1매(500원 상당)를 지급한다. 매주 1인 1회에 한해 5만원 보상금 상한선을 두고 있다. 하지만 수거 보상제는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미평 육교에 대광오투빌 불법 펼침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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