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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는 나를 ‘가시엄마’라 부른다.”언어 이질화 극복을 위한 당돌한 제언
젊은기자들  |  yspa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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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8  1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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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 자 모양으로 생긴 낫을 보면서도 기역 자를 모를 정도로 무식하면,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 속담을 북한에서는 “낫 놓고 기윽 자라.”고 한대요. 우리는 ‘ㄱ’을 ‘기역’이라고 하는데 북에서는 ‘기윽’이라고 부른다네요.

‘ㄱ’뿐만 아니라 ‘ㄷ’(디귿/디읃)과 ‘ㅅ’(시옷/시읏)도 그 이름을 달리 부른대요. 남에서 ‘쌍기역’, ‘쌍디귿’, ‘쌍시옷’이라고 하는 ‘ㄲ’, ‘ㄸ’, ‘ㅆ’도 북에서는 ‘된기윽’, ‘된디읃’, ‘된시읏’이라고 한다나요. 수업 시간에 남북한 자음의 차이를 공부하면서 남북한 언어 이질화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달라진 것도 있지만, 자음 열네 자 중에 열한 자나 남북이 같이 부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잖아요. ‘ㄴ(니은),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은 남북이 똑같이 부르고 있잖아요. 생각을 조금 달리하니 길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북은 너무 무겁고 남은 너무 가벼웠어요.”

   
▲ ‘책’에 길을 물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었지요. 책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어서요. Ⓒ김규리

북한의 언어생활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국어 선생님을 찾아갔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말씀 이외에는 한마디도 더 들려주지 않았어요. 조심스러워하시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찾아 읽은 게 <북한 언어 문화의 이해> (조오현 외 4인)라는 책이에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고 해서 읽었는데, 아니었어요. 고등학생들이 읽기에는 꽤 어려웠어요. 하지만 북한 언어의 실제를 다루고 있는 2부는 괜찮았어요. 이야깃거리도 많았고요. 이 책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빌려와서 이 기사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북한의 언어 정책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1부를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외래어는 모두 정리해야 한다”, “남한에서 외래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민족적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 등등. 우와, 이게 김일성의 이른바 ‘교시’래요. 우리가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맞은데, 그렇다고 ‘민족적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 것은 아니다 싶었고, 더욱이 ‘외래어는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수긍이 가지 않았어요. 21세기 세계화 사회에 어디 될 법한 말입니까. 더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도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잖아요.

“휴전선은 휴전선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 ‘사람’에게 길을 물었어요. 분단의 철조망은 휴전선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보이지 않은 장벽’이 있었거든요. Ⓒ이혜인

북한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한다며 우리는 킥킥 웃는 경우가 있지요. 공부해 보니 이는, 북한의 언어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이른바 ‘말 다듬기’로 불리는 언어정화운동 때문에 생겨난 말이었어요. 양계장을 일컫는 ‘닭공장’, 장인, 장모를 뜻하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를 비롯해, 겨울나이(월동), 벌방(평야지대), 끌배(견인선), 원주필(볼펜) 등 생소한 말들이 이때 생겨났대요.

새터민(북한이탈주민)을 만나서 이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여곡절’이라는 한자성어를 이럴 때 사용하지 않나 싶어요. 새터민들은 신원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이지 우리는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전남하나센터가 없었다면 우리 만남은 어림도 없었을 거예요. 김상임 사회복지사의 중개로 인터뷰가 마침내 이루어졌지요. 탈북자 이금*, 신근* 님은 성실하게 답변을 해 주셨어요. 고맙게도.

“새터민에게 들어보니 북한말도 맛깔스러웠어요.”

   
▲ 아름다운 북한말. 여수 모 고등학교 복도에 붙어 있는 환경게시물이에요. 환경 정리도 이 정도는 돼야 품격이 느껴지죠. Ⓒ서정우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동아리 ‘젊은 기자들’의 문화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기자입니다. 북한말을 조사하면서 그런 단어를 실제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서 뵙자고 하였어요.

“반가워요. 말씀해 보십시오.”

- 아내의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 가시어머니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나요? 남한에선 장모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요.

“네. 결혼하면 딸은 친정엄마라고 부르는데, 사위는 가시엄마라고 불러요.”

그러면서 우리는 환경게시물에 있는 북한말을 하나씩 물어 봤어요. 백일해를 ‘백날기침’으로 부르고,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사는 부부를 ‘뜨게부부’라고 하고, 우리말의 등교 시간을 ‘상학시간’이라고 하는 등 실제로 그런 말들을 사용하고 있었지요. 그러면서 그분들은, 산책할 수 있게 만든 길인 ‘거닐길’은 ‘거님길’로, 얼떨결에라는 뜻의 ‘어앙결에’는 ‘어망결에’로 바로잡아 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용기 백배, 추가 인터뷰까지 요청하면서 이것저것 다 물어 보았어요.

- 스타킹을 북에서는 하루살이라고 한다던대요?

“남에서 쓰는 스타킹이라는 말을, 북에서는 정확히 ‘하루살이 양말’이라고 해요. 하루살이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 ‘해방처녀’라는 단어도 있다면서요? 예문까지 들어 주세요.

“해방처녀는 남녀관계가 복잡한 처녀나 미혼모를 뜻합니다. 예문으로는 음, ‘졸지에 나는 해방처녀가 되어 버렸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 추천하고 싶은 예쁜 북한말 있나요?

“볼웃음, 잠나라, 오목샘, 다님표, 아저씨 등이 있습니다. 미소는 ‘볼웃음’, 꿈나라는 ‘잠나라’, 보조개는 ‘오목샘’, 운행표는 ‘다님표’, 형부는 ‘아저씨’라고 합니다. 북한말을 직접 조사해 보시면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 정말 예쁘네요.(웃음)

“이런 예쁜 말, 알고 계셨어요?”

   
▲ 길거리 인터뷰 통일이 되면 북한말인 ‘단설기’와 외래어인 ‘카스텔라’ 중 어떤 단어를 사용하겠냐고 물어 보았어요. ‘단설기’가 압도적이었어요. Ⓒ홍태준

“헤브 어 굿잠”이라는 침대 광고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여기에서 ‘굿잠’은 ‘good 잠’으로 국적 불명의 말이지요. 깊이 드는 잠인 숙면(熟眠)을 아마 이렇게 표현했나 봐요. 그런데 놀랍게도 숙면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북한말이 있었어요. 굳잠! 아마 ‘굳은+잠’이 ‘굳잠’이 된 듯싶어요. 한자어 ‘숙면’보다는 순 우리말인 ‘굳잠’이 훨씬 예쁘잖아요. 그래서 길거리로 나섰어요.

- 일상생활에서 ‘숙면’과 ‘굳잠’ 중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겠어요?

“저는 굳잠이요. 신기하네, 영어랑 순우리말이랑 뜻도 비슷하고 표기도 비슷하고요.”

- 나중에 통일이 되어 굳잠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수록된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공익광고나 국립국어연구원 포스터나 표어에 쓰이면 신선한 느낌이 들 것도 같고요.”

통일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조선족 작가 김금희 님은 남한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족 작가예요. 소설에서 만난 북한말이 참 재미있었어요. Ⓒ조민영

새터민들이 알려 주신 단어로 “그녀는 예쁜 오목샘을 가지고 활짝 볼웃음을 지었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보니, 예뻤어요. 두 단어만 사용해도 이처럼 예쁜 문장이 만들어진다니! 놀라웠어요. 그래서 조선족 작가 김금희 씨에게 인터뷰를 신청하였지요.

작가는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이라는 소설을 통해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 민족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의 갈등을 그의 소설에서 잘 그려내고 있었어요. 특히 소설에서는 조선족들이 일상어로 종종 북한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말들이 낯설면서도 매우 친근했어요.

- 남북의 언어가 많이 달라졌지요?

“그래요. 문화어 ‘남새’는 표준어로 ‘야채’, 문화어 ‘복무’는 표준어 ‘서빙’, 문화어 ‘옹근’은 ‘모두, 전부해서’, 문화어 ‘하이야’는 ‘승용차’, ‘뜨락또르’는 ‘트럭’ 등등…….

- 남한에서 작품 활동 중 남북의 언어가 달라 난감했던 적은 없었나요?

“있었죠. 중국 조선족이 쓰는 언어 및 문자는 그동안 평양 문법을 표준으로 해왔기 때문에 한국이랑 철자, 띄어쓰기가 많이 달라요. 더욱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어로 이루어진 외래어를 많이 쓰고 있어서, 힘들기도 하였고요.”

-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언론매체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질화된 언어를 많이 소개해 주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언어 문화의 변화는 대중들이 주도하므로 근본적으로는 남북의 밀접하고 빈번한 교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언어 이질화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순 우리말인 북한말을 널리 알리는 것도 언어 이질화 극복의 한 방법일 것 같은데요?

“일단 취지도 좋고 어느 정도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에게 순 우리말의 소중함을 각인시키고 순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마음이 맞으면 삶은 도토리 하나 가지고도 시장멈춤을 한다.”는 북한 속담이 있어요. 식량난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는 데 사용되는 속담이라지만,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북한의 마음이 맞으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으로요.

언어에는 마음이 담겨 있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는 북한말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북한은 남한말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면 어느덧 나뉘었던 마음도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통일도 조금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다시 아픈 6월이네요.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채 6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아픈 6월이네요.

   
▲ ‘하나의 나라, 하나의 언어’ 이 기사를 쓰면서 통일을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통일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김규리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김규리, 서정우, 이혜인, 정서진, 조민영, 홍태준 기자)

◆ 덧붙이는 글
달라지는 언어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은 통일 준비의 첫걸음일 것 같아요. 남한에서는 ‘도시락’을 ‘곽밥’으로도 부르고, 북한에서는 ‘곽밥’을 ‘도시락’으로도 부르면 안 될까요? 외래어라고 배척한 ‘원피스, 투피스’도 북한에서 받아들이고 ‘달린옷, 나뉜옷’도 남한 사전에 실리면 안 될까요?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몇 번을 거절하다가 인터뷰에 응해 주신 새터민 두 분께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만나 보니 그분들도 우리말을 쓰는 우리 동포였어요. (문화팀장 김 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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