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느 어린이집 어머니들과 함께 미평수원지를 찾아 숲 해설을 해 주었다.

15~20명의 어머니들과 함께 숲을 찾아 숲에 사는 생명들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지금 숲에 오면 무슨 색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하고 어머니들께 물어보면 어김없이“초록이요~”하고 대답한다. 우리가 숲으로 들어가면 세상이 모두 초록나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초록이 모두 똑같아 보이나요?” 하고 되묻는다. “아뇨. 녹색, 연두색... ”대답도 제각각이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모든 색들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숲이 얼마나 많은 색을 가지고 있는지 한그루의 나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미평수원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후박나무의 잎만 보더라도, 그 잎들이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똑같지는 않다. 잎의 상태나 햇살을 받는 상황에 따라 잎의 색이 달라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하나의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수 십 가지로 변한다.

이렇게 숲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고 있는데 어머니 한분이 갑자기 외친다.

“여기 새 둥지가 있어요!!” 내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들의 모든 시선이 일시에 새둥지로 향한다.

“와~ 정말이네” 그 새둥지는 작년에 딱새가 사용하고 지금은 빈집이었다.

신기한듯 바라보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아이나 엄마나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보면 똑같아 진다는 생각에 혼자 웃는다.

숲해설을 하다보면 ‘오늘은 어떤 것을 설명해 줘야지’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숲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새둥지가 이야기 중간으로 끼어 들었다. 이미 새둥지에 모든 관심이 쏠려버린 어머니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래, 오늘은 새들의 세계로 가는 거야...” 그리고는 숲에 관한 이야기에서 새들에 관한 이야기로 물꼬를 돌린다.

지금의 새들을 위협하는 것들 중에 우리가 쉽게 새들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싶어졌다. 우리가 발견한 새둥지를 보면서 어머니들께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는 새둥지를 발견하면, 그 앞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머무르지 말아주기를 당부했다.

숲을 비롯하여 밭 주변, 해안가 등에서 우리는 운 좋게 새 둥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누구나 호기심이 발동하여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한다.

어느 경우는 아이들에게 관찰할 기회를 주고 싶어 무등을 태워 보여주는 경우까지 있다.

우리는 못 느끼지만 모든 동물은 인간의 냄새를 맡는다.

사람이 머물렀다 간 자리에는 사람의 냄새가 그곳에 베어든다. 들고양이나 새들의 천적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머물다간 자리에는 음식물 등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남겨두고 간가는 것을 알고 있다.

새들의 천적들이 그 곳에서 사람의 냄새를 맡아 두리번 거리다 생태계상의 진짜먹이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비록 그 새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지만 새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된다.

두 번째는 새들에게 위험한 재활용품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새 둥지를 보면 심심찮게 비닐 등이 둥지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일회용품을 자제하는 이유는 ‘환경호르몬’때문이다. 지금 이 환경호르몬이 새들의 보금자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새들이 둥지를 만들 때 비닐 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새들은 신문을 보지 않으니 이것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기 때문이고, 그 다음은 이것들을 사용하면 둥지를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원하는 데로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건축자제인 관계로 새둥지가 나뭇잎이나 들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닐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비닐들이 새들의 집이 되고, 새들의 이불이 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평생을 집이라는 곳에서 살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그 집을 지을 때 건축 재료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을 쓴다.

황토가 좋으니, 통나무가 좋으니, 여러가지 좋은 재료를 떠올리지만 어느 누구도 비닐을 건축 재료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들도 마찬가지다. 알이 되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둥지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둥지 속에서 지내게 된다.

어떨 때는 알이 되어, 어떨 때는 새끼가 되어, 어떨 때는 부모가 되어 새 둥지에서 지내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새들도 평생을 둥지 속에서 지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새들이 평생을 비닐로 만든 집에서 산다고 상상하면 가슴이 찡해져 온다.

그 결과가 요즘 하나씩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

알의 껍질이 얇아져 부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어미새가 아기새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우리가 이 새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짚어 주었을 것으로 믿는다.



<숲 해설가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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