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불꽃축제는 지속가능할까<상> 단순한 불꽃쇼가 아닌 진정한 지역 대표 축제가 되려면 다양한 콘텐츠를 더 담아야 한다.

▲ ‘2016여수밤바다 불꽃축제’가 화려함 속에서도 교통난 및 일부 업소의 자릿세 요구 등으로 얼룩졌다. 시민과 관광객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준비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도 남겼다. (사진=여수시의회 여철주)

축제의 순기능 발휘…준비 부족으로 찬물 끼얹어

최근 ‘불꽃축제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전국적으로 불꽃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수많은 축제와 특별한 행사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불꽃놀이다. 사람들은 왜 불꽃놀이에 매료되는 것일까. 화려하게 비상하는 불꽃이 환상과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꽃놀이는 질서와 관성에 길든 일상에서 비켜나 일탈의 틈을 허락하는 시간과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현대인에게 일상의 고달픔을 극복하는 초월적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이것이 축제의 순기능이다.

살기가 팍팍할 때 숨 돌릴 공간과 여유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축제의 기능 중 하나다. 바다 위의 화려한 불꽃쇼가 치솟은 물가와 평소 교통체증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을 위로하고, 관광객에게는 치유와 여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소외계층에게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축제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세심한 행정이 요구됐다.

이번 불꽃축제가 그런 점에서 나름 역할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여수불꽃축제는 일상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잠시나마 환상과 낭만을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축제에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시설 청소년 200명을 초대해 지정좌석을 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불꽃축제가 어느 정도 순기능을 발휘한 셈이다.

이런 축제의 순기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여수시의 준비 부족이었다. 기본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에 예산을 요구한 것이나 26만 명(시 추산)이 운집한 대형 축제에 극심한 교통체증 등의 여러 상황을 보면 한마디로 준비가 졸속에 가까웠다.

화려함이 극으로 치닫는 불꽃으로 “우~ 와~”하는 관중 탄성을 끌어낸다고 끝이 아니다. 수십만 명이 왔다고 단순 수치로 행사의 성과를 부풀려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일각에서는 그냥 보고 즐기면 될 것을 무어 그리 따지느냐고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행사는 그 비용이 적든 많든 간에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한다.

화려하고 거창함 속에는 혈세 낭비의 우려가 있다. 세금을 낸 시민 입장에서 호시절이면 몰라도 요즘처럼 살기 힘든 때에 불꽃놀이는 세금 태우기로 비칠 수 있다. 이번 여수불꽃축제 총 경비는 9억여 원이 집행됐다. 여수시 예산 1억9000만 원과 기부천사로 알려진 박수관 회장이 3억 원을 기부했다. 불꽃놀이 제작업체인 (주)한화에서 현물을 협찬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수시가 불꽃의 화려함과 26만 명이라는 수치에 취해 내년에 시민과 관광객에게 더 큰 환상과 낭만을 심어주려 규모 확대나 행사장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경비를 늘리려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꽃놀이에 대한 환상과 낭만이 규모나 예산을 늘린다고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경계해야 한다. 더 이상의 시비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

▲ ‘2016여수밤바다 불꽃축제’가 화려함 속에서도 교통난 및 일부 업소의 자릿세 요구 등으로 얼룩졌다. 시민과 관광객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준비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도 남겼다. (사진=여수시)

지속가능한 문화관광 콘텐츠 상품 강화해야

이틀에 걸쳐 진행하기는 했지만 30분 정도의 단순한 불꽃쇼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축제가 단순히 즐거운 놀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26만 명이 관람했다고 그 숫자만큼 지역 경제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 소비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속가능한 문화관광 콘텐츠상품으로의 정착 가능성과 상징성, 시민 효용성 등 공공재적 가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단순히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도시의 이름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이 꾸준히 찾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혹독한 겨울 날씨로 유명한 캐나다 퀘벡과 일본의 삿포로는 오히려 그러한 지역의 단점을 ‘겨울축제’와 ‘눈축제’로 승화시켜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1947년에 시작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축제는 세계 음악인들과 팬들이 찾는 유명 축제로 발돋움했다. 마땅히 내세울 게 없었던 일본의 작은 항구도시 요코스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정박한 해군이 즐겨 해먹은 카레를 소재로 한 ‘카레축제’를 개최해 성공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이처럼 지역 축제는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이 그 도시에 대해 얼마나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얼마나 잘 기억하고 다시 찾게 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은 이와 같은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축제가 얼마나 있을까. 사실 여수세계박람회, 거북선축제를 빼고는 축제다운 축제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SOC,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여수가 업그레이드 된 것은 기정사실이다. 거북선축제는 전국 유일 호국 문화 체험축제로 5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의미와 규모에 비해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역사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갈치와 전남도무형문화재인 거문도 뱃노래 등을 소재로 한 거문도·백도 은빛바다 체험행사, 국제청소년축제, 영취산진달래축제, 범선축제 등이 있지만 특별히 경쟁력 있거나 외지인들에게 기억되는 축제가 사실상 없다. 이에 여수에서만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 축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단순한 불꽃쇼가 아닌 진정한 지역 대표 축제가 되려면 다양한 콘텐츠를 더 담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전통의 폭죽 제조 과정을 배우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접목하는 등 현재보다 훨씬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12회째를 맞는 부산불꽃축제의 경우 매년 낭만 주제를 정한다. 지난해는 ‘사랑 시작은 고백입니다’을 주제로 개최했다. 올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2030 부산등록엑스포 유치기원’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2014년에는 인기 DJ 겸 가수 배철수 씨가 사전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진행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축제 정체성과 콘텐츠의 차별화가 분명해야 한다. 축제의 ‘여수다움’과 다양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단순히 관람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축제를 통한 여수다움에 관한 새로운 해석, ‘여수성’이 극대화된 참여형 축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소모성 축제가 아닌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 여수를 대표하는 불꽃축제로, 지속가능한 축제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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