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폭염·김영란법·콜레라까지 수산업계 사중고

추석 대목이지만 콜레라 불안감에 인적 끊긴 수산시장
매출 급감…시장 상인들 “가게 문 닫게 생겼다” 울상

상인들 “거제·통영시 수산물 시식행사 등 대책 마련
나서는데 여수시는 뭐하나…시, 안전성 검사 강화”

15년 만에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여수지역 수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25일, 30일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 3일에도 해외에서 귀국한 남성 한 명이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여파가 남해안 수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환자 중 3명이 해산물을 먹은 뒤 콜레라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면서 추석 대목을 앞둔 지역 수산업계는 울상이 가득하다. 5일과 6일 오전 여수수산시장과 수산물특화시장, 횟집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산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맘때쯤이면 북적북적해야 할 시장은 한산했다.

▲ 6일 여수수산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콜레라 영향 등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하다.

여수수산시장에서 30여년 장사를 했다는 A상인(여·60대)은 “회도 맛있게 썰어주고 청결에도 엄청 신경 쓴다. 그런데 오염원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명절을 앞두고 방송에서 하도 떠들어대니까 우리가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콜레라)이제 방송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상인들한테는 대목이 중요하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판매가 99% 줄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 상인들 모두 문 닫게 생겼다”고 했다.

B상인(여·50대)은 “이맘때면 새벽부터 나와서 주문 받고, 고기 썰고, 포장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한다. 그런데 예약도 취소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말 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상인은 “어제는 멍게 1만 원어치 판게 전부다. 그것도 지인에게. 배를 허옇게 드러내고 떠 있는 고기를 볼 때는 울화통이 터진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에, 폭염에, 김영란법에, 콜레라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중고를 겪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보통 주말에(토·일) 낙지 10코(1코에 20마리)는 파는데 며칠째 1코도 팔지 못했다. 팔기는커녕 낙지가 죽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김영란법 때문에도 타격이 크다. 소위 돈 많고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한테 나쁜 짓거리 하지 말라고 만든 법 아니냐. 우리 같이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한 해 동안 살면서 고마운 사람들한테조차 선물을 못하게 하는 법이 어디 있냐. 자신을 타깃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 선물용 주문이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 6일 여수수산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콜레라 영향 등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하다.

C상인(여·30대)은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다.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평일에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주말에도 장사가 안 된다. 이 여파가 추석 때까지 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택배가 금요일까지만 된다. 주문이 지금이라도 들어와야 준비해서 보낼 수 있는데 전화가 거의 없다. 특히 평소 같았으면 추석 기간에 장사를 하는지 문의 전화가 오는데 여태껏 전화 한 통을 받아보지 못했다. 봐라. 지금이 한창 바쁠 땐데 다들 놀고 있다”고 했다.

이 상인은 “익혀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생선 자체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선물을 받는 사람도 생선 자체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서울 거래처에서는 생선 자체를 올려 보내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가게는 전복, 소라 등이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 그런데 판매량이 10분의 1로 줄었다. 설사 주문이 들어와도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D상인(여·40대)은 “이맘때면 새벽에 나와도 허리를 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 주문이 아예 안 들어온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명절 때면 매번 전복 50~60박스(2kg)씩을 주문하는 큰 거래처에서는 전화 한 통 없다. 수도권 지역 거래처에서는 수요일까지 지켜보자고 하는데 이번 추석 대목 장사는 그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마른 생선을 팔고 있는 E상인(여·50대)은 “활어 쪽은 타격이 심할지 모르겠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마른 생선류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덜 팔리는 정도다. 그러나 예약 취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전에는 마른 생선류가 대목일지 몰라도 오히려 연휴 때는 활어 종류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휴 때도 활어 쪽은 타격이 클 것 같다. 시장 상인들이 폭염에, 김영란법에, 콜레라까지 장사가 안 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 6일 여수수산시장. 한 상인이 죽은 낙지를 보여 주고 있다.

수산시장 입구에서 박스포장과 얼음을 판매하는 F상인(여·50대)은 “박스포장이 작년 추석 때보다 80%이상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봐라. 대목을 앞둔 지금, 시장이 북적북적하고 상인들이 바빠야 하는데 사람들이 없지 않냐. 무엇보다 평소 수산시장에 오는 발길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량이 줄다보니 얼음 소비도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여수수산물특화시장 G상인(남·40대)은 “농어는 3~4일만 되면 수족관에서 죽는데 팔리는 생선보다 죽어나가는 생선이 더 많다”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 되기는 장사를 한 이래로 처음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소호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H사장(남·60대)은 “콜레라 발생 이후 가게에 발길이 평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이 여파가 오래가면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소매시장이 고전하면서 도매상들도 타격이 크다. 여수와 순천, 광주지역 횟집과 일식집에 활어를 공급하는 I중매인(남·40대)은 “횟집이나 일식집이 타격이 크니 우리도 클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문 닫을 횟집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실제 문을 닫으려는 횟집도 생겨나고 있다.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수지역 횟집들은 깨끗한 바닷물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콜레라 감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해산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거나 감염경로 결과가 확실히 나오지 않았는데도 마치 콜레라 발생 원인이 해산물인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거나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여수지역 양식어가도 타격을 입었다. 6일 시에 따르면 돌산읍 우두리 가두리 양식장 4곳에서 우럭 등 56만미가 폐사해 피해액이 2억2000만원에 이른다.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이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지난 5일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콜레라 영향 등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날 수산시장 일부 상인들은 여수시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콜레라 환자가 잇달아 발생한 거제시와 통영시는 지역 수산물 시식행사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 여수시는 여태껏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여수시는 지난달 31일 콜레라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보도자료만 한 차례 냈을 뿐이다.

거제·통영시는 6일 콜레라 발생 탓에 횟집과 수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자 시청, 의회, 경찰, 교육청, 수협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수산물 시식행사를 가졌다.

시 관계자는 “콜레라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콜레라 발생에 따른 지역 수산업계 활성화 대책이 세워진 것은 없다. 지역 수산물 안전 홍보 강화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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