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확보 고민 부족…차별화된 콘텐츠 필수

▲ 여수에서 처음 생긴 야시장인 ‘바이킹 야시장’이 문을 연지 넉 달도 안 돼 차별성과 콘텐츠 부족, 폭염과 콜레라 여파 등으로 운영위기를 맞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10일 바이킹 야시장. 이날 8개 매대 중 5개 매대가 문을 열지 않았다.

여수시가 관광객들의 식도락을 책임지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여수수산시장 내 바이킹 야시장의 상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영업을 포기하는 매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차별화 전략 부재 등으로 인한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여수시와 수산시장, 바이킹 야시장 매대 상인들에 따르면 국비와 시비를 합해 총 1억9200만 원을 지원 받아 지난 5월 27일 개장한 8개 매대 중 절반이 넉 달도 안 돼 영업을 중단하는 등 극심한 운영난을 겪으면서 나머지도 영업을 계속할지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제대로 된 고객 확보 및 상권 분석과 차별화 전략 없이 성공 야시장을 흉내 내기에만 급급해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수시와 시장상인회가 사전에 촘촘한 지원과 관리에 나서는 등 야시장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야시장이 잘 되려면 입지조건, 유동인구, 상품성, 적극적인 홍보, 화제성 등이 맞아 떨어져 경쟁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바이킹 야시장은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

바이킹 야시장이 위치한 수산시장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성수기와 비수기, 낮과 밤에 방문객 차이가 크다. 특히 밤에는 발길이 뚝 끊기다시피 한다. 이 때문에 야시장 운영을 통해 수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활성화를 꾀하려 했지만 현재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변화 없이는 지속가능한 영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상인들은 수산시장은 원래 밤에 인적이 드문 곳인데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최근 콜레라 여파로 방문객이 대폭 감소한 탓이 크다면서도 ‘바이킹 야시장’만의 특별한 차별성이 크게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말 그대로 주전부리는 오고가다 사먹는 음식인데, 방문객 자체가 뜸한데다 매대 규모가 작고, 업종이 다양하지 않는 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대의 음식이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벤치마킹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봤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산물과 경쟁력 없는 주전부리 등 먹거리 외에는 제대로 된 구경거리·즐길거리가 없는 곳에 일부러 찾아와 돈을 쓸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 여수에서 처음 생긴 야시장인 ‘바이킹 야시장’이 문을 연지 넉 달도 안 돼 차별성과 콘텐츠 부족, 폭염과 콜레라 여파 등으로 운영위기를 맞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11일 바이킹 야시장. 이날 8개 매대 중 6개 매대가 문을 열지 않았다.

‘먹거리 위주’ 운영…여수만의 야시장 스토리 없어

야시장은 요즘 전국 지자체의 화두 중 하나다. 부산의 부평깡통야시장, 전주 남부시장야시장, 목포 남진야시장, 광주 대인예술야시장, 순천 아랫장야시장, 대구 서문시장야시장 등 가히 열풍 수준이다. 이들 야시장은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부평깡통야시장은 개장 1년여 만에 관광객의 인기를 끌면서 부산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국내 야시장의 롤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먹거리 위주’의 운영 등 전국 야시장의 비슷한 운영방식 때문이다. 특별한 먹거리를 만들거나 이색적인 상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지만 성공 야시장을 단순 벤치마킹한 그렇고 그런 야시장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야시장은 반짝 성공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는 엄청 힘들다. 성공한 야시장들이 끊임없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객 유치를 위해서는 먹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통한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은 필수다.

한옥 관광1번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외국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주변에 청와대와 경복궁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전주 한옥마을 남부시장야시장도 마찬가지다. 인근에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이 있고 유서 깊은 전동성당도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시장 내부에 십자 모양으로 늘어선 매대에서는 꼬치와 녹두전부터 비빔밥 구이, 술 넣은 아이스크림, 물방울떡, 초밥, 베트남 쌀국수, 필리핀 잡채인 ‘판싯’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또 한쪽에서는 비누, 생활도자기, 소품, 액세서리가 판매된다.

야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버려진 시장 공간에서 독특한 점포를 낸 곳으로 2012년 5월에 개장해 지금은 전주 관광 필수 방문지가 됐다. 이곳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이나 소품을 구매하고, 추억의 장난감과 과자를 살 수 있다. 또 근사한 칵테일 바와 청년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한옥마을의 한복 입기 체험은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주뿐만 아니라 서울 인사동을 비롯해 광화문 일대에서도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한복 입은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10~20대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며 이 때문에 인근에 한복대여점도 속속 생겨났다. 이 한복 입기 열풍의 진원지는 전주 한옥마을 출신의 한 청년사업가가 낸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주시와 시의회는 조례를 만들어 전주에서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사진 대회, 문화시설 입장료 감면 등 한복 입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3일 개장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의 경우 주변에는 동산병원 선교사 사택과 박물관, 대구 사과나무의 시조 2세, 구암서원, 계산성당, 약전골목 등 중구 근대화 골목이 있다.

그러나 바이킹 야시장의 경우 다른 야시장처럼 차별화된 여수만의 야시장 스토리는 무엇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데 ‘먹거리 위주’라는 전국의 ‘그렇고 그런’ 야시장과 비슷한 운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산시장 상인회가 현재 매대 운영자 재공모를 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이런 가운데 운영 방식 등의 변화 없이 성급한 재개장은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여수에서 처음 생긴 야시장인 ‘바이킹 야시장’이 문을 연지 넉 달도 안 돼 차별성과 콘텐츠 부족, 폭염과 콜레라 여파 등으로 운영위기를 맞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11일 바이킹 야시장. 이날 8개 매대 중 6개 매대가 문을 열지 않았다.

단순히 장사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아야

야시장은 단순히 상품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다. 그 속에서 다양한 관계성이 어우러질 때 의미 있는 공간이 된다. 특화된 먹거리에, 볼거리·체험거리가 없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여수 바이킹 야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시장이 내세울 수 있는 특화된 먹거리와 대표 관광 콘텐츠 확보, 손님을 오랫동안 붙잡을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 휴식 및 편의시설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민들에게는 밤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소박한 밤마실거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수산물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이곳을 찾아올 별다른 콘텐츠가 없고, 여태껏 ‘바이킹 야시장’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이 태반이다.

여수 시민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수산시장은 여수 시민과 고락을 함께한 곳이다. 단순히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부모·형제들의 치열한 삶터이자 여수 사람들의 억척스런 정신이 응축된 곳이기도 하다. 여수 정신을 담은 콘텐츠의 보강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바이킹 야시장이 단순히 장사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이곳에서 늘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홍콩이나 타이베이, 방콕 등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도시에는 어김없이 야시장이 성업 중이다. 하지만 그 어느 야시장도 하루아침에 명소가 된 곳은 없다. 시민의 성원과 상인·지자체가 함께 고민하고 철저한 관리와 혁신에다 수십 년의 전통이 쌓인 결과다. 

▲ 여수에서 처음 생긴 야시장인 ‘바이킹 야시장’이 문을 연지 넉 달도 안 돼 차별성과 콘텐츠 부족, 폭염과 콜레라 여파 등으로 운영위기를 맞고 있다. 여수시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27일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세계 6개국의 대표 주전부리와 청년 창작 주전부리 등 재여 외국인들과 청년 창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8개의 이동식 매대를 갖춘 바이킹 야시장을 개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