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동네 아이들과 함께 송사리떼, 소금쟁이가 헤엄치던 곳ㅡ

ㅡ연등천도 한 때는 어린애 웃음같이 순박했던 시절이 있었다ㅡ



연등천을 처음 봤을 때가 80년 때쯤이다.제대를 하고 일자리를 찾아 여수 터미널에 도착하여 이미 공단에 취직한 동창생을 기다리기에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아마도 지금의 연등천이라 여겨지는 터미널 옆으로 흐르는 천을 걸으면서 약속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야 여수에 대한 지리를 모르던 나로써는 천을 따라서 자리를 옮기어야 되돌아 오기가 쉬울 것 같아서 였다

자갈과 모래들이 하얗게 반짝이고 꽃들이 피어 있는 수풀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 모습은 도시가 아닌 어느 시골의 냇가를 산책하는 듯 했다.



간간히 아이들의 물장구 치는 소리와 방망이 두들기는 소리도 들리기도 했지만 낯설은 지역에서 혼자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터라 별로 관심이나 호기심이 있을리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낯설음에 대한 불안감을 잊게 하려는 듯 다리를 지나자 조그맣게 들리던 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날수가 있었다.



꼬맹이들이 벌거숭인체로 웅덩가 조금 파인곳에서 개구쟁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펑퍼짐한 바위가 놓인 곳에서는 아주머니 서너명이서 이야기반 빨래반 하시며 두드리는 방망이도 힘이 있었다.



가끔 개구쟁이들에게 멀리 가서 놀아라라고 소리 지르지만 입가에 웃음기를 띠우신 모습에서 애들은 더욱 신이 난 것을 보면 매번 있는 일인듯 하다.



낯설은 이방인을 힐끗 보고 자기들끼리 뭐라고 수근대며 웃으신다.

언덕 위에 멀뚱허니 서 있는 모습에서 또 다른 이야기 거리를 내가 제공한 듯하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그것은 한폭의 풍경화였다.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싫지 않아서 조심스레 물가로 내려가니?위에서 보이지 않던 송사리 등 이름도 모르는 고기와 소금쟁이도 보였다.

한참을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발을 씻고 싶었다.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고기들이 내 발 냄새가 싫었던지 도망을 간다. 그러다가 흐르는 물살을 타고 또 다시 내게로 다가온다.



남은 시간을 이들과 놀 요량으로 송사리를 잡아 보기로 했다. 그러나 쉽게 잘 잡히질 않는다. 한참을 헛탕을 치고 있는데 어느덧 내곁에는 벌거숭이 개꾸쟁이들이 모여 있었다.



벌거숭이 개꾸쟁이들이 내게 관심을 끌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들끼리 노는것이 심심했던지 또 다른 재미를 찾아서 내게로 다가와 고기를 잡는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한두번 손치레해서 잡을수 있는 것도 아닌데 가소롭다는듯이 잡아서 보이는 모습이 속으로 웃음도 나왔지만 불안과 무료함에 있던 나를 자기들 놀이에 끼워주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옷이 젖는줄도 모르며 놀았던 연등천을 2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찾았을 때는 아름다운 추억이 퇴색 되었다.

그때 내 발 냄새까지도 싫어 했던 송사리와 이름 모른 고기들은 어디로 갔으까?

또 그 벌거숭이 개구쟁이들은 어디서 무얼할까??

하늘에는 맑은 구름이 여수바다 위에 쉬고 있었다.

(연등천 작업노트 중에서)



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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