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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 100년의 시간을 부활시키다광주 1913송정역시장 <상> 시장 상인과 청년 상인, 행정, 기업이 추진한 상생 공동 프로젝트로 급격히 쇠퇴해가던 전통시장을 문화 명소로 탈바꿈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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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9  16: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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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 역사 자랑…낡고 허름한 시설로 외면
전통과 새로움 공존…‘젊음의 장소’로 재탄생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전통시장은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와 대형마트와 같은 신 유통업체가 물밀 듯이 생겨나면서 전통시장은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또 영세 상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젊은이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60~70대가 넘쳐난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에 젊은 피를 수혈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창업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젊은 상인 입장에선 창업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기존 상인의 입장에선 전통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기업들도 상생 차원에서 지자체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에게 초기 임대료와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들 또한 전통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수시는 그동안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형·골목형시장에 선정돼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도 그 기간이 끝나면 없던 일이 되기 일쑤다. 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살리지 못한 채 천편일률적인 아이템으로 차별성을 갖지 못한데다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콘셉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광주의 새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른 ‘1913송정역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24일. 오후 6시 땅거미가 지기도 전에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그룹,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로 시장 상인과 청년 상인, 행정, 기업의 상생으로 급격히 쇠퇴해가던 전통시장을 문화 명소로 탈바꿈한 사례로 꼽힌다.

‘1913송정역시장’(이하 송정역시장)은 말 그대로 1913년에 송정역이 생기면서 생성된 시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송정역시장은 시장의 기능을 잃어버린 쇠퇴한 시장이었다. 벽에는 금이 가고 허름한 2·3층 건물에 점포 3곳 중 1곳이 비어 있을 정도로 낡아 있었다.

변화 전 시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0~300명이었다. 하지만 변화 후 약 4500명 수준으로 늘었다. 황금 연휴에는 일일 방문객이 1만명 가까이 되기도 한다. 운영 점포 수 또한 30% 늘었으며, 상인들의 평균 연령도 62세에서 47세로 내려갔다. 매출 또한 기존상인은 약 3배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기존상인과 청년상인의 상부상조가 잘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지난해 5월부터 1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8일 개장한 송정역시장은 기존점포와 청년상인 등 개장 당시 점포가 55곳이었지만 최근에는 64곳으로 늘었다.

사실 전통시장의 현대화 사례는 전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유독 송정역시장이 블로그와 SNS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꼭 한 번 찾고 싶은 광주의 명소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송정역시장은 옛 것을 살리자는 취지로 ‘매일송정역전시장’이던 이름은 1913년 처음 문을 연 시장의 103년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1913송정역시장’으로 바꾸고, 건물 개·보수와 리모델링은 최소화했다. 바꾸기 위한 변화가 아닌 지키기 위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오래된 건물과 점포의 간판에서 드러나듯이 전통과 역사가 살아 있는 거리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오래된 점포들은 개성을 살리고자 건물 외형과 멋을 그대로 유지한 채 깔끔하게 리모델링 돼 있다. 각 점포 앞바닥에는 건물 건립 연도를 표시한 연도석을 새겨 놓았다. 점포마다 공간이 만들어진 연도와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의 연도가 표시돼 있다. <라의상실>의 경우 진열대에 ‘옷을 짓고 만드는 일에 정통한 40년 경력의 재단사 부부가 함께 한다’는 글이 적혀 있다. <영명국밥>은 ‘30년 넘게 식재료를 판매한 시부모님에게 좋은 재료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선별 노하우로 고심해 고른 닭발을 오랜시간 우려낸 국물로 만든 국밥’이라고 비법을 공개하고 있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송정역시장은 해질녘이 되면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전구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시장 골목은 정신없이 왁자지껄해진다. 우선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가 다양하다. 일부 상점은 기나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음식을 살 수 있다. 시장 중앙에는 작은 쉼터가 있어 구매한 음식을 앉아서 먹거나 쉬다 갈 수 있다. 또한 열차 시간도 볼 수 있는 전광판과 사물함도 마련해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했다. 야외쉼터에서는 문화행사가 열린다.

청년들 가게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송정역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은 <또와식빵>은 갓 구워낸 빵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든다. 15년간 대기업 제과업체에서 점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창업해 우리 밀을 원료로 식빵을 만들어 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늘 긴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여서 1인당 2개밖에 팔지 않는다. 호박을 넣어 만든 식빵이 별미다. 삼겹살+채소+김치 말이구이 요리인 삼뚱이도 인기다.

<역서사소>는 ‘아따’, ‘긍께’, ‘겁나게 감사한 이 맴을 어찌고 다 말한다요’ 등 전라도 사투리를 담은 엽서와 노트, 가방, 달력, 포스터 등 아이디어 상품들을 판매한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안에 경상도, 제주도 방언이 담긴 엽서 노트 등을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누구나 가게>는 간편한 이름처럼 하루부터 일주일까지 누구나 임대해 사용 가능한 점포다. 1일 사용료도 평일 1만원, 금·토·일·공휴일 1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분식집 <계란밥>을 비롯 어묵집 <어? 묵!>, 세계의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는 <한끼라면>, 독일식 음식집 <독일식 족발&쏘시지> 등 다른 청년 가게들도 창의력이 넘친다. 전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역전>의 감자전과 함께 막걸리로 목을 축일 수 있다. 양갱을 파는 디저트 카페 <갱소년>, <수제어묵>, <쑥’s 초코파이>,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밀밭양조장> 등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게들이 이어졌다.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상점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옷 수선 전문점, 전통 방식의 통닭을 파는 닭집, 그릇 가게 등은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미용실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용실은 시장 상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여기다 고흥 할아버지의 자연발효 홍어집, 고소한 두부와 24시간 숙성을 거친 쫄깃한 국수집, 굴비집, 제분소, 방앗간, 과일집, 한과점, 국밥집, 정육점 등 전통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가게들이 시장 구경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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