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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전통시장이 선택한 변화광주 1913송정역시장 <하> 상인-기업의 ‘지키기 위한 변화’ 상생 프로젝트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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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30  15: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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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자립 위해 자체 경쟁력에 집중
시장 콘셉트, 상인·건물주들과 공유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은 활력을 잃어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현대카드와 현대차그룹이 지원하고 있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시작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이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시장’ 프로젝트로 전통시장 마케팅에 노하우가 있던 현대카드와 브랜딩·마케팅 회사 필로비블론이 모든 콘셉트와 디자인 기획을 맡았다. 현대카드가 강원도 최초로 2013~14년 진행한 ‘봉평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사회공헌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송정역시장의 전신 ‘송정역전 매일시장’의 경쟁력은 103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KTX역사에서 불과 3분 거리라는 것뿐이었다. 송정역시장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고민 끝에 ‘바꾸기 위한 변화가 아닌 지키기 위한 변화’를 원칙으로 시장의 오랜 역사와 유동 인구가 많은 역(驛)의 입지적 특성을 활용했다. ‘옛 모습을 간직한 제2의 대합실’이라는 콘셉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으로서의 기능은 대형마트와 비교해 경쟁력이 못 된다고 판단해 먹거리가 중심인 시장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시장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점포를 꾸미고 식당 몇 개를 새로 입점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죽어가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는 단순한 간판 교체와 도로 정비 이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장 경쟁력의 핵심 콘텐츠가 될 55개의 점포 중 17개는 비어 있었고 나머지 36개 점포 운영자의 평균 연령이 63세였다. 현대카드는 우선 오랜 역사를 가진 36개 점포의 이야기를 발굴해 이를 각 가게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 상품 구매 시 소비자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의 특징)로 삼았다. 비어 있던 나머지 17개 점포는 중소기업청의 청년상인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청년 창업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업종은 수많은 지원자가 제출한 사업 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면접까지 진행하며 신중하게 선정했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입주자가 결정된 후에도 마케팅 멘토링을 통해 가게 네이밍에서부터 메뉴 발굴까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젊고 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또 청년 창업의 성공에는 아이템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건물주와의 임대료 협상도 진행했다. 특히 만들고자 하는 시장 콘셉트를 상인과 건물주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끊임없이 협의·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시장 활성화 청사진에 대한 공유와 공감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러한 추진 방식은 상인과 건물주는 뒷전인 채 행정기관이나 대행업체가 주도해 진행하는 타 지자체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과는 차별화된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간판 디자인 주목…전통과 현대 공존
청년상인회 조직, 건물주도 상생 동참
젠트리피케이션·시장 본연기능 상실 우려도

송정역시장 디자인 콘셉트는 ‘시장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고 ‘시간’을 살리는 것이었다. 시장 입구 표지판에는 “전통시장은 획일적으로 현대화 되어야 하는 곳이 아닌 상인들 개개인의 추억과 삶의 터전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송정역과 함께 자리 잡은 1913송정역시장은 상인들의 첫 출발부터 지금까지 장사해 온 수십 년의 이야기와 추억들을 최대한 기록하고 보존해 오고 있으며, 이러한 상인들의 누적된 시간과 발자취는 각 점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주목을 끄는 것이 단연 간판 디자인이다.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간판과 인테리어는 전통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젊은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분위기로 바꿨다. 특히 어렵게 발굴한 옛 점포들의 이야기와 젊은 점포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간판부터 가게의 파사드, 인테리어의 콘셉트가 될 디자인 요소까지 55개 점포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 기획을 적용했다고 한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실제 시장을 걷다 보면 굴비집은 굴비집답고 떡집은 떡집답고 통닭집은 통닭집다운, 청년 점포는 톡톡 튀는 알아보기 쉽고 심플한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시장의 답답한 아케이드 대신, 노란색 망사 차양막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에디슨 전구를 달아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여느 시장과 대비되는 요소다. 바닥재로 사용한 타일 색깔 하나까지도 전체적인 톤 & 매너에 맞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건물은 100년 역사를 가진 시장답게 낡고 허름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량제분소> 점포의 경우 낡은 기와지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푸르미식품> 점포 건물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로 기둥 등 원형 대부분이 보존되고 있다. <고흥상회>, <영광상회>, <영창수도사>, <대진쌀상회> 등의 간판은 이제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친근감을 주고 있다. 점포마다 입구에 역사와 특색을 소개하고 있다. 시장의 개성을 살리기보다 간판 바꾸기 등을 통해 깔끔한 모습으로 점포들을 획일화하는 것이 대부분인 여수시의 전통시장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수익의 간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상인회의 재정비와 더불어 청년상인회를 조직했다. 시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모든 점포가 이윤을 내야하고,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 상인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 광주 1913송정역시장.

건물주들도 시장 활성화에 동참했다. 청년 상인과 건물주들은 2년 간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광주 광산구는 건물주들이 5년 간 월세를 최대 9% 이상 인상하지 않도록 하고 상인들도 쾌적한 환경 조성을 약속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아 문제의 불씨는 남겨두고 있다. 현재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을 통해 입점한 청년 상인들에 한해 2년간 평당 임대료 2만 원의 조건으로 계약이 된 상황인데,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건물주들은 2년 후에 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협약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기존 상인들이 영업하고 있는 가게 중 5년 이상 된 곳은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아 건물주가 마음먹고 임대료를 올리면 이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실제 한 상인은 “현재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보다 임대료가 엄청 올랐다. 일부 점포는 평당 20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을 정도다. 협약은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 2년 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식·음료 매장이 절반을 차지하며 시장 본연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거리 위주로 장사가 잘 되다보니 그 외 업종도 덩달아 음식을 팔기 시작하고, 일부 가게는 아예 업종을 변경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빈 점포에 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입점하려 하자 상인들과 청년들이 계약금을 물어주고 입점을 막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 활성화에는 성공했지만 여타 전통시장들이 겪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전통시장 모델이 될 수 있을지 행정과 상인들의 해법이 주목되고 있다.

   
▲ 광주 1913송정역시장.
   
▲ 광주 1913송정역시장.

행정-기업-상인,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업무협약

광주 광산구는 지난 7월 1913송정역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송정역시장 상인회,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과 업무협약을 했다. 송정역시장 활성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그동안 구축한 재도약의 기반을 유지하고 성공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광산구와 중기청은 주차타워와 상인교육관 건립 등 기반 시설 마련과 시장 주변 환경 정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1913송정역시장의 성공 비결과 운영 노하우를 외부로 전파하는 역할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맡는다. 센터는 전국 지자체와 유관 기관의 벤치마킹을 지원하고 교육과 대외 홍보,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을 담당한다. 상인회는 야외 쉼터와 조명, 간판, ‘누구나 가게’ 등 시장 시설과 홍보물 등의 지적재산권 관리를 맡는다. 광주 광산구는 지난 19일부터 송정역시장 전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끝-

   
▲ 광주 1913송정역시장.
   
▲ 광주 1913송정역시장.
   
▲ 광주 1913송정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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