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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③]“여수에도 기적의 놀이터 만들어 주세요”놀이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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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1  16: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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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는 부모들도 행복한 도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책 수립단계에서부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이 친화정책’으로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여수시의 아동과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아낸 ‘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 시리즈를 지속 보도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여수시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순천 기적의 놀이터.

그네·시소 등 똑같은 놀이터는 이제 그만
순천 기적의 놀이터 한달에 1만여명 방문
2020년까지 32억 원 들여 9개 추가 조성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때쯤 순천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려중”

지난 5월 7일, 대한민국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에 이어 개장한 순천 기적의 놀이터 1호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기적의 놀이터에는 그 흔한 그네와 시소, 조합놀이대가 없다.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 위주에서 벗어나 가공하지 않은 자연 소재인 나무, 흙, 모래, 언덕, 물 등을 주재료로 활용해 조성했다. 아이들이 흐르는 시냇물, 잔디 언덕, 동굴, 나무 그루터기 등을 자유롭게 만지며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창의력과 모험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놀이터는 놀이기구 몇 개 갖춰 놓고 놀이터라고 부르는 ‘놀이터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흘 후인 5월 17일 여수시청 홈페이지에는 ‘여수에도 기적의 놀이터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김모씨는 “여수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시민입니다. 지난 주말 뉴스에서 나온 순천 기적의 놀이터 1호를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주말에 순천의 호수공원도서관, 그림책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을 다니며 순천에 자주갑니다. 백화점도 가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기적의 놀이터가 생겼더군요.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친환경적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터가 정말이지 부럽고 순천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건의합니다. 여수도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지만 도서관이나 놀이시설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순천과 비교하여 많이 뒤쳐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때쯤 순천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려중이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수시에서도 도서관과 놀이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수시는 답변을 통해 “현재 우리시 시립도서관에서는 쌍봉 외 총6개의 시립도서관과 42개소의 작은 도서관이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웅천지구에는 ‘여수 이순신도서관’ 건립도 추진 중에 있는 등 시민들의 독서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도서관마다 책 읽어주는 방(쌍봉도서관), 환경체험관(환경도서관), 한옥어린이자료실(현암도서관), 다문화자료실(돌산도서관) 등 특색있는 어린이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고, 북스타트 유아 책놀이교실, 동화구연, 영화상영, 어린이문화 교실 등 아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고 했다.

시는 또한 “도시공원 내에는 어린이놀이시설 관련한 곳이 총 101개소로 17개소의 어린이놀이터와 84개소의 어린이공원이 있으며, 특색있는 어린이놀이시설 및 어린이공원 조성을 하기 위해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하지만 김씨가 여수시의 이 무미건조한 답변에 감동을 받고 여수시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관광객 1300만 명, 올해 1000만 명(지난 9월 28일 기준)을 유치하는 동안 여수시의 인구는 얼마나 늘었을까?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물 못지않게 인구도 늘고 있을까? 지난 1월 29만명선이 붕괴됐던 여수시 인구는 5월 잠시 회복했다가 지난달 다시 무너졌다. 이는 현재의 여수시 인구 증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가 되면, 자연스레 떠나려는 도시가 아닌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여수시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순천과 비교하여 많이 뒤쳐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때쯤 순천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김씨의 고민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과 부모가 손잡고 놀러 나오는 공원에 술판을 벌일 때가 아니다.

여수지역의 놀이터를 보자. 하나같이 비슷한 구조와 놀이기구로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 미끄럼틀 중심의 조합놀이대가 있고 그 주변으로 시소, 그네 등이 간간이 배치되어 있다. 아파트 놀이터는 단지 준공허가를 받기 위한 ‘공문용 놀이터’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어린이집, 유치원 놀이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순천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놀이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 숲 놀이터, 모험 놀이터, 재활용 놀이터, 창의 놀이터, 생태 놀이터, 팝업 놀이터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놀이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순천시다.

   
▲여수 문수동의 한 아파트 내 놀이터.  

순천시, 놀이터 하나 짓는 데 4억 원 투입
어린이·시민·전문가·행정이 함께 만들어

순천시 연향동 호반3공원에 3000㎡ 규모로 조성한 기적의 놀이터 1호인 ‘얼뚱발뚱’이 개장했다. 놀이터 하나 짓는 데 4억 원이 들어갔다. 웬만한 지자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다. 이미 대한민국 최초로 어린이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을 조성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각인을 시킨 순천시는 이번에는 놀이터 전문가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적의 놀이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기적의 놀이터가 주목받는 것은 2년간 어린이와 시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놀이터 하나를 짓기 위해 2년이라는 긴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이용자, 시공자, 기획자, 관리자가 끊임없이 이견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기적의 놀이터 약속’과 같은 공동의 철학, 약속을 만들어 냈다. 이는 모두 ‘내가 만든 놀이터’라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만든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순천시는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 하는 놀이터를 계획했다. 놀이터를 이용할 어린이를 가장 먼저 고려했고 어린이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우선 놀이터 전문가와 시민단체, 안전협회 등 22명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관내 초등학생 1300여명을 대상으로 놀이터 설문조사, 8월에 초등학생 30명과 1박 2일 기적의 놀이터 참여 시범학교 운영, 60명의 시민과 아이들이 기적의 놀이터를 직접 디자인하는 캠프 등을 운영했다. 캠프에서는 놀이터 전문가를 초청해 세계적인 놀이터 흐름을 살펴보고 새로운 놀이터를 디자인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어린이들은 감리단을 구성해 공사를 관리감독을 하고 이름까지 직접 지었다.

개장 5개월이 지나면서 기적의 놀이터는 평일엔 하루 평균 200~300여명, 주말엔 평균 700여명 등 한 달에 1만여명의 어린이들이 찾아와 뛰어 노는 명소가 됐다. 순천뿐만 아니라 인근 여수와 광양지역 유치원, 어린이집 원생들을 비롯해 부산, 경북지역에서까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부산, 광주, 안양, 공주, 충주 등 전국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순천시는 이와 함께 지난 5월 기적의 놀이터 제1호 개관 기념으로 귄터 벨치히(독일), 야마노 히데아키(일본), 수잔 솔로몬(미국) 등 놀이터 전문가를 초청해 ‘놀이터의 미래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보다’라는 제목으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놀이터의 중요성과 비전, 세계 어린이놀이터의 우수 사례 등을 알리는 등 기적의 놀이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운동을 펴고 있다.

순천시는 또, 아이들과 주민들이 놀이터를 직접 관리하도록 ‘놀이터 지키미’를 배치하는 한편, 어린이가 안심하고 놀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놀이터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더불어 신대배후단지에 2호 기적의 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2020년까지 32억6000만 원을 들여 기적의 놀이터 9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순천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1호 기적의 놀이터가 자연을 소재로 한 자유체험놀이터라면 2호 놀이터는 공유 모험 놀이터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순천 기적의 놀이터. 

지난달 24일 본보는 순천 기적의 놀이터를 찾았다. 놀이터 인근에는 아파트단지가 있어 주민들의 통행이 잦고 아이들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잔디미끄럼틀, 팽나무 고목, 너럭바위, 자연 물놀이터, 모래장 등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고 장애와 비장애 아이들 모두를 위한 놀이터로 설계됐다.

기적의 놀이터에는 ‘건강한 위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놀이터의 모토는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어놀자’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물·모래·나무를 직접 만지고 뛰어놀도록 하자는 취지다.

놀이기구는 최대한 아이들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미끄럼틀 슬라이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단이 없는 급경사의 언덕을 오르고 내려야 한다. 모래사장 둘레에는 U자 형태의 수로 연못이 놓여 있다. 물의 양이 줄어들면 아이들 스스로 양쪽 언덕에 놓인 수동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냇가로 흘려 보내도록 만들었다. 우레탄·고무매트 등 충격 흡수제를 깐 바닥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바닥에 나무 껍질을 깔았다. 아이들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부모들의 쉼터도 마련돼 있다. 깜찍한 고양이 모양의 음수대가 있어 물을 마시거나 손발을 씻기 편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기적의 놀이터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위험, 어른들이 간섭하지 않는 놀이터, 실험과 도전이 있는 놀이터를 만들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아이 스스로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모험적이고 재미난 놀이터를 만든 것이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순천 기적의 놀이터. 

5살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한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공간이 생겨서 좋고 부모들은 관심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다른 한 부모는 “아파트 단지 내 조합놀이대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 자주 온다. 무엇보다 아이가 또래들이 많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6월과 8월 개방한 여수 웅천공원과 소호해변공원의 놀이터를 보면 여수시가 놀이터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총사업비 6225억 원이 투입돼 조성된 웅천지구의 웅천공원 놀이터는 거북선 모양을 하고 있는 것 외에는 사실상 여느 조합놀이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0억 원을 들여 지난 8월 4일 개방한 소호 해변공원의 놀이터는 탄성포장재 위에 조합놀이대만 달랑 하나 있다. 웅천친수공원 인근에 있는 놀이터도 조합놀이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수 소호 해변공원 놀이터. 
   
▲여수 웅천공원 놀이터.

   
▲순천 기적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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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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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을심다 2016-10-12 13:32:54

    여수에서 태어나고 여수에서 자란 여성입니다. 대학을 순천에서잠깐 다닌 저로서는 여수와 순천이 너무나 비교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8년전 기적의 도서관을 방문하고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죠..여수시도 관광도시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있어야지만 도시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먼저 가고싶어하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매번 기획기사를 볼때마다 마기자님의 노고를 생각합니다.신고 | 삭제

    • sun 2016-10-12 12:43:15

      저도 정말 순천으로 이사가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기자님의 지적데로 시민의 소리와 제보에 형식적인 답변만 늘어놓지 말고 귀기울여 우리들의 미래 아이들을위한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였으면 합니다 정말 좋은 기사 잘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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