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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④] “아이에게 천국도, 지옥도 말고 놀 시간과 놀 곳을 주라”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가 제안한 좋은 놀이터의 6가지 조건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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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8  11: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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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는 부모들도 행복한 도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책 수립단계에서부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이 친화정책’으로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여수시의 아동과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아낸 ‘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 시리즈를 지속 보도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여수시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 순천 기적의 놀이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는 부모들도 행복한 도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책 수립단계에서부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이 친화정책’으로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여수시의 아동과 청소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아낸 ‘아이의 행복이 여수의 미래다’ 시리즈를 지속 보도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여수시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에도 각종 학원과 방과후수업 등으로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3명 중 1명은 하루에 30분 이상 놀이(운동)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의 절반은 방과 후 하고 싶은 활동으로 ‘친구들과 놀기’를 꼽았지만, 실제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는 아이는 5.7%에 그쳤다.

놀고 싶어도 놀 시간과 마음의 여유, 친구가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무너진 탓에 학교운동장과 동네놀이터, 공원 등 야외보다 집이나 친구 집 등 놀 수 있는 공간도 한정되고 있다. 자연스레 컴퓨터나 게임기, 휴대폰, 장난감 등으로 놀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사라진 텅 빈 놀이터도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어른들은 자신이 놀 공간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러질 못한다. 효율을 중심에 두고 구성된 도시 공간에서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현실을 경험하는 공간, 창의적인 공간들을 위한 놀이터는 언감생심이 되기 쉽다.

특히 좋은 놀이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물론 놀이터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그네와 시소, 조합놀이대로 구성된 놀이터가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 놀이터를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최선을 다해 만들어 줬다고 착각을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안전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놀고 싶은 마음을 뺏고, 재미도 없게 한다.

놀 시간과 놀 공간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만 있을 뿐 어디에도 자기 자리가 없다. 누구의 도움 없이 놀면서 울고, 웃고, 실패하고, 때로는 위험도 겪고, 다시 도전하며 성장하는 스스로 배움의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밀집된 공간과 한가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놀이를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다.

최근 숲 놀이터, 모험 놀이터, 재활용 놀이터, 창의 놀이터, 생태 놀이터, 팝업 놀이터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놀이터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놀이터에 변화가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수에서는 딴 세상 얘기다.

   
▲ 순천 기적의 놀이터. 

◇ 머물고 싶은 놀이터가 되기 위한 조건

“놀이터는 에너지 발상의 장소이고 현실을 대신하는 세상입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제 삶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쳇바퀴를 돌리는 실험용 쥐처럼 느끼지 않으면서 욕구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른들 위주의 사회입니다. 그 안에서 어른은 놀이 체험을 하고 놀이의 재미를 느끼지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 아이들은 놀이 공간이 없는 이방인일 뿐입니다.”

“놀이터 설계는 제도판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체험하고 고안하고 구상해야 합니다. 제도판에서 만들어진 놀이터는 인위적인 것이 도드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놀이터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보다 담, 마감재, 보도블록, 식물을 심는 화단에 드는 비용이 더 많아집니다. 값은 싸지만 놀이 가치가 떨어져 잘 사용되지 않는 놀이 기구는 놀이 가치가 높고 많이 이용되는 놀이 기구보다 훨씬 비싼 결과를 초래합니다.”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인 귄터 벨치히는 저서 <놀이터 생각>(소나무)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놀이터 생각>은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놀이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책이다. 귄터 벨치히는 지난 5월 순천에서 열린 ‘어린이 놀이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있는 수천 개의 놀이터를 디자인한 귄터 벨치히는 <놀이터 생각>에 40년 경험을 압축해 좋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조언을 담았다. 놀이터 입구와 울타리, 바닥과 기초공사, 내부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놀이기구는 어떤 것이 좋은지, 유치원 학교 운동장 도시 놀이공간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등이다.

   
▲ 귄터 벨치히 <놀이터 생각>(소나무) 발췌.  

귄터 벨치히는 “한국의 놀이터가 다른 나라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며 “아이들이 스스로를 쳇바퀴를 돌리는 실험용 쥐처럼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제 삶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귄터 벨치히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주위 환경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싶어 한다. 모험놀이터에서라면 마분지나 각종 건축 폐자재로 오두막을 지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놀이터에서라면 이러한 욕구를 쉽게 채워줄 수 있는 재료는 단연 모래다. 형태를 만드는 창조적 놀이 활동으로 모래성 쌓기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모래는 깊이가 중요하다. 파도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에서 아이들은 무한한 창조와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보통의 놀이터의 모래 깊이는 고작 30㎝ 정도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상상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면 모래의 깊이는 적어도 1m가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의 모래놀이터는 깊이가 120㎝가 넘는다.

다만 모래는 오염 관리가 중요하다. 모래놀이터에 울타리와 발판을 설치해도 애완동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는 없다. 주변에 동물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모래 터를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 모래는 매년 갈퀴로 청소하고 3∼5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또 모래가 젖은 상태에서는 아스팔트 바닥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에 충격 완화재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바닥재로 콩 자갈이나 나무껍질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둥글고 고운, 지금 0.3~0.8cm의 깨지지 않은 세척 콩 자갈은 투수성이 좋아 자정 효과가 좋고 밟아서 움푹 들어가도 금세 복구된다. 나무껍질조각은 충격 완화성이 가장 높은 재료로 탄력성이 좋다. 나무껍질은 ‘격렬한’ 놀이 기구 둘레에 채워 넣으면 좋다. 하지만 배수 층을 만들어 빨리 썩지 않게 해야 한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흔들다리 밑에는 나무껍질이 깔려 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흔들다리 밑에 나무껍질이 깔려 있다. 

놀이공간에 있는 나무들은 올라 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지에 매달리거나 기어오를 때 부러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도록 유연해야 한다. 굴곡진 지형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묘기 자전거 등 탈 것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곳곳에는 고목이 자리하고 있으며, 미끄럼틀 슬라이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단이 없는 급경사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도록 설계했다.

◇ 어떤 놀이 기구를 설치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

귄터 벨치히는 놀이기구는 색과 디자인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대신 아이들에게 조형의 자유를 허용하고, 바꾸고, 장식할 여지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집 놀이를 좋아한다. 몸을 숨길 수 있는 집 모양의 구조물이 필요하다. 이런 작은 집들에 기어오르기, 미끄럼, 그네 등 다른 놀이기구를 조합할 수 있다. 아이들은 큰 집보다 작은 집을, 문과 같은 잠금장치가 있는 구조물을 더 선호한다.

   
 
   
▲매달려 흔들기는 아이들의 원초적 욕구로 힘으로 움직여서 공격성을 해소하는 방식이어서 모든 놀이터에서 유용하다. 매달리기 기구의 다양한 모양(사진 위)과 매달리기 놀이기구의 다소 특별한 형태인 다면체 그물망(아래). 귄터 벨치히 <놀이터 생각>(소나무) 발췌.  

매달릴 곳도 필요하다. 매달려 흔들기는 원초적 욕구이고, 힘으로 움직여 공격성을 해소한다. 밧줄, 그네 등 여러 형태가 있다. 매달리기 놀이 기구의 특별한 형태로 다면체 그물망이 있다. 유아에서 성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고, 작은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이 놀 수 있어 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에서 활용하기 좋다.

미끄럼 기구는 종류가 많다. 개방형, 통형, 굴곡형, 일자형 등 다른 놀이기구와의 동선과 이용자 연령 등을 이용해 선택해야 한다.

놀이터에 공급하는 물은 식수로 사용할 정도의 수질이어야 하고, 수동 펌프를 설치하면 물을 무한정 사용할 수 없다는 교훈도 줄 수 있다. 물 주변에는 포장석이나 돌, 자갈, 플랫폼 등으로 물기나 진흙이 없는 평면 지대를 마련해야 한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모래사장 둘레에는 U자 형태의 수로 연못이 놓여 있다. 물의 양이 줄어들면 아이들 스스로 양쪽 언덕에 놓인 수동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냇가로 흘려보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진흙놀이도 할 수 있게 했다.

◇ 놀이 기구 배치와 조합 중요

놀이터 설계에서 놀이 기구의 배치와 조합의 문제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동선과 놀이 방법, 놀이의 강도, 소음의 크기도 결정해야 한다.

커다란 그네, 회전놀이 기구처럼 움직임이 큰 놀이기구는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한 구역 안에 모아 설치한다. 기어오르기 그물, 미끄럼틀, 미끄럼봉, 평행봉, 밧줄, 구름다리 등의 조합 놀이기구는 놀이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결합해야 한다. 탁구대, 오두막, 벤치, 그네, 용수철 뜀틀 등은 놀이터에 하나만 있으면 다툼을 초래한다.

특히 놀이터에서 가장 위험한 입구 주변은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마음이 들떠서 주위를 살피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입구에 장애물이나 우회로를 설치해 아이들이 곧장 도로로 달려 나가지 않게 막고, 각각의 놀이구역 사이에 있는 경계는 기능상 구실이 적고 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인위적으로 구분하기보다 경사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을 쌓아 구분하는 게 좋다.

   
▲ 순천 기적의 놀이터. 
◇ 좋은 놀이터와 나쁜 놀이터

귄터 벨치히는 좋은 놀이터로 ▲놀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고, 기분이 좋아지며,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을 갖추어야 하고 찾는 사람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식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는 위험을 허용해야 한다. ▲다양한 분위기, 관심, 욕구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바람, 시선, 소음을 막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지나친 ‘특별’ 금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6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반면 ▲훈련장 같은 놀이터 ▲조경 장식이 많은 놀이터 ▲휴식 공간으로만 이용되는 놀이터 ▲단 하나의 사용 집단을 위한 중앙 집중적이며 단조로운 형태의 놀이터 ▲비좁은 공간, 너무 적은 선택 가능성, 단조로움, 안전하지 못하고 너무 삭막한 놀이터 ▲지나치게 안전하고, 지나치게 막혀 있고, 지나치게 규제가 많은 놀이터를 나쁜 놀이터로 규정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놀이터의 전형이다. 이러한 놀이터는 ‘놀이 터’가 아니라 아파트 준공검사를 받기 위한 ‘공문형 놀이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놀이터를 ‘지시적 놀이터’라고도 부르는데 놀이 공간에 시소와 그네, 미끄럼틀을 기계적으로 구비하고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앉아서 이렇게 타다가 안전하게 집으로 가라는 지침만 준다는 의미다.

◇ 지난해 교육감들 “어린이는 놀 권리가 있어요” 헌장 발표…바뀐 것 거의 없어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해 5월 4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하고 10대 공동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어린이 놀이헌장은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차별 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한다 △어린이는 다양한 놀이를 경험해야 한다 △가정·학교·지역사회는 놀이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5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모든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하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놀이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놀이의 주인은 어린이이다. ▲어린이는 차별 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성별, 종교, 장애, 빈부, 인종 등에 상관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한다. ▲ 어린이는 자유롭게 놀거나 쉴 수 있도록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다양한 놀이를 경험해야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풍부한 놀이 환경을 만들어 주고, 다양한 놀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놀이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이를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야 하며,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선 놀이터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바뀐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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