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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에 다녔는데 또 ‘여대’에 다니라고요?”‘여고’와 ‘여대’에 대한 차별 또는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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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0  16: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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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해도 되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고 배웠어요. 그중에 특히 해서는 안 되는 말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지요.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기 위해 사용한 ‘니그로(Negro)’라는 표현이 몇몇 흑인들 사이에서는 결속을 다지는 단어로 쓰인다고 할지라도 흑인 아닌 인종이 이 말을 쓰는 것은 인종차별이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2014년부터 공적으로 ‘니그로’라는 말 대신에 ‘블랙(Black)’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으로 쓰고 있대요.

그래요. 언어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설사 말하는 이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다 해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해요. 특히 우리처럼 혐오 발언으로 문제가 끊이지 않는 사회라면, 사회적 인간으로서 어떤 자세를 갖추고 살아가야 하는지 더욱 세심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요.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가 ‘여자고등학교’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럼 여자가 다니니 여자고등학교지 뭐냐?”며 호통을 치시던 어르신에게서 그런 당혹스러움을 느꼈거든요.

“왜 우리는 ‘여자고등학교’에 다녀야 할까요?”

   
▲생각의 견고한 뿌리 “여자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여자라는 말을 붙여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정상이지.” 어른들의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도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박민아

시민들의 의견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길거리에 나갔지요. “ㅇㅇ고등학교가 ㅇㅇ여자고등학교보다 더 익숙하다.”라는 팻말을 들고 다니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남자’가 다니는 학교에 ‘남자’를 붙이지 않듯이, ‘여자’가 다니는 학교에 ‘여자’를 붙이지 않는 게 옳지 않을까 한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면서요.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여자고등학교에 여자를 붙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도리어 우리에게 훈계의 말씀을 하셨어요.

“여자가 다니는 고등학교인데 원래 ‘여자’가 붙는 거 아니야?”
“그러면 우리들도 그렇고 학생들도 헷갈려서 안 돼.”
“여자고등학교라고 해놔야 여기가 여고구나 하고 알아먹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천천히 바뀌고 있었어요. 목동고등학교(서울시 양천구), 논현고등학교(인천시 남동구), 인천고잔고등학교(인천시 남동구), 삼정고등학교(부산시 북구), 산남고등학교(충북 청주시), 온양한올고등학교(충남 아산시) 등 ‘여자’들이 다니는 학교인데도 교명에서 ‘여자’를 떼어낸 학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여학생들만 다니는데도 ‘○○고등학교’라고 교명을 붙였다니 감격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최초로 ‘여자’가 붙지 않은 ‘여자’고등학교인 목동고등학교의 정진영 교감선생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지요.

- 목동고등학교는 여학생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인데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게 ‘여자’라는 이름을 교명에 붙이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자고등학교이지만 여성의 한계를 넘어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 리더 육성을 목표로 함을 강조하고, 양성 평등을 고려해 교명에 ‘여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여자’고등학교라고 하지만, 남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남자’고등학교라고 하지는 않아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고는 ‘남자’라는 용어를 교명에 넣지 않고 여고만 ‘여자’라는 용어를 교명에 넣는 것은, 다분히 남성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해요.”

- 여고이지만, 여고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은 최초의 학교가 되면서 재미있는 일도 일어났을 텐데요?
“여고라는 명칭을 쓰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우리 학교를 남고나 남녀공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한 남고나 남녀공학에만 해당되는 공문(예: 병역 의무에 관한 공문, 특정 남학생을 찾는 협조 공문 등)이 잘못 오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에서 행사를 할 경우 인사말이나 격려사를 남고 또는 남녀공학을 생각하고 준비해 오셨다가 당황해하는 분도 계셨지요.”

성차별적 언어 표현은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그냥 ‘대법관’이라고 부르면 될 텐데 ‘여자대법관’이라고 부르는 것, 그냥 ‘총리’ 하면 될 텐데 ‘여성총리’라는 부르는 것에는, ‘여자가 다 대법관을 하네.’, ‘여자가 다 총리가 됐네.’ 하는 비틀어진 생각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러한 성차별적인 언어 표현은 성별 간의 편견을 드러냄으로써 갈등을 유발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공공기관인 ‘학교’에 이러한 차별적 요소가 남아 있다면,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심으로 성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면 개인의 언어 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언어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논의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국의 모든 ‘여자고등학교’에 대한 개명 작업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건지 몰라요.

“왜 남학생은 ‘여자대학교’에 갈 수 없을까요?”

   
▲‘이대 나온 남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들 “남학생은 왜 이대에 왜 갈 수 없나요?” 이화여자대학교에 전화를 걸어 봤어요. 대답은 명료했어요. “남자니까요.” ⓒ이재은

얼마 전에 이화여자대학교가 학내 분규를 겪으면서, ‘이대 나온 여자’라는 말이 다시 유행한 적이 있어요. 2006년 한 영화에서 배우 김혜수 씨가 한 이 대사에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여성으로서의 자긍심이 강하게 배어 있지요. 하지만 요즘 들어 ‘이대 나온 여자’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요, 사람들의 시선이 좀 뒤틀려지는 것 같아요. 왜들 그럴까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여자’라는 교명이 주는 ‘역차별’도 이유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역차별’이 뭐냐고요? 사실 저희도 이번에 제대로 안 건데, 부당하게 차별을 당하는 쪽의 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나 방침, 행동 따위가 너무 강해서 도리어 반대편이 차별을 당하게 되는 것이 역차별이래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여자대학교가 설립되던 당시만 해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교육기회에서 심한 차별을 받고 있었지요. ‘시집이나 가면 되는 여자’가 교육을 받는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하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여성 교육기관으로서 여자대학교를 만든 거예요. 참 잘 한 일이지요.

그런데 훌쩍 세월이 흘러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자대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대학 갈 기회라는 측면에서 이제는 남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 이것이 ‘이대 나온 여자’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거지요. 정말 그런 것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여자화장실 공공 시설물에서 여자와 남자를 구별하는 곳은 화장실 하나면 족해요. ⓒ이재은

그래서 읽은 책이 <여성의 눈으로 본 대학사회와 젠더정치>(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 전국여교수연합회)였어요. 대학에서 성평등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하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평등의 실행 공간으로서 대학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이 갔지만, 우리가 알기 힘든 대학사회에 대한 논의가 너무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책의 저자로 참여하신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이혜숙 교수님께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했지요. 학문을 하는 분답게 교수님은 고등학생인 저희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한 태도를 보여 주셨어요.

- 과거와 달리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오늘날에도 이화여대 로스쿨처럼 여성들만 뽑는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보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이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교육부가 인가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는데, 저도 동의해요. 아직 여성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 로스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 대학 입시에서 여자만을 뽑는 여자 대학교의 존재는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여성 리더들이 좀 더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자대학교의 존재 의의는 있어요. ‘이제 여성문제는 다 해결되었다’는 전제 아래 역차별 정서도 있고 심지어 여성혐오도 있지요. 여성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현실이 왜곡되어 있고 남녀 불평등 현상이 가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성별 격차를 중심으로 한국의 현실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매우 낮거든요. 여성은 경제활동 참가율도 남성에 비해서 낮으며 임금 격차, 경력 단절 등도 심각하고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여자대학교의 존재는 여전히 필요하고, 따라서 여자대학교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성별 대학진학률 통계청의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는 우리나라의 여성의 삶이 수치화되어 있었어요. ⓒ통계청

교수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은 아직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거든요. 여성의 고용률만 해도 그래요. 여성의 고용률은 20대 후반에는 높았다가 출산과 육아시기인 30대에 감소, 40대에 다시 증가하는 M자 패턴을 보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들은 ‘이제는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는 ‘그 주장’도 쉽게 떨쳐 버리기 힘들었어요. 적어도 ‘교육 기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성 차별’은 확실히 사라졌거든요.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2015)에 따르면, 대학진학률은 2009년 여학생의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지른 후 남녀 학생 간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었고, 드디어 2014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4.6%로 남학생(67.6%)보다 높아졌어요.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경찰대학 등 남자 위주 대학교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총 14개 여자대학교 학생수(2015기준, 179,580명)에 비하면 남자위주 대학교의 총학생수는 2,892명(2015기준)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여자대학교가 있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요.

취업에서 여성 차별 등 다른 영역에서의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데, 교육기회만을 놓고 이를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수긍은 가요.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의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교육기회에서의 역차별 논란’은 선제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듯싶어요. 그러고 나면, 취업이나 다른 영역에서의 ‘그 고질적 여성 차별’을 없애라고 더욱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 고생’ ‘여고’에 다니느라 ‘마음고생이 심한 친구’가 우리 중에 셋이나 돼요.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여 고생’이라고 불러요. ⓒ박용성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사회팀> 강주완, 박민아, 정다현, 이은결, 이재은, 서재환 기자)

[덧붙이는 말]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처녀작(處女作)’이라고 하고, ‘사람이 살거나 개간한 일이 없는 땅’을 ‘처녀지(處女地)’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사전에서 ‘사람이 손을 대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산림’을 ‘처녀림(處女林)’이라고 하며 ‘원시림’으로 순화해야 한다면서 대안적 표현을 제시하고 있지요.

아, 고마웠어요. ‘*총각작’, ‘*총각지’가 없는데 ‘처녀작’, ‘처녀지’라고 하는 표현은 정말 기분 나쁘잖아요. 따라서 ‘원시림’처럼 ‘처녀작’, ‘처녀지’도 국립국어원이 나서서 다른 대안적 표현을 제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성차별적 언어는 우리말에서 차츰 배제되어야 하니까요.

지난 3개월 동안 ‘여자고등학교’, ‘여자대학교’에 매달리면서 우리는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어요. ‘남편’은 그대로 ‘남편’으로 당당하게 살아남아 있는데, ‘여편’은 어느덧 ‘여편네’라는 비하적 의미로 떨어져 버린 현실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여고와 여대’에 대한 ‘차별 또는 역차별 논란’을, 생각이 깊으신 어른들이 잘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회팀장 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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