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전 검찰총장

 

세상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감동받는 것은 자식들로부터 호위호식을 받아서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의 애틋한 마음을 전달 받았을 때, 더 감동받는 법이다.

잘난 아들이 주는 100만원의 용돈보다, 못난 아들이 주는 단돈 만원의 용돈에 더 눈물이 나는 것이 부모마음이다. 그러한 효도에 대해서 증자가 이런 말을 했다.

曾子曰 孝慈者는 百行之先이니 莫過於孝라.
증자왈 효자자는 백행지선이니 막과어효라.
孝至於天則風雨順時하고 孝至於地 則萬物化盛하고
효지어천즉풍우순시하고, 효지어지 즉만물화성하고
孝至於人 則衆福來臻이니라.
효지어인 즉중복내진이니라.

이 말을 풀어보면 이렇다.
“효도와 자애는 온갖 행동 중에 제일 우선해야 할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효도보다 더한 것이 없다. 효성이 하늘에 닿으면 풍우가 때를 맞추어 순응하고, 효성이 땅에 이르면 만물이 무성해지며 효성이 사람에게 이르면 모든 복이 찾아 와 이르게 된다.”

논어에는 이런 말도 있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그 뜻을 풀어보면 ‘나무는 조용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 싶어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버전으로 풀이하면 “있을 때 잘해.”라는 의미가 될 것 같다. 부모님 돌아가신 다음에 못다 한 효도 때문에 가슴 쓸어내리지 말고,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라는 의미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도 있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한 때, 아흔을 넘긴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을 오른 아들이 있어 전 국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금강산 가믄 1만2000봉에, 8만여남으개 암자가 있다던디…”
아흔을 넘긴 아버지의 이 말을 들은 막내아들 이군익씨는 고심 끝에 지게를 생각해냈다.

아흔이 넘긴 고령의 나이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버지가 ‘금강산 가믄 1만2000봉에 8만여남으개 암자가 있다던디…’ 하고 말하는 것은 곧 당신이 죽기 전에 금강산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이렇게 간접화법을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성격상 간접화법 보다는 직접화법을 즐겨 사용하기는 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요즘은 가끔 간접화법으로 내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시골에 사는 노인들이 “옆집 아무개 집에는 이번에 둘째 아들이 큰 텔레비전을 하나 사 줬다는디, 그것을 보니께 꼭 영화관에 온 것 같드라.”하는 말은 칙칙거리는 우리 집 텔레비전도 바꿀 때가 되었다는 말과 같다.
금강산을 가고 싶다는 아버지 이선주씨의 말을 들은 7남매는 상의 끝에 어떻게 해서든지 아버지를 금강산에 모시고 가기로 결정은 했으나, 아흔을 넘긴 고령의 아버지가 금강산을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7남매는 지게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금강산으로 모시고 가서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형제들은 번갈아서 지게를 졌다.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을 오른 형제들의 어깨는 온통 피멍이 들었다.
아버지를 지게에 맨 두 형제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을 지게에 앉으시도록 설득하는 게 힘들었지, 지게를 지는 건 힘들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하신 고생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안 되는 걸요.”

이들 형제는 그렇게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금강산의 귀면암과 구룡폭포 등을 두루두루 오르내렸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나는 생각했다.
자식들이 지고 가는 지게를 타고 일만이천봉의 금강산을 구경하는 늙은 아버지도 참 행복한 사람이고,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을 오르는 두 아들도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아! 나도 지게타고 금강산 가고 싶다.”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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