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지역상권, 근본적인 상생 방안 고민 절실

소비자 선택권 차원서 긍정적 vs 지역 상권 초토화 우려

㈜이마트가 여수 웅천지구에 창고형 대형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역시민단체가 입점을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낮은 지역사회 공헌도와 지역 자금 역외 유출 등의 부작용도 부각될 전망이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29만 명의 여수에는 현재 이마트·롯데마트(2개) 등 3곳이 입점해 성업 중이다. 통상 인구 10만명 당 대형마트 1개가 적정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대형마트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형할인매장이 또 개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중소상인들의 강한 우려를 사고 있다.

전국에 11개가 운영되고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소매만 하는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소매는 물론 도매까지 가능한 코스트코와 롯데마트의 빅마켓과 같은 창고형 대형할인매장이다. 해외 직수입상품 판매도 가능하다. 대용량 상품을 중심으로 일반 할인점 대비 평균 8~15% 가량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트레이더스는 저성장과 온라인몰 확대 등으로 국내 대형마트가 불황을 겪자 ㈜이마트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시작한 신사업이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마트는 호실적을, 롯데마트는 적자를 기록하며 두 업체의 희비가 교차했다. 주목할 점은 이마트의 호실적을 이끈 1등 공신 중 하나가 ‘트레이더스’가 꼽히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극심한 내수 부진에도 매분기 20% 이상의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여수 웅천지구에 들어설 이마트 트레이더스 건축 조감도.

이렇듯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역 상권을 초토화할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한 중소상인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경우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쾌적한 공간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 자치단체마다 대형마트 입점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당한 인허가를 거부하게 되면 행정소송까지 감수해야 하고, 또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형마트들의 입맛대로 입점을 허가하기도 여의치 않은 게 행정의 고민이다.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그래서 중요하다.

상생 협력 방안과 더불어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을 최소화하고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자금이 지역에서 순환되지 않고 유출될 경우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지역자금이 생산적인 분야에 재투자 돼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력 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상생 방안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다.

▲ 여수 중앙시장.

대형마트 지역상생·기여 생색만?

2001년 이마트, 2005년 롯데마트가 여수에 개점한 이후 이들이 올린 매출만큼 지역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여도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10월 시정질의를 통해 대형마트로 인한 지역 중소상인의 어려움과 낮은 지역 기여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은 “대형마트는 지역 내 자본이 고스란히 본사로 직행하는 구조로, 연 2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공헌사업은 그동안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2009년 여수지역 이마트·롯데마트(여수·여천점) 등 3개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674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별로 살펴보면 이마트 여수점의 2009년 매출액은 704억 원에 순이익은 40억원, 롯데마트 여수점의 매출액은 473억여 원에 순이익은 74억여 원, 롯데마트 여천점의 매출액은 496억여 원에 순이익은 87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순이익이 200억여원이 넘었다.

▲ 여수 이마트와 롯데마트.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의 지역상생 노력이나 사회공헌사업 등에는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여론의 질책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여수시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여수시는 이후 대형마트 협약서 이행 방안 협의 등을 통해 지역특산품과 지역생산품에 대한 입점수수료 인하, 지역특산품 전용매장 설치, 지역특산품 산지구매 확대, 친환경 농산물 판로개척, 돌산갓김치 전국 유통망 구축 협조, 어려운이웃돕기, 장학사업 등에 합의하고 추진실적을 매년 반기별로 제출토록 했다.

시가 지난달 20일 시의회에 제출한 전창곤 의원의 대형마트 사회공헌사업 촉구 시정질문·답변 추진 현황 자료에서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대형마트 3개사의 지역사회공헌 사업 실적’을 보면 이마트 여수점의 지역민 고용현황은 465명(직영 173명, 협력 280명, 임시 12명), 롯데마트 여수점 327명(직영 92명, 협력 227명, 임시 8명), 롯데마트 여천점 260명(직영 16명, 협력 180명, 임시 64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3개사의 지역사회공헌사업은 미미했다. 이웃돕기 및 후원사업 내역을 보면 총 3276만 원에 불과했다. 이마트 여수점 2725만 원, 롯데마트 여수점 335만 원, 롯데마트 여천점 216만 원이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은 3개사에서 1년 반 동안 584명이 참여해 4893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 여수점의 경우 노인회 등에 자장면·국수 제공 등 314명 3350만 원, 롯데마트 여수점 보육원 환경개선 79명 425만 원, 롯데마트 여천점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 191명 1118만 원이었다.

2015~2016년 상반기 동안 3개 대형마트가 구매한 여수지역 생산품은 총 22억3198만 원이었다. 이마트 여수점 17억3287억 원, 롯데마트 여수점 1억4275만 원, 롯데마트 여천점 3억5635만 원의 실적을 보였다.

전국 매장에서의 구입액은 총 436억456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여수점 194억5900억 원, 롯데마트 여수·여천점 241억8667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은 “과거에 비하면 지역 기여도가 향상되고 있으나 아직도 대단히 미흡하다“며 ”업체별 지역기여도 추이를 다시 면밀하게 분석해 지역민들이 만족할 만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여수 서시장.

시민단체, “시, 대형 유통점 지역 기여 조례 제정해야”

여수시민협은 최근 광양시가 ‘대형 유통기업 지역 기여 권고 조례’를 제정한 것과 관련해 9일 성명서를 내어 “대형유통업체의 실질적 사회 기여도가 저조하다”면서 “시와 시의회는 대형유통업체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지법인화 및 매출액의 3%이상을 지역사회공헌 사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협은 이마트는 766억 원 매출액 중 0.1%를 지역사회공헌비로 쓰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1100억 원 매출액의 0.01%에도 미치지 못해 지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시민협은 “시와 시의회는 조례를 제정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공헌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여수참여연대도 성명을 내어 “29만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3곳이 성업 중인데 이번에 추가되면 지역 중소상인과 전통시장 상인의 삶을 짓밟게 될 것”이라며 “대형유통업체는 지역사회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를 자문해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현지 법인화, 중소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수익의 일정 부분 지역사회 환원 확약, 지역민 의견 수렴, 여수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마트는 웅천택지개발지구 관광휴양상업지구 1-3블록에 지하2층 지상6층 총 면적 5만5366㎡의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건립신청서를 최근 여수시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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