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하는 선거를 바꿀 수 없을까?”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 고민을 하던 차에 어제 우리지역에서 교육위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계시는 어느 분이 신문사를 찾아왔다.
그동안 자신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교육위원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도 모르는 시민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교육위원은 시장선거와 마찬가지로 여수에서 단 1명만을 선출한다. 권한은 시장만큼 주어지지 않지만 선거구는 같다.
20만 명이 넘는 여수의 유권자에게 후보자가 얼굴을 알리기에는 많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이에 따른 선거비도 적지 않게 들어갈 것이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들 대부분이 교장을 지냈거나 교육장을 지낸 교육자 분들이다. 평생 동안 교육을 위해 살아왔던 분들인지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아닌 것이다.

교육자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를 하는 모습도 정치인과 달라야 한다. 뭔가 다른 형태의 선거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어제 신문사를 방문한 그 후보자께서 다소 엉뚱한 제안 하나를 했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선거를 할 것이 아니라, 교육위원 후보들이 선거에 쓸 돈을 모두 모아서 지역에 장학금으로 내 놓고 후보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싶다. 그래서 나는 역으로 제안 하나를 하고자 한다. 후보자 누구나 많던 적던 어느 정도의 돈을 쓰겠다는 결심은 이미 했을 것이다.

그 돈을 모두 내 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정치인들과 같이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의미하게 쓸 수밖에 없는 그 돈의 일정액을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 놓고, 신문을 통해 정책선거를 한 번 해 보시라는 것이다.

도의원에 출마하는 후보자도 2억을 썼네, 3억을 썼네 하는 판에 20만 명이 넘는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써서라도 당선이 되면 다행인데, 당선이 안 되면 이래저래 아픔만 남는 돈이다. 그럴 바에야 그 돈을 장학금으로 내 놓고 정책선거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신문에서 매 주마다 각 후보자들에게 주제를 주고, 예를 들어 “교원평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역고등학교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인재유출 방지를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후보자들이 동시에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유권자들이 그 정책을 근거로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여기에 전제조건이 하나가 있다. 어차피 선거자금으로 쓰려고 한 금액의 일정부분은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 놓는 것이다. 이는 보람 있고, 의미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후보자 한 명이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유권자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교육위원들은 정치인이 아니기에 고개를 숙이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 신문을 통해 매주 이러한 후보자들의 견해가 발표되면 한 번에 1만여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볼 수 있다. 1만 명이 각자 배우자 한 사람에게만 얘기하면 2만 명이 되는 것이다.

우리 도시만이라도, 우리 교육위원만이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선거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교육자들부터 돈 안 쓰는 선거가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선거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일반 정치인들과 같은 모습으로 선거기간에 운동원을 동원해서 춤을 추게 만들지 말고, 그리고 서로 비난도 하지 말고, 자신의 정책만을 얘기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자들이 새로운 선거문화를 선도해 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설혹 낙선이 된다 하더라도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해 줘서 좋고, 대한민국 최초로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낙선이 되어도 그에 대한 회한은 적을 것이다. 우리 도시가 이렇게 대한민국의 선거문화를 바꿔 가면 안 될까. 그것을 교육자들부터 먼저 시작해보면 안 될까.
이렇게 되면 자신이 이번 선거에 쓰려고 했던 금액의 절반 이하만 사용하고도 멋있는 선거를 치룰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들이 결심만 해주면 우리 신문은 당장 다음 주부터라도 이를 시행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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