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시작해야겠다. 먼저 두 달이 넘도록 부족한 책을 쓰느라 칼럼다운 칼럼을 쓰지 못한 점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그동안 책에 매달리느라 아무 것도 못했다. 이제 책도 나왔고, 기념식 행사도 끝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시민들께 약속드린다.

오직 시민들만을 위한 글만을 쓰도록 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가혹한 글이 될지라도 시민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망설임 없이 글을 써내려 갈 생각이다. 그것이 나의 색깔이고 우리 신문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우리 신문사 창간 2주년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조촐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그리고 기념식 안내가 나간 이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축하 화환이나 화분을 보내주시겠다는 분들이 많다. 고운 정으로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이 기회에 부탁말씀 하나 드리고자 싶다. 많이 거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내시겠다는 분이 계시면 쌀로 보내주십사 하는 염치없는 부탁이다. 행사장에 잠시 세워놓았다가 사라지는 것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기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행사장이 조금은 복잡할 것 같으니 쌀을 행사장으로 보내주지 마시고 신문사로 보내주시면 고맙겠다.

우리 신문사는 이렇게 모아진 쌀을 어디에 몇 개를 보냈는지 쌀 기증자에게 별도로 통보해 드릴 계획이다.
우리는 보내 주신 분의 마음을 받고, 보내 주신 분들은 그 마음을 전하고, 그 혜택은 우리의 아이들이 받으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은 보험회사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연말에 개최하는 송년회를 간단한 다과로 대신하고 그 돈으로 쌀을 구입해 신문사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 염치없음으로 인해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일이다.

오늘 낮에는 또 어느 목사님을 뵙고 왔다. 교회수익금으로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자녀교육에 투자하고 싶다는 목사님이었다. 매년 1억 원 가까운 금액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하니 그 규모도 적지 않다.
그 분은 가난한 아이들이 환경은 비록 열악해도 그들이 꾸는 꿈마저도 가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기도 했다.

교회를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이러한 분들이 지역에서 계속 나오는 한 우리지역은 그래도 행복한 도시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감동들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감동시대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시민감동’이 있어야 하고, 기업에서는 ’고객감동‘이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감동'이 있어야 하고, 국가에서는 ‘국민감동’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감동이 없는 도시는 결코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없다. 도시 간에도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시민감동은 도시의 생존전략과 직결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로를 확충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주택을 풍부히 공급하고, 자녀 교육이나 진료에 걱정이 없도록 질 좋은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도시가 좋은 도시임은 맞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는 도시경쟁력의 필요조건이지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 조건들은 어느 도시이건 기업과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우리 도시는 아직 이 필요조건을 해결하는데 급급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디에도 그 이상의 시민감동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도시에 사는 시민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정(情)이 일상화되고, 서로의 보살핌이 자연스러움이 되고, 서로를 사랑하는 애틋함이 체질화되는 그런 도시문화가 그립다.

지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자원봉사 단체들은 과연 이러한 문화를 위한 단체인지, 아니면 누구를 위한 단체이고 무엇을 위한 단체인지를 묻고 싶은 이유다.

여수의 미래를 오직 세계박람회와 같은 행사에 걸고 있는 듯 한 우리의 모습이 어째 좀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과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박람회 말고 이 도시에 다른 것은 없는 걸까. 이러한 생각도 모두가 내 빈약한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창간기념 광고 대신 책을 구입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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