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상권 영향 분석이나 대응 전략 마련 ‘소홀’
코스트코, 순천시장·상인·전남도의회·동부권 시의회 등 반대로 입점 무산

▲ 여수 이마트와 롯데마트.

대형마트의 미미한 지역 기여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다. 지난해 이마트 여수점이 766억 원, 롯데마트 여수·여천점이 1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지역 기부금은 시민의 분노를 자아낼 만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 이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여수지역 상권 블랙홀 되나] 이 때문에 지역 사회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지역과의 상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금이 지역에서 순환되지 않고 유출될 경우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역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에 재투자될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인력 창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는 매출액을 전액 본사로 송금하기 때문에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최근 웅천지구에 창고형 대형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이 추진되자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900억 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 기여는 매우 인색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창고형 대형할인매장 입점이 추진되자 지역 경제를 파탄시킬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사고 있다.

전국 11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올해 10월까지 매출이 9600억 원을 넘어섰다. 점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한 점포당 870억 원이 넘는다. 여수의 경우 호남 최초여서 평균 매출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여수지역 대형마트의 매출액 1866억 원을 더하면 대형매장 4곳의 매출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다. 올해 초 입점이 무산된 미국계 창고형 대형할인매장 코스트코가 순천 신대지구에 입점하면 순천지역 유통업계의 연간 매출액이 약 1700억 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시가 지난 2013년 시장경영진흥원에 의뢰해 코스트코의 입점이 순천시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입점 후 중소유통업의 1년간 매출이 약 793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코스트코가 입점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영향을 받아 연간 935억 원 가량 매출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순천지역 전체 유통업의 연간 매출 감소액은 1724억 원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트코 입점 시 중소유통업에 해당하는 원도심 상점가와 전통시장, 동네슈퍼, 시내 기타 의류점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코스트코 입점의 파급효과는 소상공인은 물론 소매업태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형마트 입점에 대비한 중소유통 공동물류 시설 설치, 소상공인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당시 시장경영진흥원은 연구 결과는 순천에만 국한된 것이었지만,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여수와 광양 등 인근 지역의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마트 트레이더스 모습.(사진=이마트)

여수시 2년간 뭐했나…선제적 대응 실패?
순천시, 상권영향·대응전략 마련 용역 실시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입점에 따른 여수시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마트가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투자자인 블루토피아와 토지매매 약정체결을 한 것은 2년 전인 2014년 9월 19일이다.

지역 상인들은 여수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역에 창고형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오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도 2년간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어떤 목적에서든 부지를 매입했다면 시가 사전에 트레이더스 입점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며,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영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응에 나섰다면 지역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수시 지역경제과는 지난 6월 토지사용승낙 허가 사실을 안 후에야 트레이더스가 입점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웅천택지지구 용지 분양을 담당하는 부서는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근에서야 공론화 되면서 시가 부랴부랴 여론 수렴에 나서는 모양새가 입점 허가를 위한 ‘예견된 수순’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시민위원회 지역경제분과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 위원은 “이마트가 블루토피아와 토지매매 약정체결을 한 것은 2014년 9월 19일인데 2015년에는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런데 지난 6월 20일 토지사용승낙, 9월 8일 교통영향평가 심의 등 3개월 만에 모든 일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면서 “이제야 시민위 분과위에 의견을 시급하게 묻고 있는데 행정에서 작년부터 절차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고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여수시가 미리 상권 영향 분석과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면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객관화할 근거를 마련하고, 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2년 간 여수시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적어도 행정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예견되는 논란과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행정이 갈등 유발을 방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수시는 2001년 이마트, 2005넌 롯데마트가 입점한 이후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나 대응 전략 방안 등에 대해 한 번도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순천시는 코스트코 입점으로 논란이 커지자 코스트코를 비롯한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4000만 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 여수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서시장 모습.

‘해법’ 여수시장 의지가 관건
코스트코 입점 순천시장 반대

여수시는 시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번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논란 사태는 상인들의 결속 여부 못지않게 주철현 여수시장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은 여수지역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호남 최초이고 도매까지 가능한 만큼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전남권 상인들도 입점 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상인들과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입점을 찬성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수시가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순천 코스트코의 경우 전남 정치권과 시민단체, 상인들의 반대로 입점이 무산됐다. 조충훈 순천시장도 코스트코 입점을 강력 반대했다. 순천시가 2013년 7월 25일 배포한 ‘순천시, 코스트코 입점 원천 반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면 “코스트코가 순천에 입점하면 지역자본이 역외로 유출되고 지역경제는 자생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며 소상공인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당시 조 시장은 코스트코가 허가기관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에 건축심의 신청서를 접수하자 즉각 경자청을 방문해 청장에게 “코스트코 순천 입점은 순천시뿐만 아니라 전남동부권 각 지역의 유통체계를 뿌리 채 흔들어 결국 지역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조 시장은 경자청도 결국은 지역 주민이 있음으로써 존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지역주민 다수의 뜻을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순천시의회와 광양시의회, 여수시의회, 전남도의회도 코스트코 순천 입점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여수시의회는 “코스트코는 전남 동부권 중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의 파탄을 초래하고 유통시장을 싹쓸이 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입점 계획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순천시의회 등 동부권 9개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코스트코 입점을 반대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