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과 트렌드, 그리고 여수관광<상-1>여수를 찾는 이들에게 가치와 경험, 기억의 공유는 결국 스토리와 지역의 날 것(여수만의 옛 것)의 힘에서 나온다

▲ 여수 원도심 전경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

여수는 그동안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음식, 바다 등 비교적 무궁한 활용이 가능한 관광 자원을 보유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다른 지자체에 선점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제는 고유 콘텐츠와 다양한 특성이 곧 그 지역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에 <동부매일>은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명소와 관광지보다 여수의 역사와 정체성, 희소성 등을 간직한 ‘오래된 건물’과 ‘골목길’의 흔적을 찾아 의미를 되새겨보고 여행 트렌드와 어떻게 접목이 가능한지 사례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활용과 보존 방안도 모색해 본다.

트렌드(Trend)는 현 시대를 읽고 관심과 흥미를 앞서 예견하고 예측하는 안목을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경향이나 동향, 추세의 변화와 현상을 의미하지만 큰 틀에서 변화와 흐름을 총칭하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였던 마크 펜(Mark Penn)은 자신의 저서 <마이크로트렌드>(2007)에서 미래는 큰 틀에서의 흐름인 메가트렌드를 벗어나 소규모, 또는 소수의 독특함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세상 흐름을 보면 틀린 전망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취향은 너무나 다양하고 개별적이어서 모두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마크 펜의 말처럼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작은 트렌드가 사회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데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관광도시의 입장에서 여행(관광) 수요의 중심이 기존 패키지에서 개별 자유여행으로 이동하면서 개별 관광객(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단체여행 비율은 24.9%에 불과했지만 개별여행은 68.9%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여행사에 의존해 여행을 하는 대신 인터넷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행정보를 입수하고 여행 일정을 직접 짜는 개별여행객들을 위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는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발맞춰 식품·문화 등의 업계는 이미 혼족을 잡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셀프여행’ 즉 여행자의 취향과 여행 목적에 따라 여행테마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여행’을 서비스하는 여행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굳이 오프라인 관계망을 형성하지 않아도 나만의 특별한 여행으로 남긴 사진은 인스타그램(사진·동영상 기반의 모바일 SNS)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는 계절, 연령, 가격, 장소 등을 파괴하고 있다. 사계절 언제라도 가능하며,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최고가와 최저가의 비용 선택을 자유롭게, 테마와 목적에 따라 색다르고 매력적인 콘셉트만 있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라도 갈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SNS)와 블로그의 발달로 그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가 빠르게 전파되면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여수에서만 보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여행·관광 트렌드의 흐름을 읽어내는 대응 전략이 중요해졌다. 단순 나열식의 콘텐츠로는 개별 여행객들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여행객들에게 여행의 의미는 더욱 각박해져 가는 삶에서 나만의 특별함을 넘어, 여행지와 나를 동일시하기 위해 그 공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한다. 그리고 가치와 경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박제화된 건물이 아닌 여유와 낡았지만 옛 원형 속에서 잔잔한 위로와 그 도시가 품은 인사이트(Insight ‘통찰’ 또는 ‘통찰력’)를 얻고 싶어한다.

여수를 찾는 이들에게 가치와 경험, 기억의 공유는 결국 스토리와 지역의 날 것(여수만의 옛것)의 힘에서 나온다. 이러한 가치를 줄 수 있는 보물이 있는 곳은 지역 곳곳에서 아직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거나 그 가치를 외면 받은 곳일 가능성이 크다.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릇이 똑같아지니 그 안의 사람들의 삶 역시 다 똑같아지고 있다.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 되다보니 여수를 찾는 이들도 이 도시에 대한 정체성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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