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올해부터 넷째아 출산장려금 1000만원서 500만원으로 축소
“산모들 존중 안 해주는 여수시에서 출산하라는 말도 안하고 싶네요”
시 “예산 고려·골고루 혜택 차원서 불가피…다른 지원 방안 모색 중

초저출산 극복과 인구 증가 대책으로 지난 2011년부터 넷째 아이 이상에게 100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오던 여수시가 조례를 개정해 올해부터 500만원을 삭감키로 하자 출산을 계획했거나 출산을 앞둔 가정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임신을 해 올해 아이를 낳는 가정까지는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여수시는 2006년 출산장려금 지원 조례를 제정해 셋째아 이상부터 300만원을 지원해 왔다. 지난 2011년부터는 넷째아 이상에게 1000만원을, 2014년부턴 다태아 가정에게 특별출산장려금 2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그리고 ‘출산장려금 지원 확대’를 주요 시책으로 정한 민선6기는 2015년부터 첫째아 50만원, 둘째아 200만원으로 출산장려금을 확대했다.

시는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임신·출산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한 첫째아는 50만원(일시금)에서 100만원을, 둘째아는 200만원(일시금)에서 300만원(3년간 100만원씩 분할)을, 셋째아 이상은 300만원(일시금)에서 500만(5년간 100만원씩 분할)원을 인상 지급키로 했다.

반면 넷째아 이상 출산 가정에 지급하던 1000만원(첫 해 300만원 지급 후 7년 분할 지급)을 500만원(5년간 100만원씩 분할)으로 대폭 축소했으며, 다태아 출산가정에 일시금으로 주던 200만원은 영아별로 지급키로 했다. 장려금은 전남도 신생아양육비 3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바뀐 조례대로 한다면 지난해 12월 31일에 넷째아를 낳으면 1000만원을 받고 1월 1일에 아이를 낳으면 500만원을 받는다.

▲ 여수시청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넷째아 이상에게 주는 출산장려금이 축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가정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정은 씨는 지난 6일 여수시청 홈페이지 ‘여수시에 바란다’ 게시판에 경산시, 청양·고흥군 등 넷째아 출산장려금을 늘린 타 지자체의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출산 장려금을 갑자기 500만원으로 축소했다”며 “타 지역은 넷째아 이상 출산장려금이 점점 늘어나는데 여수시는 축소해 놓고 ‘출산 장려금 확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경산시는 2016년 1월부터 첫째아는 40만원에서 50만원, 둘째아는 80만원에서 120만원, 셋째아는 270만원에서 360만원, 넷째아 이상은 27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렸다. 청양군은 2015년 8월부터 셋째아 200만원에서 500만원, 넷째아 300만원에서 1000만원, 다섯째아 이상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의성군은 2016년 3월부터 첫째아는 기존대로 100만원, 둘째아는 50만원에서 210만원, 셋째아는 300만원에서 1550만원, 넷째아 이상은 1250만원에서 600만원을 인상한 1850만원을 지원한다. 완도군은 지난해 셋째아는 1000만원에서 1300만원, 넷째아는 11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첫째·둘째아 장려금을 인상한 반면 넷째아 장려금은 축소한 지자체도 있다. 영동군은 올해부터 첫째아는 30만원에서 350만원, 둘째아는 50만원에서 380만원, 셋째아는 500만원에서 510만원으로 인상한 반면 넷째아 이상은 1000만원에서 760만원으로 줄였다. 넷째아 장려금을 줄인 것은 매년 출생아가 크게 줄고 있는데다 넷째아 출산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둔해 첫째·둘째 장려금을 대폭 올려 출산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주정은 씨는 그러나 “여수시처럼 넷째아 이상 출산장려금이 500만원으로 (크게)줄지는 않았으며, (영동군의)첫째아 출산시 장려금은 여수시처럼 100만원이 아니라 350만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년 동안 1000만원이었던 넷째아 이상 출산장려금이 갑자기 500만원으로 줄어들었을 때 이미 넷째를 임신한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주씨는 그러면서 “500만원 축소는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입니까, 넷째아 이상은 낳지 말라는 정책입니까, 넷째 낳을 거면 타 지역으로 가라는 정책입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정임 씨도 같은 날 게시판에 “여수시만 믿고 넷째를 계획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최씨는 “넷째 아이를 둔 산모인데 올해 출산장려금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2016년 임신해서 올 1월 초에 낳을 예정인데 2016년 정책만 믿고 있었는데 아무런 소식이나 통보도 없이 결정해 놓고 따르라니 참 어이가 없는 정책이네요”라며 “이렇게 축소 될 줄 알았다면 12월 30일에 아이를 낳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겉보기에는 출산장려금 확대 같이 보이지만 속내는 넷째 아이 출산장려금으로 첫째·둘째·셋째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식이 되는 거지 확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아직까지 이 소식을 모르는 넷째 아이를 둔 부모들이 많을 텐데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하다”면서 “비록 넷째 아이를 가진 산모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존중해 줘야지 이렇게 무시하시는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출산장려를 해야 할 시에서 이렇게 산모들의 사기를 꺾어 놓는 건지 출산장려 하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며, 산모들을 존중도 안 해주는 여수시에서 출산하라는 말도 안하고 싶네요. 산모들의 마음도 헤아려주지 않는 여수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유상영 씨도 이날 “왜 넷째 이상의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가정에 불이익을 주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올해 아이를 낳을 예정이고 이미 출산한 분도 있을 것이다. 장려금 1000만원을 받을 거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을 텐데, 단 며칠 만에 어떤 예고도 없이 말 그대로 느닷없이 500만원만 받아라. 통과돼 시행된 조례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내가 만약 시장이고 시의원이었다면 2017년에 넷째 이상 출산하는 가정까지는 또는 변경 조례안이 공표되는 날 출산을 위해 국가지원금카드를 발급 받은 산모의 출산까지는 기존대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넷째도 셋째와 같이 500만원을 지원한다면 모두가 불만 없는 좋은 조례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국정이나 시정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바뀌고 정책이 수립 진행돼야 한다”면서 “이번 조례안 개정처럼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인 너희들은 미안하지만 참아라’ 이런 예측 가능성이 결여된 정책은 결국엔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시장이나 의원들에게도, 또 이번 개정으로 약간의 이익을 받게 된 가정, 시민 전체로 봤을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넓은 시야로 누군가의 아픔을 찾아내지 못하는 의회라면 앞으로 어떤 다른 사안에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도 할 수 없다”며 “소수를 위한 정책 또한 나올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답답함 마음 어찌 할 수가 없네요”라고 적었다. 그는 “먹고 살기 바빠 타지에서 수개월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설 연휴 전후로 시장님 뵙고 독대를 하고 싶다”며 이 글을 꼭 시장님이 읽어봤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다양한 출산장려시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예산상황 등을 고려했으며, 전 시민의 출산을 장려해 신생아 수와 관계없이 영아별로 골고루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금액 조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려금이 축소돼 실망을 드린 점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올해 출산장려금으로 27억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분할 지급 예산까지 합하면 총 60~70억 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 검토를 거쳐 500만원 축소에 상응하는 다른 시책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결혼장려 시책사업, 저출산 대책을 위해 적극 공헌한 개인·단체·법인에 대한 행정적 지원 및 포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출산 장려 시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또 난임 부부 기초검진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등 자체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여수시의 출생아 수는 2009년 2437명, 2010년 2554명, 2011년 2658명, 2012년 2709명, 2013년 2534명, 2014년 2377명, 2015년 2783명으로 집계됐다. 넷째아 출산은 연간 30~40건 수준이며 많게는 50건 가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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