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전 검찰총장/고려대 교수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명확한 목표, 남보다 더 많이 일하는 습관, 꼭 성공하고 말겠다는 신념, 풍부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주변에 큰 일을 이룬 경영자나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찮은 일이나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한 사람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소한 일을 대충 넘기는 사람이 큰 성취를 이룬 경우를 나는 아직 한 번도 발견하지를 못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본인의 광고에 출연했던 욕쟁이 할머니의 실내포장마차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날 신문에는 굵직굵직한 기사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이 작은 일에 대한 기사가 유난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욕쟁이 할머니는 2년전 대선 광고에서 당시 이 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린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어. 밥 더 줘? 더 먹어 이놈아! 그리고 밥 처먹었응께 경제는 꼭 살려라 잉? 알겄냐!”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이 광고는 그 당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밥 처먹고 경제를 살리라”고 으름장을 놓던 욕쟁이 할머니는 여전히 포장마차에서 국밥을 말고 있고, 그 할머니에게 욕(?)같은 격려를 들었던 후보자는 대통령이 되어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취임 2년여 만에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연말 회식장소로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허름한 포장마차를 찾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얼마나 바쁘신 분인가? 그리고 대통령이 하시는 일들은 또 얼마나 중요한 일들인가? 잠시도 한가한 틈을 낼 수 없을 터인데,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포장마차의 늙은 할머니를 찾아 가는 일은 대통령의 직무 중에서도 아주 작고도 사소한 일일 것이다.

우리들은 대체로 큰 인물은 항상 큰 일만 처리하고, 소시민은 늘 작은 일만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큰 인물이든 소시민이든 모두 사소할 것 같은 작은 일들을 해 내고 나서야 큰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성공의 법칙이고 자연의 순리(順理)다.

큰일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것이 아닌 반면에 작은 일은 매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사람의 지혜와 재능 그리고 품격을 검증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 이치다. 사소하고 작은 일을 멋있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큰일도 능히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일은 비록 미미해 보일지 모르나, 그 작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것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외국의 정상들과 회담하고 여야 대표들을 만나 정치적 이슈들을 논의하는 일에 비하면 포장마차의 욕쟁이 할머니를 찾는 일은 아주 작고도 하찮은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큰일을 잘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가난하고 소외된 소시민 한사람을 껴안고 어려운 삶을 위로해 주는 일과 같이, 작지만 따스하게 느껴지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대통령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동네에 아주 똑똑한 청년이 살았다. 그는 집이 가난해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일하면서 매일같이 주인의 요강을 정성스럽게 닦아놓았다. 모든 일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이 머슴의 자세를 지켜 본 주인은 청년이 머슴살이를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학자금을 대주며 이 청년을 평양에 있는 숭실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켰다.

마침내 청년은 숭실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오산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매일같이 주인의 요강을 닦았던 이 청년이 바로 민족주의자요,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조만식 선생이다.
그는 제자들이 인생의 성공 비결을 물을 때마다 이렇게 일러주었다고 한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거든 요강을 닦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 말은 곧 “작고 사소한 일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태어 날 때부터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생의 성공여부는 천부적 자질보다 그 사람이 평소 부딪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막노동꾼이 철학자가 되고 머슴이 장군이 되며, 평범한 소시민이 위대한 사람이 되는 일을 우리는 흔히 보아 왔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평생 동안 꾸준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단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밭을 가는 일을 축적하면 농부가 되고 나무하기를 계속하면 나무꾼이 되며 물건 팔기를 오래하면 상인이 된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일을 계속하면 어느 덧 국민이 존경하는 지도자가 된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꼭 큰 일만 구상할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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