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기른 머리카락 잘라 기부
“친구들에게도 기부 권할 거예요”

▲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한 여수부영초등학교 공서희 양이 자른 머리카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여수의 한 초등학생이 수년 동안 애지중지 길러 온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여수부영초등학교(교장 박주영) 공서희 학생(13·6학년)은 최근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길이 약 30㎝의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했다.

공 양은 3학년 때 신문에서 언니들의 머리카락 기부 기사를 본 후 나도 길러 기부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년을 더 길렀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세수 할 때면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쏠리거나 머리 감기가 귀찮을 때도 있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기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아 낼 수 있었다.

공 양은 “막상 기르고 나면 자르기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 머리카락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머리카락 기부를 계속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공 양은 “학교 친구들 거의 대부분이 파마나 염색을 해서 기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기부를 권할 것 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어머니 김선미(45)씨는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자르거나 파마를 하자고 했더니 안 한다고 하더라.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아버지 공병오(46)씨는 “어른들도 생각지 못하고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데 기특하다”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아암은 급성백혈병·악성림프종·뇌종양·악성림프종·신경아세포종·바이러스성 종양 등이 있다. 그 중 전체의 35∼40%를 차지하고 있는 급성백혈병이 가장 많다. 특히 18살 미만의 소아암 백혈병 환자는 국내에 2만5000여 명 정도 되는데 이들의 90%가량이 항암 치료 뒤 탈모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부한 머리카락은 보통 가발 제작업체를 거쳐 소아암 환자들의 맞춤 가발로 재탄생하는데 일반인들의 머리카락 기부가 필수적이다. 가발 한 개를 만드는 데 약 50명가량의 모발이 필요하다.

머리가 길다고 해서 다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파마나 염색, 매직, 코팅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머리카락만 기부가 가능하다. 파마·염색을 한 머리카락은 가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단, 미용실 등에서 시술한 머리카락 부분을 다 잘라내고 새롭게 머리카락을 기르면 기부가 가능하다. 또 머리카락이 길이가 25㎝ 이상이어야 한다.

다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제 지난해 암 환자들을 위해 모발을 기증한 사람은 1만6000여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가발을 기증받은 사람은 60명 선에 그치고 있다.

기증된 머리카락은 가발로 제작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국립암센터, 백혈병어린이재단 등에 전달된다. 기부 방법은 기증할 모발의 끝 부분을 묶은 뒤 잘라서 비닐포장 후 우편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www.soaam.or.kr, 1544-1415)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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