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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관광객 1300만 명 왔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도시개발에도 철학 담겨야 <상> 이제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행정가와 정치인의 선심성 짙은 화려한 수사와 말장난에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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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7  1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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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국동항.

◇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한 번쯤 고민해야

여수는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로 인지도가 상승하고 도로, 철도 등 교통여건이 개선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1000만 명이 이상의 관광객 방문으로 관광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펜션 등 숙박시설이 크게 늘고 있으며, 각종 관광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새 여수 관광이 급성장하면서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난개발, 교통체증, 쓰레기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음식값 인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개발 위주의 성장 일변도 방식에 근원적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이 경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특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여수시는 “투자 약속은 여수 박람회장~해양공원~돌산공원~돌산유원지~경도를 잇는 ‘여수밤바다’를 완성시키는 미래 해양관광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환영 논평을 냈다. 도심 곳곳에는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물론 투자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남도의회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연륙교 건설과 투자 기간 연장 등의 특혜 의혹을 검증한다며 계약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전남도는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을 들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남도민, 특히 여수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불통 행정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남도와 여수시가 경도를 해양관광단지로 개발할 당시 지역사회와 충분하게 소통했는지는 의문이다. 전남도는 여수시민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땅을 경제 논리로 마구 파헤쳐놓고 이제는 적자를 이유로 민간 기업에 경도를 매각했다. 이번에도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 경도를 팔면서 여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시민의 의견을 들어보고 따져 봤을까. 그럼 여수시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역할을 했을까. 경제 논리에 이리저리 치이는 개발을 마냥 환영만 해야 하는 일일까. 삶의 터전을 내어 준 당사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여수 화양지구 개발 사례를 보자. 화양지구 사업자인 일상해양산업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화양면 일대에 9.79㎢에 사업비 1조4435억 원을 투자해 동북아를 대표하는 해양관광명소를 조성키로 했지만 현재까지 추진실적은 골프장 조성 938억 원 토지매입비 734억 원 등 1940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 일상의 투자 계획 발표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각종 기반시설 투자와 함께 세금 감면 혜택 등이 제공됐지만, 결국 실제 투자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주민들은 10년 넘게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광양에 있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까지 가서 허가 등의 민원 업무를 봐야 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개발은 행정이 주도해놓고 피해는 늘 왜 주민들 몫인가?

   
▲ 여수시 돌산. 앞에 보이는 섬이 경도.

다들 개발만 되면 천지개벽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떤다. 박람회 개최 때도 그랬다. 정치권은 박람회 개최로 여수가 천지개벽할 것이라고 했다. 과연 천지개벽했나? 그런 분위기에 묻혀 개발에 따른 우려와 고민은 묻히고 만다.

그리고 이런 식의 도시개발이 마냥 좋은 것일까. 물론 무작정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숨을 고르면서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주민이 눈물을 떨구면서 사라진 자리를 돈 많은 외지인이 차지하는 것은 개발이 아니다. 그런 무자비한 개발이 20세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충분하다. 21세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관광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 개발 정책에 해당된다.

최근 들어 여수 관광이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관광정책의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1300만 명, 1400만 명, 1500만 명, 언제까지 숫자에만 집착할 것인가. 시 정책의 지표로 활용되는 것은 맞지만 현재와 같은 성장 위주의 개발 방식은 여수의 정체성을 없애고, 자칫 지역민들에게 장밋빛 환상만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삶을 조화롭게 하는 방향의 내생적 개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더욱이 준비되지 않은 관광 시장의 빠른 성장은 오히려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고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수 관광시장 성장의 과실이 대형 자본과 소수의 특정 계층에게만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관광정책이 지역주민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외형 성장에 치우쳐 수익의 역외유출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 광풍이 불면서 자본에 휩쓸리는 도시는 결국 자본을 갖춘 이들만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한곳에 집중되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리스크가 생겨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해 시장 잠재력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으므로 균형 잡힌 관광 개발로 분배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원도심 지역은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여문지구, 구 여천지역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과실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 여수시 돌산에 펜션을 짓기 위해 터 닦기를 하고 있다.

◇ 끊임없는 성찰을 통한 도시 철학 정립 선행돼야

뭐라 해도 여수의 가장 소중한 자산 가운데 하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여수 땅이 위협받고 있다. 인기 관광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여수 자연이 멍들어가고 있다. 돌산 등은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 무차별적인 산림 훼손과 해안 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여수 땅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제주도가 이미 본보기가 됐잖은가.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여수의 유산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원도심 해안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여수시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행정의 선제적 대응의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2014년 12월 마련된 ‘2030년 여수도시기본계획’에서는 해안 경관 훼손 지적과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지금 여수가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면, 2년 연속 관광객이 1300만 명이 왔다는데 시민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해상케이블카, 낭만포차 등은 관광객 유치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 못지않게 시작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교통난 등의 시민 불편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불편을 참아 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관광시설을 이용하면 할인 이벤트를 해 준다. 이런 시혜성 사탕발림이 시민을 행복하게 할까?

여수가 눈부신 성장을 하는데도 이러니 문제다. 성장통일까? 단순히 ‘성장통’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과연 여수가 ‘바른길’을 가고 있는지 지역사회가 냉철히 되짚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가시적 성과를 강조한 나머지 시민 합의 절차를 소홀히 한 ‘장밋빛 환상’만 가득한 개발 열풍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구호가 화려할수록 그것에 의해 규정되는 현실은 그만큼 그늘지게 마련이다. 화려한 계몽의 언어는 허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제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행정가와 정치인의 선심성 짙은 화려한 수사와 말장난에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급속한 개발열풍이 자연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소외감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특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적 개발은 여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과연 민선6기 주철현 시장은 후손들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일까? 현재의 민선6기 관광 개발 정책은 물론 도시 정책 전반에 있어 ‘여수다움’의 핵심 가치, 핵심 의제가 불명확하다. 이는 현재 우리 여수가 ‘여수다움’을 잃고 있으며 지켜내지 못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 여수항.

있는 그대로의 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 개발 위주의 정책들로 인해 형편없이 무너지고 망가지는 인위적인 시설과 장치들을 저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천혜의 자연, 그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만들어온 문화, 여수만이 갖는 특성, 가치들을 지켜나가면서 머물고 싶은 공간, 문화 도시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자본주의는 국가가 발전하고 도시가 커지고 개발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현시점에서 여수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할 부분은 도시발전으로 인해 모든 시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제는 희망사항일 뿐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젠 대규모 개발을 하지 않고도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주민의 소득을 창출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이 절실하다. 친환경적이면서 주민 주도의 경쟁력을 갖춘 관광상품과 질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관광정책이 연계돼야 한다. 관광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시민들에게 그 수익을 골고루 배분할 수 있는 관광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도시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 도시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여수 정체성은 무엇인가?’ 등 끊임없는 성찰을 통한 도시 철학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여수다움’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수를 여수답게 만드는 ‘여수다움’이 곧 여수를 살리는 개발이고 시민의 자부심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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